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트럼프2기 경제 충격, 유연한 전방위 선제 대응책 마련을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2024-11-13     전국매일신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 │ MAGA)’란 구호가 지난 11월 5일(현지 시각)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더 넓고 깊게 먹히면서 승리해 집권 2기를 맞게 됐다. 자유무역 시대가 저물고 강력한 보호무역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미국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모두 승리함에 따라 행정부뿐 아니라 상·하원까지 모두 장악하게 되어,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세상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4년간 최강대국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안보·경제 지형까지 그의 손에 좌우되게 됨에 따라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모든 나라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 부과와 중국과의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는 “몸에 힘이 남아 있는 한 강력하고 번영하는 미국을 만들 때까지 쉬지 않겠다”라며 “미국을 가장 위대한 국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동안 동맹국이 적국보다 미국을 이용했다고 인식해 왔다.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의 막대한 지원으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종결시키겠다고 공언했었다. 한·미 동맹을 토대로 북한과 ‘강 대 강’ 대치 중인 한국도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매우 걱정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기간 한반도를 향해 “자신이 대통령을 할 때(1기)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없었다. 전쟁을 막았다”라고 주장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과 8월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통해 대북 '확장억제'를 골간으로 한데 묶은 한·미·일 3국 협력을 통한 대북 억제와 현재의 동북아 안보 구도의 사실상 재편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리스크(Risk)’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가치를 앞세운 조 바이든(Joe Biden)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는 동맹보다 이익을 우선시한다. 한국을 동맹국의 관점보다는 거래의 관점에서 보는 도널드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뒤흔들지도 모를 뇌관을 장착하고 있다. “한국은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라며 턱없이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할 것이 분명해 보이며 1기 집권 때 그러했듯이 주한미군 철수 위협을 압박카드로 만지작거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따라서 외교도 거래수단일 뿐이다. 당연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먼저다. 무엇보다도 조 바이든 정부에서 맺은 한·미·일 3국의 각종 합의가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받아내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불공정 거래로 볼 수도 있다는 우려다. 도널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성과를 낸다면 미국과 한·일 양국의 공조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미동맹의 틀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은 초당적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대(對)중국 견제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도 우리 한국에게는 유리한 부분이다. 동맹·우방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어서다. 2018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주도로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일본·호주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세웠던 전례는 도널드 트럼프에게도 한국과 일본은 최우선으로 필요하다는 좋은 본보기다. 한·미동맹에 관한 접근법에서 그동안 한국이 한·미동맹에 얼마나 기여를 해왔는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사전정지 작업을 통해 조 바이든의 흔적은 지워가고 도널드 트럼프의 브랜드로 적극적으로 포장해 실리를 챙겨나가는 영특한 실리 외교전략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금까지의 자유무역주의가 퇴조하고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근다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가 펼쳐나갈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장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이 1.1% 하락할 수 있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자원이 없고 수출 비중이 높은 가운데 가뜩이나 저성장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경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물건이 안 팔리면 생산이 줄어들고 고용도 감소해 실업자가 늘어나고 소비는 위축되고 다시 경제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60%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 실행으로 옮겨 중국과의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할 경우 그 피해가 중국에만 미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데다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기업도 당연히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1월 7일(현지 시각) 대선 후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4.50~4.75%로 0.25%포인트 낮췄다. 한국 기준금리 3.25%와의 격차는 상단 기준 1.5%포인트 차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영향으로 오히려 고공행진 중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점을 가늠하던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 상황이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릴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올해 성장률 하방 위험이 커지면서 2.5%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2∼2.3%로 낮아질 전망이어서 경기 부양도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방향이 불확실해진 금리가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는 경우는 잦아들던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재발해 연준(Fed)이 기준금리 인하를 멈추거나, 속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법인세·소득세 감세 공약까지 현실화해 재정적자가 늘어나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막대한 국채를 찍어내야 하고, 그로 인해 국채금리는 상승(국채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연준(Fed)이 올해 마지막 정례회의인 12월 FOMC에서도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고, 내년에도 점진적인 인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향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 연준(Fed)이 금리 인하 폭을 축소하거나 인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이 경우 고금리로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는 어려워지게 된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품에 10∼20%, 중국산에 60% 관세를 실제로 물리게 되는 경우 한국의 수출액이 7∼8%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줄어 원·달러환율이 더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그로 인해 수입물가가 더 높아지면 한국은행은 소비가 위축되는데도 기준금리를 높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국내 금융·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 11월 6일 야간 거래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 선을 뚫고 내려갔다. 11월 7일에는 장중 1,400원을 터치하고 1,396.6원으로 마감됐지만, 11월 9일 1,399.5원으로 당분간 1,400원대 언저리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제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현실로 닥칠 ‘트럼피즘’은 한국에 고금리·고환율 쇼크를 던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인 과도한 가계대출이 금융시장 리스크로 확산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은 대출 증가의 속도와 규모를 가일층 엄격히 관리해야만 한다. 미국 연준(Fed)은 트럼프 제2기 행정부의 새 정책 노선이 3가지 경로로 금리 인하를 가로막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첫 번째, 관세 폭탄이 수입물가를 올려 인플레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두 번째, 감세도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적자 국채 남발로 시중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세 번째, 이민자 감소 역시 임금과 물가를 상승시켜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맞서 각별한 당연히 긴장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트럼프노믹스’가 한국의 재정·금융정책까지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중견 주요국가들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미국을 설득하는 한편, 공급망 블록(Bloc)화 장기화에 대비해 새로운 산업·통상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하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對)중국 공급망 분리 정책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범위와 강도가 훨씬 넓고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때는 안보 관련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대해서만 장벽을 높였으나, 도널드 트럼프는 자유무역이 미국 제조업을 쇠락시켰다는 인식이 확고한 만큼 이를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지금까진 중국으로부터 직수입되는 상품에만 관세를 부과했으나, 앞으로는 동남아·멕시코 등 제3국 우회 수출도 문제 삼을 방침이다. 아울러 대(對)미국 무역흑자를 빌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압박도 커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불안에다 환율 리스크까지 삼중고(三重苦)가 가중돼 추가 금리 인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도 세수 부족으로 감세나 적극적인 확장재정을 펴나가기는 마찬가지로 힘들다. 하지만 집중적인 연구·개발(R & D)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족쇄처럼 채워진 무거운 ‘모래주머니’와 같은 규제 사슬의 과감한 혁파, 노동 개혁,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키우는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신성장 동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적극적이고 선제적 통상정책 등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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