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드라이버
- 이희국作
크고 센 것만 좋아할 때가 있었다
나사의 홈이 무너지고
상처만 남는 경험을 몇 차례 하고서야
마음의 크기와 색깔에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꼭 맞는 크기가 전해주는 힘으로
녹이 슬도록
이음새를 부둥켜안고 버티던
나사가 편안하게 몸을 푼다
[시인 이오장 시평]
일상에서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분명하게 확인했는데도 그게 아니고 다시 확인했어도 맞지 않는다. 이럴 때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고 귀한 시간을 허비한다.
모든 일은 능률적이어야 하는데 계산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큰 것을 찾고 센 것을 선호한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고 믿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십자드라이버는 우연히 발명된 것 같아도 전혀 아니다.
어느 기능공이 일자 홈의 나사를 조이다가 너무 힘을 써서 망가진 것을 쇠톱으로 십자모양의 홈을 파서 작업을 마친 후에 처음부터 나사를 십자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새롭게 발명된 조임 부품이다.
이에 따라 드라이버도 십자로 만들게 되어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혁신을 이뤘다.
사람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처음 사귈 때 성급한 마음으로 너무 세게 밀어붙여 상대방이 거절하는 사태에 이르고 상품을 골라 어느 정도를 넘는 할인을 요구하여 싼값에 살 수 있는 것을 사지도 못하기도 한다.
이것뿐이 아니다.
가족 간에 사랑이 넘쳐 무리한 요구를 한다거나 친구 사이에도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에 무리한 요구를 하여 우정이 깨지기도 한다.
이 같은 모든 일은 무리한 힘으로 밀어붙이든가 맞지 않는 도구를 사용한 탓이지만 당사자는 모른다.
이희국 시인도 마찬가지다.
꼭 맞는 크기가 주는 힘으로 녹이 슬 때까지 이음새를 부둥켜안고 버틸 것인데 너무 센 힘으로 나사를 조여 홈이 망가진 것을 경험하였다.
이런 일은 생활 곳곳에 있고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되는 일이다.
시인이 느끼고 전한 말이 아니라도 이제부터 한마디의 말을 할 때도 꼭 맞는 말을 찾아야 하겠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