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 김삼전作
바람이 오면 나무는 어깨를 흔들어 맞이한다
언젠가 바람이 다녀가면서 만든 상처를 보고
허물 있는 나무라 말하지 말라
가만히 서 있는 나무를 바람이 흔들었고
같은 무리가 아니라고 등 뒤에서 딴지도 걸었지만
상처 입은 나무는 입이 있어도
바람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가까이 다가오면
어깨를 흔들어 맞이한다
[시인 이오장 시평]
시를 쓰는 대상은 외부의 충격이나 느낌, 내면에 침체된 사상과 감정의 기복이다.
외부에서는 사물의 형태와 형질, 동작이고 내부에서는 삶의 과정에서 쌓인 고민, 번뇌, 감동이다.
시를 쓸 때 이러한 모든 것은 수시로 방향을 바꾸지만 놓치지 않고 언어의 틀에 가둬 자신의 감동이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풀어낸다.
시 쓰기는 그래서 쉽지 않다.
그렇다면 두 개의 요인 중에 어떤 것이 더 많은 영향을 줄까.
반반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물과의 만남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아 시를 쓰게 된다.
내면에서 일어난 언어는 일종의 깨달음이라 혼자만의 독백이 될 수 있고 독자의 이해도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
김삼전 시인은 보편적인 소재에서 사람이 가장 어렵다는 철학적인 사유를 보았다.
사람은 성냄의 동물이다.
즉흥적인 행동을 많이 하고 고집스럽게 내세우는 자존심으로 한 생을 산다.
내가 옳으면 무조건 옳아야 하며 나 아니면 세상은 존재하지 못한다는 자부심에 심취해 있다.
그래서 용서를 모른다.
김삼전 시인은 흔들리는 나무에서 용서를 보았다.
바람이 준 상처를 오랜 세월 동안 치유하며 고난의 시간을 보냈어도 다시 찾아온 바람에 몸을 내맡긴다.
나무에서 용서를 모르는 사람의 심리를 읽은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도 이와 똑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같은 무리가 아니라고 딴지 걸고 상처를 주지만 용서도 화해도 하지 못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이제부터 용서하자.
상처를 준 바람을 용서하는 나무처럼 그렇게 살아보자.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