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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 서길원 칼럼 메르스보다 무서운 공직자의 병역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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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4] 서길원 칼럼 메르스보다 무서운 공직자의 병역회피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06.03 0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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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애국선열과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국군장병들의 넋을 추모하는 현충일을 이틀 앞두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병역면제는 단순히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위해(危害)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필자의 생각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도 덩달아 높아만 가고 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자고 일어나면 늘어나고 감염자와 접촉했던 50대 여성이 사망하는 등 사망자까지 발생했으나 정부당국은 허둥지둥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정부당국의 후진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메르스가 휩쓸면서 황교안 국무총리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언론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를 휩쓴 메르스 못지 않게 한 국가의 총리를 어떤 사람이 맡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국가의 장래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필자는 이 란을 통해 고위공직자의 병역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묻고 싶은 것과 함께 주장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나 그 아들들은 대부분이 젊은 시절, 한결 같이 병마에 시달리며 ‘신성한 의무’를 이행할 수 없었는가하는 것과 연장선에서 두 번째는 징집연령이 지나면 또 한결 같이 건강을 회복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필자에게는 불가사의에 다름아니다.

세 번째는 그런 사람들은 속죄하는 의미에서라도 제발 고위공직을 탐하지 마라는 것이다. 그 것이 국가와 후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것이다. 공직은 엄중한 일이다. 이 나라에서 병역은 공직의 기본 출발선이다. 기본이 안되면서 기본이 되는 사람들을 지휘하겠다는 것은 기본이 안된 일이다.

고위공직자의 병역문제야 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좋아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박근혜 정부들어서 국무총리와 관련된 병역관계를 거슬러 살펴보자. 김용준 총리 후보 아들은 ‘체중미달’이었고 정홍원 전 총리 아들은 ‘허리디스크’였으며 이완구 전 총리는 ‘평발’이 군복을 입을 수 없는 이유였다. 현재 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는 황 후보자는 ‘담마진(두드러기)’이다. 황 후보자는 대학생이던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징병검사를 연기하다가 1980년 7월 4일 '병종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됐다.세 차례나 징병검사를 연기하다가 365만 명 중 4명만 면제를 받은 91만분의 1의 기적을 일으킨 '만성담마진'이라는 희귀한 병명으로 병역을 면제 받은 것이다.최근 가수 스티브 유(한국명 유승준) 가 13년 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입국을 허용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국민여론은 싸늘하다. 군대를 가야하는 시점에 미국으로 도망가 미국 시민권자가 됐고 병역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13년이 지나도록 조국의 땅도 밟지 못하는 신세지만 황교안 후보자는 검사로서 승승장구하다가 고검장으로, 법무장관으로, 다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됐다.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비정상이다. "대부분 완치가 되는 만성두드러기가 왜 황교안에게는 불가능했는지, 그런 중증 환자가 어떻게 사법시험을 보고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갖는 보편적인 의문이다.공직자는 국민의 거울이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면 국민들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을 따라 헌신하고 봉사한다. 고위공직자들이 사리사욕에 빠지면 국민들은 아무리 험한 법으로 다스리려해도 따르지 않고 역시 사리사욕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고위공직자의 병역면제는 단순히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위해(危害)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위공직자가 자신과 아들들은 군대에 가지 않으면서 국민들을 향해 군대에 가라고 하는 것이 안보불안과 한국사회 비정상의 근본이다.더구나 군대를 다녀오지 않는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일수록 이에 따르는 콤플렉스로 인해 전쟁을 쉽게 여기는 측면이 있다. 국민의 재앙이자 불행인 것이다.미국에는 정치용어로 ‘치킨 호크’라는 게 있다고 한다. 직역을 하자면 실제로는 겁 많은 병아리이면서 겉으로는 매인 척한다는 뜻이다.

젊은이들을 또 국민들을 전쟁터로 떠밀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 관료들을 뜻하는 말로 군 복무 경험이 없는 미국 내 매파(강경파)를 의미한다.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한 직후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보회의(안보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국정원장, 대통령실장, 청와대 정무수석 등등 참석자 상당수가 군 면제자들이었다. 합법적인 정권일수는 있으나 올바른 정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혹시 치킨 호크가 아닐까 웃으면 생각해본 적이 있다.병역면제도 불가피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법이나 제도로 강제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분단된 국가에서 적어도 병역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필하지 않는 사람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또는 장관을 해서는 안된다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국민들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고 또 자랑스럽게 여기 위한 길이다. 고위공직은 존경의 자리이지 혐오의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육신을 병들게 하는 메르스보다 무서운 것이 국민들의 정신을 병들게 하는 고위공직자의 병역회피다.이틀 앞둔 현충일, 애국선열과 조국을 위해 산화하신 국군장병들의 넋을 고개숙여 기린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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