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버리고 실질적인 실사 받아야

2018-02-26     .

한국GM에 대한 산업은행의 실사가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시작된다. 한국 정부의 지원 여부를 가늠할 이번 실사를 최대한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하고자 실사 합의서에 구속력이 있는 자료요청 권한을 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GM과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은행도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25일 정부 당국과 산은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한국GM의 현 상황을 정밀진단할 실사가 개시된다. GM과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한국GM이 실사 합의서에 넣을 문구를 최종 조율하는 단계"라면서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실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21일과 22일 정부와 산업은행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산은의 재무 실사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GM은 실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하면서 실사가 최대한 빨리 시작돼 조기에 완료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산은은 GM의 이런 입장 등을 감안해 통상 2~3개월이 소요되는 실사 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이르면 3월말, 늦어도 4월 중에는 정부와 산은이 한국GM에 대한 실사 결과를 확보하게 된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이미 기초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는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GM의 정확한 경영상태를 파악한 뒤 GM 본사가 내놓을 경영 정상화 방안 등을 보고 지원 여부와 규모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산은은 이번 실사를 최대한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한다는 원칙에 따라 한국GM의 분기 실적과 손실 분석 등 재무 현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GM 본사의 한국GM에 대한 고금리 대출 ▲GM 계열사 간 납품 가격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는 한국GM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약 2조 원의 적자를 낸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GM 측이 실사에 필요한 경영 자료 제출에 협력할 것임을 구두로 밝히긴 했지만, 실제 실사 과정에서 민감한 자료를 순순히 내놓을지는 의문이다. 한국GM이 과거 산은의 재무 실사나 감사를 제대로 수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산은은 2016년 4월 한국GM의 대규모 손실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경영진단 컨설팅을 제안했으나, GM 본사와 한국GM의 거부로 관철하지 못했다. 산은은 지난해 3월 주주 간 계약서에 근거해 한국GM에 대한 주주감사권 행사를 결정하고 회계법인과 함께 재무 감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때도 한국GM의 비협조로 한 달여 만에 감사를 중단해야 했다. 산은은 한국GM이 다양한 방식의 비협조로 주주감사를 무력화해 정상 감사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주주 간 계약서에는 감사를 강제할 수단이나 감사 미이행에 따른 제재 조항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한국GM 재무 실사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정부와 산은은 이번 실사 합의서에 'GM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 충실하게 실사를 받는다'는 문구를 넣을 계획이라고 한다. 산은이 요청하는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아 한국GM에 대한 정부 지원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 책임이 GM에 있다는 것을 명시하는 방안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실사에 필요한 중요 자료 제출을 다시 거부하지 못하게 하려면 꼭 필요한 부분이다. GM 측은 우리 측의 이런 요청에 반드시 응하고, 실사 때도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