풍경 좋다는 말
- 박강남作
풋풋한 젊은이를 보면
싱그럽다 못해 이슬이 비껴갈 듯하다
엄마의 풋풋한 시절 내가 모르듯
나도 한때 파릇한 시절 있었지만
그런 때가 있었는지 설풋하다
세월 제법 흘러
젊어 보인다는 말 들어도
신록의 계절 지나
젊지도, 예쁘지도 않다는 걸 알기에
이제는 너그럽게 물들어
얼굴풍경 좋다는 말 듣는 삶이기를
[시인 이오장 시평]
사람은 깨닫는 시기가 되면 철이 들었다고 한다.
철이 든다는 건 사리를 판단하고 자기 의지력으로 삶을 개척할 나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철이 들 때는 이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철학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사람이 철이 든다는 것은 불가하다.
깨달았다고 하는 성인들도 죽을 때까지 철이 들지는 못했다.
다만 사회규범에 따라 자신을 통제할 줄 알면 그때부터 일반적으로 철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원히 철 들지 못하는 게 있다.
남자의 허풍과 여자의 미모다.
젊음은 한 때의 혈기지만 그 혈기로 인하여 용기가 생기고 활력을 얻어 살아가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아무도 그것을 나무라지 않는다.
그래도 방종은 금물이다.
하여 교육이나 훈계로 삶의 방향을 찾아간다.
남자는 힘을 과시하고 여자는 미모를 과시하며 살아가는 게 정상이다.
그것이 유지되어 가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도 버리지 못한다.
특히 남자보다 여자들은 더욱 심한 사람들이 있다.
겉은 늙었으나 마음은 젊었다는 의식에 젖어 자기의 늙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박강남 시인의 작품은 그것을 지적하지만 능숙하고 의젓하게 비껴냈다.
젊음은 이슬이 미끄러질 듯 싱그럽다.
제법 나이가 들었을 때 그 모습을 보면 자기의 젊음이 떠오르고 회상에 젖는다.
자기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아름답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한 때를 그렇게 인식한 딸은 설풋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는다.
이제는 늙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누가 지금도 여전히 젊다는 말에는 반갑지만 신록의 계절이 지났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럽게 물들어 미소로 대답한다.
그러나 얼굴 풍경이 좋다는 말에 거울을 다시 보며 그런 말을 듣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이것이 여자의 본능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