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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11] 전남 국립의대, 의료논리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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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11] 전남 국립의대, 의료논리로 풀어야 한다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4.05.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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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전남도의 공정성을 의심할만한 정황들이 많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합에 임할 수 없다”

전남도민의 최대 숙원사업인 전남 국립의대 설립의 물꼬가 트였으나 어느 지역에 설립할 것인가를 놓고 내홍이 깊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전남의대가 전남 동부권의 순천대학교에 설립할 것이냐, 전남 서부권의 목포대학교에 설립할 것이냐 하는 택일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지역의 숙원사업이 지역의 갈등요인이 되어버린 셈이다.

예견하지 못한 일이 아니다. 전남도가 정부에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요구하면서부터 “그럼 의대는 어디에?”라는 갈등이 내재 됐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충분히 예견됐고, 더러는 수면 위로 노출됐음에도 전남도가 사전에 조정하고 수습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당 초 전남도는 순천대나 목포대의 ‘택일’이 아니라 ‘통합 의대 설립’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4일 전남 민생토론회에서 전남지역에 의대 신설 추진을 약속한 이후 단독 의대 설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공모를 통해 순천대나 아니면 목포대 등 한 대학에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것으로 ‘통합 의대 설립’이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국립의대 신설 방침과 계획을 신속히 확정해 정부에 신청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통합’에서 ‘단독’으로 입장을 번복한 이유다.
의대가 한 곳으로 결정되면 다른 쪽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김 지사의 입장번복은 무책임하기 그지없을 뿐만 아니라 경솔하기까지 하다.

전남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지역으로 의대 설립은 30년이 넘는 오랜 염원이다. 연간 70만여 명의 주민들이 광주나 서울 등 타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고,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같은 열악한 의료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전남 국립의대 설립의 기회가 왔는데 전남도가 ‘공모’라는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전남을 동서로 나눠버렸다. 

전남도의 ‘공모’방침에 순천대를 비롯한 전남 동부권에서는 완도 출신인 김 지사가 의대를 서부권에 주려 한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남도가 신설 의과대학과 관련해 16개 지표를 기준으로 용역한 결과를 가지고 있으나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의혹이다. 

전남도의 공정성을 의심할만한 정황들이 많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합에 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순천대는 전남도가 추진하는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국립 의대 유치는 정치 논리보다는 의료논리와 원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노 시장은 "전남도가 권한 없는 행정으로 동·서부를 양쪽으로 찢어 갈등만 조장하고 있지 않나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의료논리와 원칙은 전남 서부권에 비해 20만여 명이 더 많은 85만 명이 전남 동부권에 거주하고, 광양제철과 여수산단 등 산업단지가 밀집돼 중증 응급환자 발생이 서부권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객관적 수치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권역외상센터와 닥터헬기도 없고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도 단 2개소에 불과하다. 여수, 순천, 광양, 고흥 등 일대 지역민들은 의과대학 수준의 3차 병원이 없어 실제 중증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전국 대비 20% 정도 높다는 지적도 "의대 신설은 정치가 아닌 객관적인 지표에 따른 의료논리와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뒷받침이다.

권역외상센터 1개소와 닥터헬기 1대,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5개소에 달하는 전남 서부권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의대 설립을 의료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접근할 경우 전남은 동서로 나눠 갈등과 반복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 뻔하다. 

이런 가운데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오는 12일 해당 목포대·순천대 총장과 목포·순천시장 등 5인 회동을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노관규 순천시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 정병회 시 의장 등은 지난 7일 “전남도의 의대 추진에 대한 모든 행위는 신뢰성을 잃어 수긍할 수 없으므로 지금까지의 모든 용역 결과를 우선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공동 입장문을 발표, 전남도의 회동 제의는 명분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남도는 안동대와 포스텍 대학간 의대유치 등에 경북도가 권한 없음을 인정하고 안동대는 공공의대로, 포스텍은 연구중심 의대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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