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 AI 딥시크에 무너진 엔비디아, 졸면 기술 낙제생인데 정치권은 뭘 하나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었던 인공지능(AI) 선두 주자 엔비디아(NVIDIA)가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 深度求索)’ 등장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월 27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딥시크 충격’으로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하는 가운데 챗지피티(Chat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출시 이후 증시에서 최대 빅테크(Big-tech) 기업으로 성장한 엔비디아 주가가 118.42달러(17만 228원)에 마감하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 거래일보다 무려 16.97% 폭락하며 5,890억 달러나 증발했고 시가총액도 2조 9,000억 달러를 기록하며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인공지능 산업 수혜주인 브로드컴(Broadcom) 주가도 약 17.4% 폭락해 시총이 1조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엔비디아 주가의 낙폭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11.71%), AMD(-6.37%), 퀄컴(-0.54%), ASML(-5.75%) 등 다른 반도체주보다 컸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도 -13.33%, 반도체 장비 회사인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은 -5.75%,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에이아르엠(Arm)’은 –10.19% 급락했다. 다만, 인공지능 노출이 적은 빅테크(Big-tech) 기업들은 비교적 선방했다. 이런 와중에 ‘애플(Apple)’은 3.18%, ‘메타(Meta)’는 1.91% 올랐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13%, ‘구글(Google)’의 ‘알파벳(Alphabet)’은 4.03%, ‘테슬라(Tesla)’는 2.32%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날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대폭락은 중국이 개발한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존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2023년 설립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 1월 20일 내놓은 AI모델 ‘딥시크 R1’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2022년 챗GPT 출시 때와 맞먹는 충격이란 평가도 나온다. 중국이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인 딥시크는 지난주 출시된 이래 미국에서만 애플스토어에서 가장 다운로드가 많은 앱으로 올라섰다. 딥시크 쪽은 자신들의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는 비용으로 단지 560만 달러만 썼다고 밝혔다.
중국기업이 기존의 10분의 1 비용으로 개발한 AI모델이 오픈AI의 최신 모델(o1)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기록한 놀라운 기적이다. 기술개발을 주도해 온 미국 AI기업들의 고비용 구조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저비용 고성능’모델이 미국·중국 간 AI패권 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다. 인공지능 선두 주자인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Samuel Harris Altman)’은 자신들의 최신 인공모델인 지피티-4의 훈련에 1억 달러 이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공지능 관련 조사회사인 ‘앤스로픽(Anthropic)’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지난해 방송에서 일부 기존 인공모델의 훈련에 1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딥시크는 엔비디아이가 개발한 인공지능 관련 고가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우수한 성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가 거대언어모델(LLM │ Large Language Model) 훈련에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규모와 비용이 미국 빅테크들과 비교해 훨씬 적어 효율성을 보여줬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캐나다 반도체 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도 지난해 말부터 16나노미터(nm │ 10억분의 1m)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D램을 양산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D램 기업과 기술 격차가 2~3년으로 좁혀졌다는 의미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에는 졸지에 비상등이 켜졌다. 반도체업계에선 지난달 중국 유통시장에 중국산(産) DDR5 D램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미국이 2023년 10월부터 중국의 18㎚ 이하 D램 개발·양산을 저지하기 위해 기술·장비 수출 규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CXMT가 미국 규제를 뚫고 16㎚ DDR5 D램 양산에 성공하자 국내 업계는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능의 핵심 척도인 비트밀도(단위 면적당 저장 단위)는 0.239Gb/㎟로, 동일 규격의 삼성전자 제품(0.217Gb/㎟)과 SK하이닉스 제품(0.213Gb/㎟)보다 높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는 16㎚ 공정을 통해 정보를 저장하는 셀 면적을 18㎚ 공정 대비 20% 줄였다”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CXMT가 DDR4에 이어 DDR5 시장에서도 ‘저가 물량 공세’를 펼칠 것으로 우려한다. CXMT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DDR4를 30% 싸게 시장에 풀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7월 개당 2.1달러이던 PC용 DDR4 D램 고정거래 가격은 12월 1.35달러로 35.7% 급락했다. 한국 기업의 재고는 쌓였고 수익성은 나빠졌다. 결국, 중국의 빠른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술 격차뿐 다른 대안은 없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의 정밀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CXMT는 2016년 설립한 이후 중국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D램 시장점유율에서 매출 기준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강과 격차가 있지만, 생산량(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론 10% 수준으로 턱밑까지 추격했다. 올해 말에는 점유율이 15%로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18㎚ 이하 D램 개발을 막기 위해 2023년부터 시행 중인 장비·기술 수출 규제를 뚫고 첨단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DDR5 시장에서도 중국의 저가 공세가 시작되면 한국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DDR5 출하량(비트 단위 환산)은 87엑사비트(Eb)로 DDR4(62 Eb)를 추월했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가 DDR5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대 황철성 석좌교수의 “한국 D램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은 CXMT의 거센 추격”이라는 지적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한편 미국 바이오기업 인실리코메디신(Insilico Medicine)은 캐나다 토론토대와 협업해 양자컴퓨터로 항암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신약 개발에 양자컴퓨터가 사용돼 가시적인 성과를 낸 첫 사례다. ‘꿈의 기술’ 양자컴퓨터가 실용화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바이오산업용 인공지능(AI) 모델인 ‘알파폴드(AlphaFold)’로 노벨 화학상을 거머쥔 지 3개월 만에 기술 패러다임이 또 한 번 바뀐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의 신약 개발의 최대 관건은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물질을 찾아 수천·만 번의 실험을 반복하고, 효과가 기대 이하면 다음 물질로 넘어가는 지루한 테스트 과정을 수천·만 번 반복해야만 했다. 슈퍼컴퓨터와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확연히 달라졌다. 반복적인 테스트 작업은 이젠 기계의 몫이 됐다. 짐을 나르는 데 손수레 대신 화물용 트럭을 쓰게 된 것과 같은 엄청난 시간 단축이 가능해졌고 양자컴퓨터와 AI의 조합은 화물용 비행기에 비유할 정도를 뛰어넘는 발전이다. 속도에서 차원 자체를 달라한 셈이다. 구글은 최근 새로운 양자컴퓨터 칩 ‘윌로(Willow)’를 설명하면서 “슈퍼컴퓨터가 우주의 나이보다 긴 10자(10의 25제곱)년간 해야 할 계산을 단 5분 만에 끝낼 수 있다”라고 말해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압도적인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지닌다는 점을 재차 입증한 셈이다.
중요한 관건 중위 하나는 한국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지만, AI 분야에선 미국 빅테크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물론 양자컴퓨터도 단점은 있다. 1,000번에 한 번 정도로 계산이 틀리기 때문이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지만, AI 분야에선 미국 빅테크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양자 분야는 아예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가 크다. 미국의 양자컴퓨터 기술을 100점이라고 상정할 때 한국은 2.3점 수준이다. 기술 격차에 소외감이 들 정도다.
지난 1월 20일부터 24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한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는 올해 안에 AI가 설계한 신약의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지난 1월 21일(현지 시각) 밝혔다. 인공지능이 최단기간에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 암, 치매 등 중증질환 신약을 개발한다면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 열릴 뿐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증진할 수 있다.
홍콩의 유력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미국과 중국은 지금 AI의 미래를 놓고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라고 보도하며 앞으로 강대국이 패권 경쟁은 누구의 AI가 더 강한가에 따라 결정될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10년간 대규모 보조금,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통해 ‘기술 굴기(倔起 │ 우뚝 일어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중국이 최고 과학자 수에서 미국을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과학기술 굴기를 가속하고 있다. 최근 중국 데이터 기술 회사인 ‘둥비 데이터(Dongbi Dat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최고 과학자 수는 3만 2,511명으로 미국의 3만1,781명을 넘어섰다. 2020년에는 미국이 3만 6,599명으로 중국(1만 8,805명)보다 훨씬 많았지만, 5년 만에 중국이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와 인재 유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공계 분야 교육 강화, 연구개발 지원 확대, 해외 우수 인재 유치 등을 통해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루고 있다. 중국은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비중을 높여왔으며, 최근 들어서 Nature, Science, Cell 등 최고 권위 학술지에서 중국 연구자들의 논문 게재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고급 인재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애국 석학’ 유치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공부한 자국 출신 우수 인재의 유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내 중국계 석학들의 귀국은 최근 가속도가 붙었다. 2020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로 재직하던 AI 석학 주숭춘이 베이징대로 돌아왔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경제·기관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을 기반으로 연구 활동을 해온 중국 과학자들의 귀국 비율은 2010년 48%에서 2021년 67%로 늘었고 최근에는 75%까지 급증했다. 세계적 블록체인 전문가인 첸징이 15년간의 미국 활동을 접고 지난해 모교인 칭화대 컴퓨터 과학·기술학과 교수로 돌아왔다. 중국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학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상자산 활성화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은 한국을 비롯한 각국과 달리 기술 연구를 주도하는 석학들이 먼저 움직여서 ‘국가 과제’를 만들고, 기업이 호응하는 구조로 돌아가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위상이 유독 높다는 특징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을 졸업한 석·박사 인재들의 해외 엑소더스(Exodus │ 탈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AI·반도체 분야 등의 기업 인재들도 기회만 닿으면 미국·유럽 등으로 건너가고 일부는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도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한국은 기업들이 자체적인 R&D와 투자에 나서는 것조차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중국 테크업계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996(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관행’이 자리 잡고 있고 미국, 대만, 일본 등은 특정 직종이나 일정 급여 이상을 받는 사람에게는 ‘화이트칼라 면제’ 조항을 통해 근로시간 규제의 예외를 두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996 문화’를 넘어 ‘007(24시간, 주 7일)’ 근무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996’으로 회귀하자거나 ‘007’을 지지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아니다.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 주 52시간제에 유연성을 갖자는 것이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 특별법」처리도 미뤄지고 있어 안타깝다. 차제에 이들 「반도체 특별법」과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물론 「해상풍력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법」 등 민생·경제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업들의 숙원 입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만 할 것이다. 중국 ‘레드 테크(Red Tech │ 최첨단 기술)’의 공습은 나날이 거세만 가는데 우리 기업들은 온갖 규제와 입법 교착(膠着) 심화로 손발이 꼭꼭 묶여 있다.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신기술 전쟁에서 거침없이 뛸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졸면 기술 낙제생으로 급락한다. 정치권은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2월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같은 국가 먹거리 지원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첨단산업 에너지 3법(「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법」, 「해상풍력 특별법」) 입법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