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근절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2017-07-04     .

'갑질 논란'으로 수사를 받는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이준식 부장검사)는 3일 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정 전 회장은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다가 '아무 말씀을 하지 않을 것이냐'는 말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지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검찰에 들어가서 답변하겠다"고 밝히고는 긴 시간 고개를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에게 가맹점에 치즈를 강매한 이른바 '치즈 통행세' 의혹과 탈퇴 가맹점을 표적으로 한 보복 출점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어 가맹점에 비싼 가격으로 치즈를 강매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 등을 받는다. 친인척이나 지인이 운영하는 간판업체를 지정해 가맹점들이 비싼 가격에 간판을 교체하도록 하고, 본사 광고비를 가맹점주에게 떠넘기거나 회장 자서전을 가맹점에 대량으로 강매했다는 의혹 등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또 탈퇴한 가맹점주의 가게 인근에 직영점을 보복 개점했다는 의혹이나, 첫 가맹 계약 기간이 지난 소규모 매장은 반드시 확장하도록 했다는 정황 등에 대해서도 위법 여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행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직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의 지역사무소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본사가 가맹점 수익의 일정 부분을 광고비 분담금 명목으로 떼가기로 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인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BBQ는 "물류비, 인건비, 임대료 등이 올라 가맹점주들의 가격 인상 요구가 많았다"며 5월 초와 6월 초 두 차례에 걸쳐 30개 품목의 가격을 최대 2천 원 올렸다. 그러면서 치킨 한 마리당 550원(부가세 포함)씩을 광고비 명목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BBQ에 이어 교촌치킨 등 다른 치킨 업체들도 가격을 올리려 했으나 공정위가 나서자 철회했다. 가맹점주를 울리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행태로는 일방적 계약 해지, 부당한 광고비 전가, 무리한 매장 확대 요구, 반품 거절 등이 꼽힌다. 최근에는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너 리스크'가 '신종 갑질'로 떠올랐다. 이 사건이 보도된 후 가맹점 매출이 20∼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에는 직장 퇴직자들이 생계유지 차원에서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사업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도 큰 위험 없이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생계형 창업자들이 본사의 부도덕한 갑질로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이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다. 그런데 아직도 본사 갑질 같은 행태가 남아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차제에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행태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것이 표준계약서 사용 의무화이다. 지금도 표준계약서는 있지만, 권고사항이어서 본사가 유리한 조항만 반영해 별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당국은 광고비 분담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항목을 표준계약서에 반영해 투명한 계약서 작성을 유도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오너 리스크' 논란과 관련해 가맹점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일명 '호식이방지법'(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니 다행이다.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