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입맛 사로잡은 '전통주' 다시 떠오르다
전통주 앞세워 'K-술' 전세계 알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8월 19일 웰빙트렌드 '전통주' 수입 사케·와인에 밀려 '추락'
지난 2013년 8월 19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전통주'와 '술'이다.
● 웰빙 트렌드 '전통주' 열풍 식고 '수입 술' 바람분다
한때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큰 관심을 받았던 전통주의 인기가 현재 바닥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장기불황의 여파도 있지만 수입산 와인·사케 등의 공세에 맞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전통주 업계의 혁신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013년 8월 21일 한국주류산업협회·시장조사기관 닐슨 등의 자료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청주·복분자주·매실주·약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 늘어난 636억 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관련 시장 규모(1146억 원)가 2010년(1620억 원)에 비해 29%나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전통주 시장의 약세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와인·사케 등의 수입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와인의 지난해 수입 규모(1억4700만 달러·1640억 원 상당)는 2010년(1억1300만 달러)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사케의 지난해 수입 규모(1700만 달러) 역시 2010년(1420만 달러)에 비해 20% 늘었다.
이처럼 명암이 엇갈리는 것은 전통주의 인기가 경기침체와 지속적인 유인 노력 부족으로 ‘반짝 현상’에 그친 데 반해, 와인·사케 등의 경우에는 이를 선호하는 젊은층이 갈수록 늘고 있는 데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해 수입 원가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막걸리(탁주)의 국내외 수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내수량은 10만㎘로 2011년 2분기(11만8000㎘)에 비해 15% 줄었고, 수출량은 3000㎘로 2011년 2분기(1만1000㎘)의 4분의 1 수준까지 급감했다.
반면 수입 맥주의 수입량과 판매량은 늘고 있다. 2013년 8월 21일 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359만 달러의 맥주가 수입됐다. 양으로 따지면 7475만ℓ이다. 2008년(3937만 달러, 4319만ℓ)과 비교하면 금액으로는 86%, 양으로는 73% 증가했다. 업계는 국내에 수입되는 맥주가 250여종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해외여행과 유학 등이 늘면서 수입 맥주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국내에도 와바, 맥주바켓 등 해외맥주 전문점이 생기면서 20~30대 젊은 층의 소비가 증가한 덕분이다.
대형마트의 수입맥주 판매량은 2~3년 사이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서는 올해 1~7월 수입 맥주의 판매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2% 증가했지만 국산 맥주의 판매량은 7.6%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판매비중도 2011년 19.9%대80.1%에서 2013년 7월 말 기준 31.3%대68.7%로 수입 맥주 비중이 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도 수입 대 국산 맥주 비중이 2011년 13.9%대86.1%에서 지난 19일 현재 21.3%대78.7%로 수입 맥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관이 손잡고 제품과 마케팅을 혁신하고 수요층을 넓히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주류업계와 유통업계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MZ세대 홀린 '전통주', 'K-술'로 전세계로 비상한다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홈술', '혼술' 문화가 익숙해진 MZ세대들은 '취하도록 마시자'보다 '가치있게 마시자'에 초점을 두며 위스키, 와인을 넘어 전통주의 매력에 홀렸다. 이어 MZ세대 '전통주' 트렌드가 지속되자 정부도 'K-술'이라 명명하며 전세계 시장에 '전통주' 알리기로 결심했다.
・ MZ세대 입맛 사로잡은 '전통주' 다시 떠오르다
‘폭음’이 아닌 자신의 취향을 중시해 ‘음용’하며 분위기와 함께 마시는 음주 문화를 즐기는 MZ세대는 전통주의 매력에 빠졌다.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가 위스키, 와인, 하이볼 등의 주류를 넘어 이젠 전통주 시장도 주도하고 있다.
MZ세대 소비트렌드에 '전통주'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 CU의 연도별 매출신장률(지난해 대비)을 보면 2020년 23.2%, 2021년 36.9%, 2022년 16.7% 등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3년 1∼5월도 지난해 동기보다 14.6% 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실제 올해 CU에서 판매된 전통주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보면 20대 10.0%, 30대 15.2%, 40대 28.9%로 20∼40대가 전체의 54.1%에 달한다. 매출의 절반을 MZ세대가 차지한 것이다. 과거 전통주의 주 소비층이던 50대(27.6%)와 60대(18.3%)의 매출 비중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주의 인기가 단기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트렌드로 굳어져 가는 만큼 유통채널의 고객 확보 경쟁도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커머스업체들도 전통주 판매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행법상 술은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전통주는 예외다.
온라인몰 11번가에 따르면 2022년 11월 ‘전통주’ 전문관을 선보인 이후 전통주 거래 건수가 2022년 12월 대비 올해 월 평균 2배 가까이 늘었다. 2022년 11~12월 G마켓을 통한 20대, 30대의 전통주 구매량은 전년 대비 각각 63%, 78% 증가했다. 주세법상 주류는 온라인 판매 및 배송이 금지돼 있지만 2017년부터 전통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다. 코로나 기간 온라인 배송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전통주 시장도 반사이익을 얻었다.
2023년 3월 26일 마켓컬리에 따르면 연초 이후 전통주 카테고리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5배 증가했다. 마켓컬리는 2021년 12월 전통주 카테고리를 만들고 다양한 전통주 상품을 가져와 샛별배송을 시작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매분기 취급 상품 수가 3배씩 늘고 있다. 마켓컬리 전통주 코너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막걸리다. 연초 이후 막걸리 판매량은 지난 동기 대비 3.3배 증가했다.
또한 2023년 7월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이달 초부터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를 판매하고 있다. 원소주가 e커머스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수 박재범 씨가 작년 2월 강원 원주에 지역농업회사를 설립해 내놓은 원소주는 출시 초기 ‘오픈런’이 일어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은 650만 병에 달한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MZ세대 소비자들도 계속 늘고 있다.
전통주 구독 서비스 업체 술담화는 현재 2000종이 넘는 전통주를 큐레이션해 매달 회원들에게 보내주고 있다. 전체 고객 중 2030대 비중이 80%에 달하는 점이 눈에 띈다.
전통주 업체 배상면주가에서 2020년 문을 연 온라인 판매 플랫폼 홈술닷컴은 오후 1시 전까지 주문하면 오후 7시까지 배달해주는 ‘오늘홈술’ 서비스, 정기배송 신청 시 10% 할인하는 ‘구독홈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술닷컴이 지난 1월 20대, 30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통주 구매 채널로 온라인을 고려 중이라는 응답이 절반 가까이(46.5%) 나올 정도로 ‘전통주=온라인 구매’ 인식도 자리 잡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주는 가격대가 비싼 대신 재료 비중 등을 다양화해 양조장 별로 각각 다른 가치를 표현해 낸다"며 “남들과 다른 ‘나만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하는 2030세대의 취향과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MZ세대의 '전통주' 열풍에 다양한 행사들도 개최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2023년 8월 25~27일 고양 킨텍스에서 '경기주류대상'을 연다. 경기주류대상은 경기지역 전통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를 확산하기 위해 올해 처음 기획됐다. 3천720㎡ 규모 전시장에 140개 부스를 확보해 볼거리(품평회), 즐길 거리(경매쇼, 홈쇼핑, 막걸리 빚기, 전통 소주 내리기, 음식 페어링 쇼), 먹을거리(푸드트럭, 시음), 소통 거리(바이어 매칭, 주류업계 세미나) 등을 제공한다.
경남도는 지역 전통주 생산자 의욕을 북돋우고 품질향상과 소비활성화를 위해 ‘제1회 경남 술도가 전통 으뜸 주 선발 대회’를 2023년 8월 14일 개최한다. 참가 자격은 시중에 판매되는 술 가운데 경남에서 생산되는 탁주,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 리큐어 등 모두 5개 종류 술이다. 주재료가 국산이어야 하고,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제조 방법이 승인된 제품으로, 출품일 기준으로 최소 3개월 전부터 유통 중인 제품만 참가할 수 있다.
정연상 경남도 농정국장은 “최근 혼술·홈술 문화 확산과 MZ세대의 전통주 관심 증가 등 전통주 소비 추세 변화에 맞춰 우수한 지역전통주를 적극 발굴해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2023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는 서울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2023년 11월 24일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술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는 국내 최대의 전통주 행사로 전국의 다양한 우리술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 전통주 앞세워 'K-술' 전세계 알린다
국세청이 세계에 내세울 우리나라 술 브랜드로 ‘K-술(K-SUUL)’을 낙점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일본의 사케,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테킬라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술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 8월 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세청과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수출용 주류에 한국 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붙이는 통합 브랜드 이름을 ‘K-술(K-SUUL)’로 확정했다. 현재 수출지원협의회 위원들과 함께 도안을 상품에 어떻게 적용할 지 막바지 논의를 하는 단계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르면 10~11월부터 수출하는 우리나라 술 겉면에 이 로고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술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술을 통칭하기 위해 만든 통합 브랜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K-POP(케이팝), K-food(케이푸드) 같은 ‘K브랜드’에 우리 술을 접목해 세계인이 두루 알만한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뜻을 담았다.
일각에서는 소주가 저렴한 주종으로 자리를 굳혀 고급화와 수출 단가 책정에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에서는 그동안 소주와 막걸리 같은 전통주를 포함해 위스키와 맥주까지 국내에서 빚는 모든 술을 아우르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다.
우리술 수출지원협의회 위원들은 통합 브랜드로 K-술 외에도 K-리큐르와 코리아를 합친 ‘K-리코리아(K-Liquorea)’ 같은 브랜드 이름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세청은 2023년 4월 11일 서울지방국세청에서 ‘K리큐르 수출지원협의회’ 출범식을 갖고 1차 회의를 진행했다. K리큐르 수출지원협의회는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주 및 중소 주류 제조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박성기 막걸리수출협의회장과 정재수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을 공동 단장으로 하고 외식 전문가 백종원 씨와 국산 위스키 개척자 김창수 씨, 이화선 우리술문화원장 등 민간 업계 전문가도 자문단으로 참여했다. 협의회는 우리 술을 브랜딩하고 주류 제조 교육·기술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또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롯데칠성음료 등 대기업의 해외 영업망을 통해 인프라가 부족한 전통주를 알리는 상생 주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무역수지 적자는 1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와인과 위스키 수입액은 급증한 반면, 막걸리를 포함한 우리 술 수출액은 지지부진했던 탓이다. 2019년 1조 295억 원이던 주류 수입액은 지난해 1조 7219억 원대로 7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4047억 원에서 3979억 원으로 줄었다.
K-술이 우리나라 술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이런 주류 무역수지 적자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규모 주류제조업체는 주류를 수출할 때 K-술 로고를 제품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