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물폭탄'에 중부지방 대혼란…실종・대피・침수 등 피해 속출

파주 이틀간 최고 634㎜…오산 등 범람 위기로 대피령 곳곳 침수, 도로 통제·지하철 중단…오산 등 범람 위기로 대피령 낚시터서 배 전복, 2명 실종…서산서는 90대 매몰됐다 극적 구조 강원 400㎜ 육박 집중호우에 토사 유출·낙석·침수 피해 비 피해 신고 72건 접수…춘천 피암터널 도로 침하로 양방향 통제 북한강 수계댐 수위 조절…내륙·산지 내일까지 30∼100㎜ 예보

2024-07-18     전국종합/ 이현정기자
수도권에 이틀째 집중호우가 쏟아진 18일 오후 서울 올림픽대로 양방향 여의상류IC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틀째 서울, 경기, 충청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물폭탄'이라고 부를 만큼 많은 비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서 실종과 대피, 침수 등 호우 피해가 속출했다.

하루 사이 누적 강수량이 300㎜ 넘은 곳이 잇따른 가운데 시간당 강수량이 72㎜가 넘는 '극한호우'가 이어졌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3시부터 24시간 누적 강수량은 파주 380.1㎜, 강화 367.2㎜, 연천 군남 300.5㎜, 서울 은평 161㎜(이상 수도권), 철원 동송 255㎜, 화천 광덕산 186㎜(이상 강원권), 당진 176㎜, 서산 155.8㎜, 태안 안도 136.5㎜(이상 충청권) 등을 기록했다.

시간당 강수량은 평택 현덕 88.5㎜(오전 9~10시), 평택 포승 71.5㎜(오전 9~10시), 파주 문산 69.8㎜(오전 2~3시), 화성 향남 65.5㎜(오전 7~8시), 연천 군남 58.5㎜(오전 3~4시), 안성 보개 56㎜(오전 10~11시), 인천 강화 55.4㎜(0~오전 1시) 등 극한호우가 내린 곳도 여럿 있었다.

집중호우가 내린 18일 오전 경기도 평택역 일대가 침수돼 있다. [평택시 제공]

특히 이틀 동안 파주·연천 등 경기북부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6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날인 17일 오전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내린 비의 양을 보면 파주 판문점 634.5㎜, 파주 도라산 595.5㎜, 연천 백학면 501.5㎜, 연천 장남 482.5㎜, 동두천 상패 436.5㎜, 인천 강화 391.4㎜ 등이다.

삽시간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인해 실종은 물론, 매몰 후 극적 구조, 고립 등의 사례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10시 46분 경기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의 낚시터에서는 폭우 속에 배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실종됐다. 실종자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전 10시 4분 충남 서산시 운산면 수평리에서는 산사태가 나 90대 노인이 무너져 흙더미에 매몰됐다가 가까스로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앞서 오전 10시에는 파주시 월롱면의 컨테이너 제작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5명이 고립돼 있다가 보트를 동원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새벽 시간대였던 오전 4시 50분께 역시 파주시 월롱면에서 차량 4대가 도로 침수로 차 문이 열리지 않아 운전자와 탑승자 등 5명이 고립돼 자력으로 탈출하는 일도 있었다.

오전 2시 25분 양주시 백석읍 공사장에서는 블록이 무너져 내리며 민가를 덮쳐 4명이 대피했고, 오전 3시 40분 파주시 적성면에서는 80대 노인이 집 안에 고립돼 있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낮 12시 41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는 주택 축대가 무너져 차량 1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사람은 다치지 않았다.

많은 비가 내린 18일 오후 홍수경보가 발령 중인 경기도 오산시 오산천 산책로가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경기 오산시는 이날 오전 9시 20분 안전 안내문자를 통해 오산천 인근 주민들에게 "인근 매홀초등학교 대피소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한강홍수통제소는 앞서 오전 8시 50분을 기해 오산천 탑동 지점에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앞서 새벽과 오전 사이에는 김포시 월곶면과 양촌읍에서도 호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민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충남 당진시도 남원천의 제방 붕괴가 우려된다며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당진에서는 채운동 탑동초등학교와 당진정보고등학교 운동장이 침수돼 학생과 교직원 1천900명이 일시 고립되는 일도 있었다.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내린 18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팔당댐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 10개 하천에 홍수특보가 내려진 상태다.

경기 동두천시 신천과 파주시 문산천은 홍수주의보가 '홍수경보'로 격상됐고, 서울 도림천과 목감천, 경기 고양시 공릉천·파주시 임진강·한탄강·포천천·차탄천·조종천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산림청은 서울, 경기, 인천, 강원에 산사태 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대전, 세종, 전북 지역의 위기 경보 수준은 '경계' 단계로 높였다. 다른 지역은 '주의' 단계 유지 중이다. 산사태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네 단계다.

산림청은 많은 비로 인해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아 중부지방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격상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오전 10시 기준 경기와 인천 지역에서 32개 학교가 학사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임시로 재량 휴업을 한 학교는 의정부의 경의초등학교이다. 다른 학교는 등교 시간을 조정하는 등 조치를 했다.

한강 수위 상승으로 서울 시내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있다.

서울에 호우 경보가 발령된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교 인근 동부간선도로 진입로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오전 2시 55분부터 서울 올림픽대로 양방향 여의상류 IC를 통제했다. 또 오후 2시 15분부터는 잠수교 수위가 상승해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앞서 서울시는 하천 29곳과 동부간선도로 양방향을 비롯한 도로 8곳을 통제했다. 현재 일부만 통행이 재개된 상태이다.

이밖에 오전 8시 24분에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봉담 방면 금어2교 부근 2차로 위로 도로 옆 경사면의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도로가 2시간가량 통제됐다.

이어 오전 11시 10분에는 강원 춘천시 사북면 월평리 국도 5호선 오월피암터널 인근에서 도로 일부가 절벽 아래 춘천호 방향으로 내려앉았다.

전철 운행 또한 일시 중단돼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2분부터 11시 59분까지 경부선 세마역∼평택지제역 상·하행선 일반 열차와 전동차, 일부 KTX가 운행을 멈췄다.

수원역에 정차하는 열차도 비 때문에 잠시 운행이 정지됐다.

경기 이천시 중부내륙선 부발역∼아미역 구간 열차 운행은 오전 11시부터 약 40분간 멈췄다.

강원 내륙을 중심으로 호우 특보가 내려진 18일 오전 춘천시 사북면 원평리 국도 5호선 오월피암터널 인근에서 도로 일부가 절벽 아래 춘천호 방향으로 내려앉아 춘천 지촌 삼거리∼춘천댐 삼거리 구간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경찰과 도로·소방 당국은 지방도 407호선으로 우회 조치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강원 내륙과 산지를 중심으로 연이틀 집중 호우가 내리면서 나무 쓰러짐, 토사 유출, 낙석,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전날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는 총 72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나무 쓰러짐 신고가 33건으로 가장 많았고, 도로유실·침수·파손 9건, 낙석 4건, 토사유출 3건 순이다.

맨홀 역류나 하천 범람 등 기타 신고도 16건이 들어왔다.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양구군 방산면 오미리에서 나무가 쓰러져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하는 등 전날부터 나무 전도 관련 신고가 15건 들어왔다.

앞서 이날 오전 4시 48분께는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 한 연립주택 지하실에 물이 들어차 소방 당국이 배수 조치했다.

오전 3시께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에서는 도로에 낙석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등 토사유출 1건, 낙석 3건, 안전사고 등 기타 8건의 신고가 잇따랐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린 18일 물에 잠긴 섬강 문막교 인근 둔치에서 한 주민이 텐트를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우로 도로가 꺼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11시 10분께 춘천시 사북면 원평리 국도 5호선 오월피암터널 인근에서 도로 일부가 절벽 아래 춘천호 방향으로 내려앉았다.

이 사고로 춘천 지촌 삼거리∼춘천댐 삼거리 구간 통행이 전면 통제됐고, 도로 당국이 지방도 407호선으로 우회 조치했다.

또 도로 인근 전봇대 2대가 전도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2차 피해 예방 조치와 함께 1시간여 동안 14호에 대한 긴급 휴전 작업을 벌였다.

원주에서는 문막교 인근 섬강 둔치가 침수 우려로 진출입로가 막혔다. 문막교 인근에서 야영하던 텐트들이 물에 잠기자 야영객들은 소방 당국의 안내에 따라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원주교 오거리 교량에서는 하천이 범람해 차량 5대가 침수돼 견인됐다.

홍천 초등학교 한 곳과 병설 유치원 한 곳에서는 낙뢰로 인한 화재감지기·컴퓨터 분배기 고장 피해가 발생했다.

춘천과 영월 학교에서도 1곳씩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누수 피해도 잇따랐다.

많은 비가 내리자 최북단 북한강 수계댐은 수위 조절에 나섰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새벽 춘천댐 수문을 열고 현재 초당 1천100t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

의암댐도 새벽 수문을 열고 초당 1천800t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소양강댐은 현재 수위가 181.1m로 홍수기 제한 수위인 190.3m에 못 미쳐 사전 방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18일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충북 제천에서 불어난 하천에 5명이 고립됐다가 전원 구조됐다.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28분께 충북 제천시 봉양읍 명도리의 한 주택에서 "강물이 넘쳐 빠져나오는 길이 막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1시간 20여분 만에 A(40대)씨 등 5명을 모두 구조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이 주택에 청소 작업을 하러 들어갔다가 불어난 하천이 다리 위로 넘쳐흘러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소방본부 제공]

한편 기상청은 19일까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150㎜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19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강원내륙·강원산지·충청·호남 30~100㎜(수도권과 전북 최대 150㎜ 이상, 강원내륙·강원산지·대전·세종·충남·충북북부·광주·전남 최대 120㎜ 이상), 경북북부·대구·경북남부·부산·울산·경남 30~80㎜(경북북부 최대 120㎜ 이상), 서해5도·강원동해안·울릉도·독도 20~60㎜, 제주 5~40㎜이다.

[전국매일신문] 전국종합/ 이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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