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자민당총재나 중의원 선거 대비 목적"
일본 정부가 고물가 대책으로 오는 8∼10월 석 달간 전기·가스요금을 가구당 매월 1천850엔(약 1만6천원)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6일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면담에서 '혹서 극복 긴급 지원' 대책으로 시행하는 전기·가스 보조금 정책을 설명했다.
정부는 전기요금은 표준 가정을 기준으로 월 1천400엔(약 1만2천원), 도시가스는 월 450엔(약 4천원)을 경감하는 안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전기와 가스요금 보조금은 합쳐 월 1천850엔 정도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여당과 협의를 통해 이달 안으로 구체적인 보조금 액수를 결정할 계획이다.
보조금 재원은 올해 예비비로 마련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엔화 약세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응해 지난해 1월 사용분부터 전기·가스 요금을 지원해 오가다 이달 사용분부터 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다가 기시다 총리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8월부터 석 달간 추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여름이 평년보다 더울 것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이에 따라 보조금 지원을 3개월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전날 총리 면담 뒤 "에어컨 사용을 촉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전기·가스비 부담 경감은 필요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가 보조금 폐지를 번복한 데 대해서 선거 대책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정책상의 판단 이상으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나 차기 중의원(하원) 선거에 대응하려는 기대가 큰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는 10∼20%의 저조한 내각 지지율로 자민당 내에서도 퇴진이나 총재 선거 불출마 압력을 받고 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만큼 자민당 총재에 불출마하면 총리 자리도 내놓게 된다.
당 안팎의 비판에 기시다 총리는 국민 불만이 특히 큰 고물가 부담을 줄이는 데 힘을 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부터 납세자와 부양가족 1인당 소득세와 주민세를 합쳐 연 4만엔(약 34만7천원)씩 줄여주는 방식으로 '정액 감세'를 시행했다.
닛케이는 "봄철 임금 협상인 '춘투'(春鬪)를 통한 평균 임금 인상률이 5.24%로 33년 만의 최고 수준이며 6월부터 정액 감세도 시작됐다"면서 "유권자가 이런 효과를 실감할 수 있는 시기가 올가을이므로 이번 전기·가스 보조는 그때까지 사이를 메우는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고 분석했다.
[전국매일신문]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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