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애로사항 해결 등 '손톱 밑 가시 빼기' 방식 수출・투자 활성화 천명
윤석열 대통령도, 제4차 수출전략회의 주재 '박정희 전 대통령' 언급
"국가 핵심 수출 품목 세제지원"...2023년 수출 목표 6850억 달러 제시
민관 '팀코리아' 원팀으로 수출 확대・경제 활성화 등 총력 추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1일 박근혜 대통령 첫 무역회의 주재
지난 2013년 5월 1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박정희·박근혜 대통령 부녀'와 '무역투자진흥회의'이다.
● 박근혜 대통령의 첫 무역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고 직접 기업의 투자 수출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경제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 방향을 놓고 재계의 불만이 누적된 상황 속에서 “모든 공직자들이 기업인의 애로사항을 경청할 책무가 있다”면서 “무역과 투자진흥은 특정 부처나 정파를 넘어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수출과 투자 애로요인을 관계부처와 유관기관들이 해결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0년대 고도성장을 목표로 창설된 뒤 역대 정권에서 폐지됐다가 34년 만에 부활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30대 그룹이 올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경제) 위기 이후를 내다보고 선제적인 투자를 하려는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당초 계획대로 투자가 차질 없이 이행되길 바란다”고 대기업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투자·수출이 살아나야만 정상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으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과제가 규제완화”라며 “정부는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지원하라. 새 정부의 창조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융·복합을 막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규제에 막힌 10여 개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 6건의 애로사항을 풀어 총 12조 원의 투자를 유도키로 했다. 의료관광객용 숙박시설인 ‘메디텔’의 호텔업 인정, 엔저(低) 대응을 위한 환변동보험 확대,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11조 1000억 원 무역금융 지원 등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개발제한구역 내 공장 증축 시 부담금을 50% 감면하고 중소기업의 가업상속 공제 요건을 완화해 사주들이 안심하고 기업을 상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투자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연중 가동해 규제를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범정부 차원의 ‘네거티브 규제 방식 확대 기본계획’을 이달 중 수립키로 했다.
수출·투자 활성화를 위한 ‘손톱 밑 가시 빼기’ 방안으로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전략은 현장에서의 애로사항 해결, 즉 ‘트러블 슈팅(trouble shooting)’ 방식이다. 유관부처 관계자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대통령이 관계 장관들과 즉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기업 실무자들에게도 발언권이 주어진 게 단적인 사례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대한민국이 경제부흥으로 제2의 한강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 투자와 수출이 다시 한번 활발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이 함께 투자하고 선진국 시장과 신흥국 시장을 함께 개척하면서 동반 성장해 나가자"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34년 만에 청와대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부활한 박 대통령은 앞으로 분기별로 이 회의체를 가동할 계획이다. 아버지가 열정적으로 챙겼던 회의를 이어받아 직접 챙기는 셈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과제가 ‘수출진흥’이었다면 박 대통령의 과제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될 전망이다.
●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수출진흥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79년까지 매달 수출진흥회의를 직접 주재했으며 상공부 수출과장으로부터 1일 보고를 직접 받을 정도로 수출 증대에 심혈을 기울었다. 수출목표액 달성을 위한 방안 강구지시부터 도자기와 양송이 수출 전략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 지시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다섯 차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달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열정적으로 기업들의 수출 확대와 무역 진흥을 위해 노력했다.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정부 경제부처 관계자들과 수출기업 대표들을 아우르며 수출 활성화 전략을 짜낸 수출진흥확대회의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첫 회의가 열렸던 1965년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1977년 100억 달러를 기록, 12년 만에 100배나 성장했다. 정부는 1972년 곡물 파동과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대내외 수출환경에 비상이 켜진 상황에서도 수출진흥확대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
수출진흥확대회의는 국내 산업구조가 경공업 중심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전환되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는 1973년 진행된 수출진흥확대회의에서 6개 중화학공업 공업기지를 조성해 수출 구조를 다변화하기로 했고 1978년 회의에서도 중화학공업과 정밀기계 분야의 수출 활성화 지원에 역점을 두기로 결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큰 애착을 갖고 거의 매달 꼼꼼히 챙겼던 수출진흥확대회의는 1980년대 이후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다가 본격적으로 무역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1986년부터 중단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매 분기마다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로 해 이날 무역투자진흥회의는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의 수출진흥회의를 복원한 것으로 평가된다.
● '무역투자진흥회의' 언급하며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수출 목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4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마무리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전문을 보면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경제성장을 해나가기 위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세우고 수출전략회의를 했다. 16년 동안 180회를 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민간 기업까지 장관들 전부 모여서 했다"며 "그런데 경제발전을 하고 나서 갑자기 수출 드라이브, 이걸 왜 대통령이 챙기느냐 이런 이야기할 수가 있지만 그건 세상이 바뀐 걸 모르는 이야기다.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도 국가가,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고 도와주지 않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국가 핵심 수출 품목에 대한 세제 지원이 국회에서 진영과 정략적인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나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며 "금년에 여기에 더 드라이브를 걸고 국민을 상대로도 직접 설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올해 수출 목표를 6850억 달러로 제시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사투를 벌이겠다며 최강국들도 민관이 수출 경쟁에서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민관이 '팀 코리아' 원팀으로 뭉쳐야 수출 확대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작년에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 모두 힘껏 사투를 벌여서 사상 최대인 6836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했다"며 "올해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이유로 4.5%의 수출 감소를 전망하고 있지만 우리는 작년보다 목표치를 높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올해 수출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
윤 대통령은 "수출 증진을 위해 제가 1호 영업사원으로 뛰겠다고 했는데, 모든 외교의 중심을 경제와 수출에 놓고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겠다"며 "우리 모두 함께 역량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원전, 방산, 해외 건설, 농수산 식품, 콘텐츠, 바이오 등 12개 분야에 대한 수출 수주 확대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제가 직접 주재하는 수출전략회의와 함께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을 통해 기업의 애로사항을 바로바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케이(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수출 규모가 늘어나고, 전후방 연관 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관계부처는 K콘텐츠를 패션, 관광, 식품, IT 등과 연계해 고부가가치화 하는데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수출이 활로고, 정부와 민간 기업, 금융기관, 관련 단체들이 원팀으로 뭉쳐야만 수출 확대가 가능하다"며 "첨단 과학기술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세계 패권 질서가 바뀌고 있는 요즘은 국가가 도와줄 수 있는 만큼 도와주고 뒤에서 후원하는 그런 자유무역체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대전 후에 WTO 자유무역체제를 주도한 최강국들도 세제 지원과 보조금 지급 등의 패키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업을 이런 수출 경쟁, 소위 전장에 그냥 혼자 나가라고 보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