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별의 안부를 묻다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2021-12-22     전국매일신문
[이미지투데이 제공]

별의 안부를 묻다

           - 김남권作
 
나는 한 번도 별이 뜨는 걸 본 적이 없다
별이 지는 걸 보는 건 아주 오래되었지만
뜨는 걸 본적은 한 번도 없다
별의 주소도 모르고
별의 가족도 모른다
이젠 더 이상 별이 지는 것도 못 보겠다
별의 나이도 묻지 않기로 했다
이미 별의 심장이 되어 나를 점령한 너를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나는
숨이 막힌다
그저 별의 그림자만 따라가기로 했다
별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별이 된 너의 안부를 묻기로 했다
이 밤이 지고 나면 네가 숨 쉬던 자리에
별꽃 한 송이 피어나
바람마저 붉게 물들이겠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왜 이름을 별이라 했을까. 
사람들은 언제부터 별이라 불렀을까. 
우주에 떠 있는 모든 천체 중 태양, 달, 지구를 빼놓고 전부를 별이라 부르고 한자로는 星이라 쓰는데 우리는 무슨 연유로 별이라 부르는지를 이제 알겠다. 

김남권 시인은 어떠한 아픔도 스스럼없이 받아들여 내부에서 발생한 슬픔을 복사해서 스스로 빛을 내게 하는 시인이다. 

그 빛이 외부로 유출됐을 때 빛을 받는 사람들이 함께 눈물 흘리고 슬픔의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는 자광(慈光) 시인, 자애로운 빛이 독자를 만났을 때 독자는 그 빛을 별이라 부른다. 

아득한 옛날부터 그런 연유로 별이라는 이름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이별의 슬픔을 달래고 그랬다. 

별은 인간이 고개를 쳐들어야 보이며 어둠에 익숙해야 보이는, 자애를 품어야 보이는 사랑의 빛이다. 

그러나 함께 품었을 때는 환한 웃음이다. 
김남권 시인은 하나의 별에 사랑의 이름을 붙이고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어떤 기회를 얻어 가슴에 별을 품은 사랑이 떠난 자리는 암흑이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의 끝이다. 
오직 그 별만이 가슴에서 타올라야 하는데 꺼지고 말았다. 

그 뒤부터는 별이 뜨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6,000개의 별 중 그 하나가 보이지 않으니 하늘 전체가 어둠에 잠겼다. 

그렇다고 가슴에 품은 별을 버릴 수도 없다. 
잊을 수가 없고 잊는 순간 하늘이 무너진다. 
이미 그 별의 심장이 되어 점령한 별을 떠올리기도 숨 막히는데 어쩌란 말인가. 

별의 그림자만 따라다니고 바람에 스치는 소리만 들으며 안부를 묻는 심정은 무슨 말로도 표현하지 못한다. 
그저 한밤을 지내며 숨 쉬던 그 자리에 그림자 같은 별꽃이나마 피워지기를 기원할 뿐이다. 

사람이 가장 슬픈 일이 무엇인가를 노래하고 그 슬픔을 무엇으로 감춰야 하는지를 별의 안부로 물어 자신을 암흑에서 구해낸 시인의 따뜻함이 오늘 밤도 하늘에 총총하게 하겠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jeonm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