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들에서 나는 쌉쌀한 인삼, 고들빼기

고들빼기는 강한 쓴맛을 가진 우리나라의 전통나물이다. 고들빼기의 어원은 19세기 초에 맛이 쓴 풀로 번역되는 한자 ‘고채(苦菜)’를 우리말로 풀어 쓴 ‘고돌비’가 전해오면서 ‘고들쌔기’, ‘고들박이’, ‘고들빼기’로 변한 것이다. 만주 지역에서는 ‘아주 쓴 뿌리 나물’이라는 의미로 ‘고돌채(苦葖菜)’라고 표기한다. 한약명으로는 고채(苦菜), 황과채(黃瓜菜), 활혈초(活血草)라 한다.

고들빼기는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식물이다. 고들빼기는 만주 지역부터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현재 한민족이 사는 유라시안 대륙 동부 영역이 주된 분포지다. 일본열도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며 주로 양지바른 산기슭, 들이나 밭두둑, 길가에서 많이 자란다. 식용으로 인공 재배가 시작된 것은 20년 전부터로 오래되지 않았다. 현재는 300ha에 이를 정도로 재배면적이 증가했다. 전북 고창, 전남 순천․여수․광양 등지가 주생산지이다. 주로 1∼3월과 9∼12월에 수요 및 출하가 집중된다.

고들빼기 줄기는 보랏빛 또는 붉은 빛을 띠며 60cm 정도로 곧게 자라는데 많은 가지를 친다. 잎은 길쭉한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는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거나 밋밋한 형태다. 잎의 맨 아랫부분은 줄기를 감싸는 모양이 귀처럼 보이는 매우 독특한 생김새를 갖고 있다. 꽃은 5∼6월경에 피며 가지 끝에 여러 개의 꽃이 뭉쳐 있어 가을 국화 모양을 하고 있으며 색깔은 노란색이다. 종자가 익으면 흰 솜털이 있어 날아다니며 종자는 흑색의 부리 모양을 하고 있다. 뿌리는 굵기가 1∼2cm, 길이는 10∼20cm 정도로 자라는데 이 부분을 잎과 함께 나물로 이용한다.

고들빼기에는 떫고 쓴 맛을 갖게 하는 이눌린 성분이 있어 이른 봄 입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게 하고 혈당조절에 도움을 준다.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등에도 효과적이다. 특수성분으로 타카로틴과 칼륨, 락투카리움, 락투신, 게르마니컴 등이 함유되어 있어 최면, 진통, 진정에 효과가 있어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데 좋다. 또한 사포닌과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발암성 물질을 억제하고 위장과 소화 기능을 좋게 한다.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고 건위작용으로 식욕을 돋우는 효능이 있으며, 감기로 인한 열, 편도선염, 인후염에도 효과가 있는 건강 식물로 알려져 있다.

고들빼기는 뿌리와 잎을 모두 식재료로 활용한다. 봄에 채취하는 고들빼기의 어린싹은 섬유질이 적고 부드러워 겉절이나 무침, 장아찌, 생채, 김치, 전 등을 한다. 가을 고들빼기는 김장철인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 최대수요기이다. 이때 고들빼기를 이용하여 김치를 담가 먹는다.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풍부한 비타민 등으로 인해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

고들빼기를 고를 때는 뿌리가 매끈하면서 잔뿌리가 적고 잎은 연한 보랏빛을 띠는 것이 좋다. 오래되어 잎이 짓무른 것은 피한다. 고들빼기 무침 요리를 준비하려면 우선 잔뿌리를 제거하고, 잎과 뿌리 연결부의 까만 부분을 칼로 긁어낸 후 깨끗하게 씻어 준다. 고들빼기는 쓴맛이 강하므로 소금물에 2~3일가량 담가두면서 두세 번 물을 갈아 주어 쓴맛을 제거한다.

다음에 끓는 물에 약간의 소금을 넣고 3∼4분 정도 푹 삶아 준 후 찬물에 여러 차례 헹구어 주고 물기를 꽉 짜준다. 볼에 고추장, 고춧가루, 국간장, 다진 마늘, 파, 매실청, 들기름 등을 섞어 양념을 만들고 삶은 고들빼기를 넣고 조물조물 무쳐준다. 무침이 완성되면 접시에 옮겨 담고 통깨를 살짝 뿌려 마무리해 주면 혀끝이 감도는 쌉싸름한 고들빼기 무침이 완성된다. 고들빼기를 조리할 때 배즙을 첨가하면 고들빼기의 쓴맛을 중화시켜준다. 고들빼기를 보관하려면 물에 씻지 말고 키친타월로 싸서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고들빼기는 4∼5월이면 온 산과 들에 노란 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예전엔 임금님께 진상했던 귀한 나물이다. ‘천연 인슐린’이라 불릴 정도로 혈당조절과 콜레스테롤 저하에 효능이 있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 쌉쌀한 맛과 향기, 사포닌 성분 등이 인삼과 비슷하여 들에서 생산되는 겨울 인삼으로 일컬으며 인삼김치라고도 불린다. 올봄에는 고들빼기김치를 담가 밥맛을 돋우어야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