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223] “평등하지 못한 법은 주먹보다 사납다”

서길원 大記者

2025-03-12     서길원 大記者

-당연히 ‘언제부터 검찰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의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은 ‘특별한 사람들’, 그러니까 권력자에게 바치는 법의 정의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로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흔히 말한 법이 정의 구현의 마지막 보루인가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보면서 뜨악해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법이 정의롭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될 때 가능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법은 공평하지 않았다. 한때 법을 가리켜 유행했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효한 절규다. 오히려 불평등은 더욱 심화 돼 ‘유권무죄. 무권유죄’까지 더해졌다.

법은 같은 죄 앞에서도 돈과 권력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든다. 마술과 다를 바 없다. 마술은 재미라도 있어 웃을 수 있지만 법의묘기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약육강식의 정글로 만든다.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은 제가 취임 이후 계속하여 강조하여 온 저희 검찰의 기본적인 사명입니다. 기소 이후에 피고인의 신병에 관한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기 때문에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였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 항고하지 않고 풀어준 데 대해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을 들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사안의 중대성이 여전한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법원의 판단에 순응했다. 이례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현상이다.
당연히 ‘언제부터 검찰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검찰의 ‘적법절차’와 ‘인권보장’은 ‘특별한 사람들’, 그러니까 권력자에게 바치는 법의 정의일 뿐 ‘무전무권’의 ‘개털’들과는 무관한 단어에 지나지 않는다.

검찰은 불과 2년 전, 일반 피고인 사건에서는 정반대의 결정을 했다. 공동공갈 혐의로 함께 구속된 피고인 2명에 대해 울산지법이 구속 취소 결정을 하자, 검찰이 즉시 항고했다. 심지어 피고인들은 이미 석방된 상태였다. 검찰의 즉시 항고는 오랜 관례였다. 그런 관례가 하필이면 내란 혐의를 받는 현직 대통령 앞에서 무너졌다.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해도 그간의 형사·사법적 관행을 최고 권력자의 최고 중범죄 재판에서부터 바꿔 적용하는 것이 과연 법의 정의에 맞느냐 하는 것이다.
기존 형사 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법리의 대 변화가 왜 하필이면 윤 대통령 구속 사건에서 시작돼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이 일반 ‘개털’이었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즉시 항고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법 앞의 평등’을 묻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날’이라는 표현에 근거해 구속 기간을 산정할 때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된 날짜를 모두 뺐고, 법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피의자 인권을 이유로 그간의 관행을 뒤집었다.
교도소 수감자 가족이 주로 활동하는 이른바 ‘옥바라지 카페’에 “이번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신청으로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판례가 생겨 체포 시간, 영장 발부의 날짜와 시간을 알아보면 구속 취소 소송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당연히 제기될 만하고, 문제 제기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 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야 한다면 기존에 구속됐던 다른 이들도 줄지어 구속 취소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 계엄으로 대한민국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여·야의 부추김 속에 국민은 둘로 나뉘어 극한 대립으로 국가 권위와 경제가 나락으로 곤두박질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국가 공무원, 국회의원, 그중에서도 법으로 먹고사는 공직자들의 엄정함이 필요하다.

이른바 판·검사, 변호사들이 ‘법 기술자’라는 천박한 놀림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러한 표현에 스스로 분노하지 않는다면 법은 주먹보다 못한 정글의 비열, 그 자체다. 판·검사를 향한 터무니없는 비난이라고 하기에 앞서 작금 이들의 법적 정의가 얼마나 공평했는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래도 아직은 주먹보다 법을 믿는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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