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자귀나무
상태바
[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자귀나무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11.17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자귀나무
     - 이규흥作

우리 집 마당에 자귀나무
한 그루 모셔 오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
모여 사는 한 마당
그곳에서 가슴에 못 박는 일
얼마나 난무하는지
아침마다 두 눈을 부라리며
끝없는 나락으로
너희를 떠밀었구나
그만 일어나거라
곤히 잠든 아이들
가슴을 훑다 보면
무성한 가시가 덤불을 치고 있다
자귀나무 한 그루 모셔다가
고운 색실로 마음 엮는 법
사랑하는 이에게
속마음 건네는 비법
과외 받고 싶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사람 사는 곳에는 무수한 격언과 속담이 있다. 
삶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체험으로 얻은 교훈적인 앎을 후대에 가르치려는 목적과 자신이 느낀 생활의 지혜를 묶어 책으로 발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전설로 내려오는 삶의 상징적 교훈이다. 

이것은 삶의 체험과 느낌으로 얻어지는 부류와 사물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구분되는데 사물의 생태에서 얻어지는 게 많다. 

자귀나무는 모양과 생태적인 특징에 의해서 불리는 이름이 많다. 서양에서는 비단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는 모습이 귀신같다 하여 귀신나무라고도 불리지만 해가 뜨면 잎이 벌어졌다가 해가 질 때면 잎이 합해져서 부부의 금실을 뜻하는 합환목이라 부른다. 

또한 소가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 소쌀나무, 잎이 다 떨어져도 씨앗을 겨우내 품고 흔들릴 때마다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하여 여설목이라 불린다. 

아무튼 자귀나무는 예로부터 사람과 아주 가까운 것으로 사랑을 듬뿍 받는 나무다. 

이규흥 시인은 자귀나무의 전설과 생태를 분명하게 알아내고 이를 사랑의 대명사로 읊었다. 

딸이 시집가면 마당에 한 그루의 자귀나무를 심어 자녀들의 화합과 안녕을 빌고 싶어 한다, 아침마다 두 눈 부라리며 큰 소리로 아이들을 나락으로 밀어 넣은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며 그것을 만회하고자 자귀나무의 전설을 그려냈다. 

고운 색실의 모습에서 비단 같은 마음 엮는 법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에게 속마음 건네는 비법을 과외 받고 싶다는 고백은 시인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이처럼 자연에서 얻은 사물의 생태에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그것에서 얻은 배움으로 삶을 가꿔가는 법을 알아낸 시인의 눈이 아주 밝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