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 쌍용건설 법정관리 개시 결정

서울중앙지법, 쌍용건설에 회생절차 개시···"국민경제 미치는 파급효과 크기에 신속 결정" 관리인으로 김석준 현 대표 선임···쌍용건설 "회생절차 최선 다해 조기졸업 노력하겠다" 쌍용건설, 국부펀드 두바이투자청과 M&A 투자유치 계약 체결에 기업회생절차 졸업 글로벌세아그룹, 쌍용그룹 인수·40년만에 '김석준 대표 체제' 종료에도 회장직 유지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에 '워크아웃' 신청한 태영건설, 알맹이 없는 자구안에 난항 예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 태영건설 자구계획 비판

2024-01-06     김주현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4년 1월 6일 쌍용건설 법정관리 개시 결정

지난 2014년 1월 6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쌍용건설' '워크아웃'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수석부장 이종석)는 2014년 1월 9일 쌍용건설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쌍용건설 본사 모습. [연합뉴스] 

● 쌍용건설 법정관리 개시···김석준 대표 경영권 유지
서울중앙지법 파산3부(수석부장 이종석)는 2014년 1월 9일 쌍용건설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쌍용건설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신속하게 결정하게 됐다”며 “해외견설현장을 많이 보유해 국가적 신인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쌍용건설의 특수성을 고려해 채권금융기관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회생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관리인으로는 채권자협의회의 의견대로 김석준 현 대표를 선임했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 측도 쌍용건설의 해외사업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김 대표 선임에 찬성했다. 재판부는 “회사 영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회생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채권자협의회 요청에 따라 CRO에게 구조조정 전반에 관한 상당한 권한을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회수되는 채권은 최우선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며 "회생절차에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조기졸업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세계적인 건설경기 침체와 M&A 실패로 인한 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 2013년 3월부터 워크아웃절차를 밟았으나, 결국 유동성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2013년 12월 30일 회생 신청을 했다.

쌍용건설 본사 사옥 전경. [연합뉴스] 

● 1년 2개월만에 쌍용건설 '기업회생절차' 졸업···2023년 '40년 김석준 체제' 종료
세계적 국부펀드 두바이투자청(ICD)과 M&A 투자유치 계약을 체결한 쌍용건설이 회생절차를 졸업했다. 2015년 3월 26일 서울중앙지법 제3 파산부(수석부장 판사 윤준)는 쌍용건설 회생절차 종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쌍용건설은 1년 2개월만에 회생절차 졸업에 성공했다.

이는 2014년 11월 7일 M&A 예비입찰 이후 불과 2개월여 만인 2015년 1월 29일 두바이 투자청(ICD)과 M&A 투자유치 계약에 성공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쌍용건설은 두바이 투자청(ICD)을 새 주인으로 맞은 후 유상증자 된 1,700억 원을 재원으로 6월 18일 회생채권을 현금 변제해 6월 20일 법원에 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한 바 있다.

법원 역시 “쌍용건설이 해외건설을 많이 하는 대형건설사라는 점을 감안해 국가 경제와 국익, 국가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회생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빠른 회생절차 졸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했다.

이에 따라 회생절차 졸업을 계기로 쌍용건설의 국내외 수주 영업이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쌍용건설 제공] 

두바이투자청은 운용자산이 약 175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다. 세계 최고층 호텔로 유명한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의 소유주인 에마르를 포함해 30여개 기업이 두바이 투자청의 자회사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국부펀드가 쌍용건설의 대주주가 된 만큼, ICD 자체 발주 공사와 2020년 두바이 엑스포 관련 물량 수주도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쌍용건설의 자체 영업력을 바탕으로 국내 공공 및 주택시장, 주력시장인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회사 정상화의 기회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법원과 채권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반드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우량 기업으로 거듭나 관계자 여러분께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쌍용건설 제공] 

한편 2023년 1월 글로벌세아그룹이 쌍용건설을 인수하면서 40년간 쌍용건설을 이끌어온 김석준 대표 체제가 막을 내렸다. 김석준 회장은 쌍용건설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회장직만을 유지하게 됐다.

김석준 회장은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차남이며 1983년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워크아웃 시기인 2006년부터 2010년까지를 제외하고 대표 자리를 지켰다. 김 회장은 2015년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 두바이투자청에 인수된 뒤에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글로벌세아는 인수를 타진할 무렵 김석준 회장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세아그룹은 2023년 1월 2일 인사 발표 이후 “김석준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글로벌세아에서 김석준 회장에게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김 회장은 앞으로도 쌍용건설의 경영 안정화와 사업 확장을 통한 쌍용건설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그 동안 보여주신 리더쉽을 갖고 회사를 이끌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연초 이사회를 통해 김기명 글로벌세아 대표를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기명 대표는 월마트 한국 지사장, 인디에프 대표이사, 세아상역 미국총괄 법인장 등을 역임했으며 앞으로 글로벌세아와 쌍용건설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경영을 총괄한다.

신규 사장으로는 김인수 전 현대건설 고문이 선임됐다. 40년 넘게 현대건설에서 재직한 김 사장은 건축사업본부장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단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한 심철식 세아상역 부사장이 쌍용건설 경영지원 총괄 본부장을 겸임한다.

태영건설 채권단 설명회. [연합뉴스] 

10년 만에 대형 건설사 '워크아웃'신청···태영건설, 남의 뼈 깎자는 자구안에 채권단 '싸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위한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시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충분치 않다고 밝혀 워크아웃 절차에 난항이 예상된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2024년 1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채권단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읽었다.

그러나 윤 회장은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채권단의 질의응답이 이어지기 전에 자리를 떴으며 태영건설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을 설명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연합뉴스] 

태영건설은 우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 원(태영그룹 윤석민 회장 416억 원+티와이홀딩스 1133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안을 발표했다. 또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을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채권단 관심 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은 측은 태영건설의 자구안 약속이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았으며 자구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당초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했지만, 확보한 자금을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2024년 신년사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채권단 설명회 다음날인 1월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태영건설이 내놓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자구계획에 대해 '오너 일가의 자구계획',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는 내놔야 한다는 최후통첩도 날렸다.

이복현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이 협력업체나 수분양자, 채권단 손실을 위해 지원하기로 한 제일 최소한의 약속부터 지키지 않아 당국 입장에서 우려와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전날 발표한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단 입장에서는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는 표현을 쓰며 질타했다.

특히 그는 태영건설이 2024년 1월 11일로 예정된 제1차 채권단 협의회까지가 아니라 바로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의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11일 당일에 이런 방안을 내놓고 동의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넘게 되면 설득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11일이 지나더라도 이 이슈가 계속될 것이라고 누군가가 기대한다면 그건 아닐 거라는 말씀을 드린다"라고도 말했다.

이 원장은 워크아웃과 관련 "모든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채권단 설득이 되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무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태영건설. [태영건설 제공] 

한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지난 2013년 쌍용건설 이후 대형 건설사로는 처음이다. 산업은행 또한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산하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이후 처음으로 워크아웃을 주도하게 됐다. 이번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기촉법은 지난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뒤 6차례 개정을 거듭했다. 지난 10월 15일 일몰 기한이 도래했지만, 지난달 말 기촉법 2026년 10월까지 재연장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지난 10여 년간 강화된 워크아웃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한편, 전국에 흩어진 사업장의 보증채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보증 규모만 9조 원이 넘으며 채권단 수도 상당하기 때문에 ‘역대급 난이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직후 "부동산PF 및 건설사 지원 조치가 순차적으로 추가돼 현재 85조원 시장안정조치가 마련돼 있다. 필요시 추가 확대해 시장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의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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