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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무더기 사직' 현실화되나…25일부터 사표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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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무더기 사직' 현실화되나…25일부터 사표 효력
  • 백인숙 기자
  • 승인 2024.04.21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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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 제출 한달 임박…신규환자 진료 추가 축소 불가피
교수단체 "25일 전 정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발표해야"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지난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교수들이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지난달 25일 제출한 사직서가 오는 25일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이에 실제 의료현장을 떠나는 교수들의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돼 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의 사직이 시작된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지난달 25일부터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사직 의사를 밝히고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이달 25일부터 실제로 사직하는 교수들이 생길 수 있다.

이에 의대 교수단체는 25일부터 교수들의 사직이 현실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그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19일 온라인 총회를 열고 "적절한 정부의 조치가 없을 시 예정대로 4월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진행될 것"이라며 "정부는 25일 이전에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천명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얼마나 많은 교수가 실제 사직에 동참할 지는 알 수 없다.

교수들이 의대별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출한 사직서가 인사과에 전달되지 않은 경우도 있어 사직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교수님들이 제출한 사직서가 25일부터 효력이 있다고 하지만, 인사팀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비대위가 사직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실질적인 의미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별 의대 교수 비대위는 사직 여부는 전적으로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3월 25일에 교수님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모아서 학장님께 제출했는데 아직 수리된 경우는 없다"며 "비대위는 사직하라 말라 하지 않을 것이고, 교수님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인사과에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비대위에 맡긴 사직서를 도로 가지고 간 교수님도 있고, 아직 맡겨놓은 분도 있다. 사직은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수들이 얼마나 많이 사직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이 사태가 있기 전에도 주니어 교수들을 중심으로 적은 봉급과 장시간 근무 등을 이유로 퇴직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에 사직서 제출을 가장 먼저 한 사람들도 주니어 교수들이었다. 주니어 교수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워온 의대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의료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특히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이미 축소된 신규환자 진료가 더욱 제한될 예정이어서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의비는 지난 19일 총회 후 "대학별 과별 특성에 맞게 진료 재조정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의비 관계자는 '진료 재조정' 시 신규 환자 진료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교수들이 사직하면 신규환자를 보는 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회의 참여자들이 동의했다"며 "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해 답답하고 힘들다"고 말했다.

한 수련병원에서 혈액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는 "물리적·정신적 한계에 부닥치며 어쩔 수 없이 초진을 줄이고 암이 진행된 환자를 위주로 보고 있지만 불안하다"며 "사람에 따라 초기라도 일찍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병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진행된 사람만 받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병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시에 수술이나 치료받지 못해 피해를 본 환자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8일까지 조사한 환자 불편·피해 사례에 따르면 희귀 유전질환을 가진 한 환자는 이미 암 병력이 있고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0%였지만, 몸에 생긴 종양이 암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술받지 못했다.

예정된 검사가 취소됐거나 초진, 신규 입원이 몇 달 뒤로 미뤄진 사례도 다수 나왔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미 신규 환자 진료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교수들이 더 진료를 줄이겠다고 해 환자를 불안하게 만들기보다는 환자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백인숙기자
insook@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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