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용 지시·보고 입증” vs 삼성 “있을 수 없는 상식밖 주장”

8개월만에 3번째 영장심사 “지시 있었나” 질문에 묵묵부답 합병·경영권 승계과정 불법 의혹 檢, 옛 미전실 문건 등 물증 제시 증거인멸 우려 구속 수사 주장 삼성 “불법적 시도 전혀 없었다”

2020-06-08     서정익기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8개월 만에 다시 법원 포토라인에 섰다.


이 부회장은 8일 오전 10시2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나왔다.

이 부회장은 “불법합병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 없나”, “수사 과정에서 하급자들이 보고가 있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전히 부인하나”, “3년 만에 영장심사를 다시 받는 심경이 어떤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지만 기자들 앞에 서지는 않았다. 검찰은 지난해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한 이후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영수 특검의 수사를 받았던 2017년에는 비공개 소환 규정이 없어 검찰 소환 때마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은 이 부회장이 법정으로 들어간 직후 차례로 법원에 도착했다.

이들 역시 “(합병 의사결정 등에 대해) 사전에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심사가 열리는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서관 1층 출입구에는 이 부회장의 출석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모였다. AP, AFP 등 외신들도 자리를 채웠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부장과 최재훈(45·35기) 부부장, 김영철(47·33기)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 등 수사팀 검사 8명을 투입했다. 삼성 측에서는 판사 출신 전관을 중심으로 10명 가까운 변호인단이 변론에 나섰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과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방안 등 현안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옛 미전실 문건 등 물증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말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만큼 구속하지 않을 경우 총수 지위를 이용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도 펼 전망이다.

이 부회장 측은 1년7개월간 수사로 필요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가 희박하다는 점을 내세워 불구속 수사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 전후 각종 불법행위를 동원했다는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를 재판부가 얼마나 인정할지도 관건이다.

검찰은 삼성 측이 제일모직 주가를 끌어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는 떨어뜨려 제일모직 지분만 23.2% 보유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이끌어냈다고 의심한다. 합병 결의 이후에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두 회사 주가를 함께 띄웠고 이들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승인을 거쳤다고 본다.

삼성 측은 “시세조종은 결코 없었다”, “주가방어는 모든 회사가 회사 가치를 위해 당연히 진행하는 것이고 불법적인 시도는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다. 이 부회장이 주가관리를 보고받았다는 의혹에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이라고 했다. 4조 5000억 원대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혐의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따랐을 뿐 죄가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린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9일 새벽 결정된다.

 

[전국매일신문] 서정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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