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 허영자作
궁금하고 궁금하여
우리 집 매화나무는 자꾸
담장 밖으로 몸을 내밀고
궁금하고 궁금하여
옆집 강아지는 연방
개구멍 안팎을 들락이고
궁금하고 궁금하여
디지털 우리 손녀는
스마트폰 들고 배낭여행 떠나고
궁금하고 궁금하여
아날로그 나는
돋보기 쓰고 아침 신문지를 읽는다
[시인 이오장 시평]
무슨 일에 내막을 몰라 답답할 때가 많다.
무엇인가 있는데 알 수가 없으니 안절부절 못하고 기어코 밖으로 나가든가 누구에게 묻든가 궁금증을 풀어야 하는 게 사람이다.
사람은 태초부터 궁금증으로 인하여 발전하고 호기심으로 새로운 것을 발명하며 삶을 영유하고 있다.
만약 한곳에 안주하여 그 자리만 지켰다면 진즉 멸망했을 것이 틀림없다.
토끼와 절구통 모습만 그리다가 호기심이 발동 끝내는 달에 착륙하고 신비한 우주의 일부분이라도 밝혀 우주선을 띄워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을 보면 사람의 능력은 그 한계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사람의 근본이 무엇인가가 궁금하여 우주와 사람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 별도로 생겨나기도 했고, 그 성과는 과학자들에 의해서 점차 밝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의 궁금증에서 유발된 결과다.
허영자 시인은 60년 넘게 시를 써온 원로 시인이다.
그 많은 시간 시를 써오고 연구했어도 아직도 시의 전부가 궁금하다.
사람이면 누구나 궁금증을 갖고 있으나 시인은 궁금증을 다르게 본다.
자연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되지만 사물의 실제적 형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역점을 둬 시를 쓴다.
매화나무는 봄이 무르익지 않았을 때부터 담장 밖이 궁금하여 눈 뜨듯 꽃을 피워 살피고, 강아지는 개구멍을 드나들며 안과 밖의 다름을 알려준다.
세대의 차이가 분명한 손녀는 디지털 시대의 광폭적인 혜택을 누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배낭여행을 떠난다.
참 많이 변한 세상이다.
아날로그의 삶을 살았던 노령의 시인은 억울하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과학문물의 발전은 삶의 궤적마저 흔들리게 한다.
그러나 아직 남아 있는 게 있다.
인터넷에 집중된 소식보다 더 확실하게 알려주는 신문이 있지 않은가.
결국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마다의 방식이 있는 거다.
어떻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낸 시간이 중요한 것이다.
80년이 넘게 살았지 않은가.
변해버린 세상보다 지금껏 살아온 삶의 가치가 훨씬 크다.
그게 인생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