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피해' 경북산불, 동해안까지 닿았다···"시간당 8.2km 확산"
화기 잡을 비 감감무소식··· 피해면적 역대 최고 전망 정부, 안동·청송·영양·영덕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
지난 22일 의성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이 경북 5개 시·군을 휩쓸며 엿새째 계속 확산 중이다. 역대급 피해를 낳고 있는 이번 산불은 여전히 진화되지 않은 채 동쪽으로 퍼지고 있다.
산불 확산을 억제할 것으로 기대했던 비는 아직 대부분 지역에 내리지 않았고, 진화율도 빠르게 감소하는 중이다. 이로 인해 불길은 더욱 거세졌으며,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림청은 27일 헬기 79대, 인력 4,635명, 장비 693대를 동원해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순간 풍속 초속 15m에 달하는 강풍과 21~22도의 고온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동부 지역에 예보된 비는 강수량이 5㎜ 미만에 불과하고, 아직 내리지 않아 건조한 나무와 낙엽이 여전히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상당국은 내륙에 들어온 비구름이 약화되었고, 비가 오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비가 내린다 해도 다음 강우는 4월 초에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진화대원과 헬기 조종사들은 장기간 작업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산불 진화율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24일 낮 71%까지 올랐던 의성·안동 지역의 진화율은 이후 50% 초반으로 하락했다. 영덕과 영양 지역은 각각 10%, 1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북부 지역에서는 불씨가 민가와 산림으로 날아가 새로운 화재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의성 산불은 시간당 8.2㎞ 속도로 번지고 있으며, 이는 역대 가장 빠른 확산 속도다.
27일 오전 기준 산불 영향 구역은 3만3,204헥타르로, 이는 실제 피해 면적보다 넓게 잡히는 수치지만 지금과 같은 확산세라면 피해 면적은 이미 역대 최고치를 넘겼을 가능성도 있다.
기존 최대 산림 피해는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로, 2만3,794헥타르가 불에 탔다. 현재 산불은 영덕까지 번졌고, 경로를 따라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영덕에서는 주택은 물론, 어선과 양식장까지 불에 타며 통신이 끊긴 지역도 있었다.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도 화재 피해를 입었다.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주왕산 대전사 인근까지 불길이 접근하면서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화재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지에서는 주민 3만3,089명이 체육관 등 대피소로 이동했다. 산불은 의성에서 시작돼 동쪽으로 80㎞ 떨어진 영덕까지 도달했고, 남풍이나 남서풍이 불면 울진 지역까지 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산림청은 인명과 재산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중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안동, 청송, 영양, 영덕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앞서 의성, 산청, 울주, 하동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추가 지정이 대규모 산림 피해와 이재민 발생에 따른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 시 범정부적인 복구 지원과 피해자 구호가 진행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생활 기반시설 피해가 많은 만큼 빠른 피해 복구와 지원을 약속하며, 이재민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위해 행정·재정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매일신문] 경북 본사/ 신용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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