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 '갑질' 남양유업, 회장 없는 '대국민 사과'

'영업직원 폭언' 남양유업, 대국민사과에도 불매운동 거세져 2016년 이른바 '남양유업방지법' 대리점거래 공정화 법률 제정 '땅콩회항' 대한항공, 항공기 업무방해・강요혐의 등 유죄 인정 '치즈통행세' 미스터피자, 공정거래법 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 적용

2023-05-09     김주현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9일 '갑질' 남양유업, 회장 없는 '대국민 사과'

지난 2013년 5월 9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갑질' '대국민 사과'이다.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 [연합뉴스]

회장 없는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불매운동' 역풍
영업직원의 폭언과 밀어내기 내용이 담긴 음성 파일이 공개되면서 '갑(甲)의 횡포' 논란에 휩싸인 남양유업이 9일 대국민사과를 했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련의 사태에 대해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국민여러분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상에 공개된 당사 영업사원과 대리점 사장과의 음성녹취록에 대해 사과한다"며 "환골탈태의 자세로 인성교육 시스템과 영업환경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영업현장에서의 밀어내기 등 잘못된 관행을 인정한다"면서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잘못된 관행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와 갈등 관계에 있는 '대리점피해자협의회'에 대한 경찰 고소를 취하하고 화해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대리점의 영업현장 지원 확대, 대리점 자녀 장학금지원 제도 도입, 대리점 고충 처리 기구 도입 등 상생 방안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태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대리점과 함께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반성하는 자세로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남양유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 제품들의 판매가 일제히 감소했다.

대형마트 내에서 남양유업 제품 판매가 하락세를 보였다. 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연 지난 9일 남양 제품 판매의 하락폭이 가장 커졌다.

실제로 A마트가 지난 9일 남양유업 제품 판매 추이를 살펴본 결과, 2주 전인 지난달 25일 비교해 흰우유는 38.2%, 가공우유는 45.3%, 분유제품은 29.6%, 커피제품은 16.7%씩 감소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제품을 교체할 수 없는 분유를 제외하고 흰우유와 커피 제품 등을 중심으로 남양유업 제품의 판매가 떨어지고 있다”며 “남양유업 사태로 소비자들이 외면한 것도 주요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CU·GS25·세븐일레븐 점주 단체 연합회인 ‘전국편의점가맹점 사업자단체협의회’는 8일부터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으로 생존권 위협을 느낀 '남양유업전국대리점협의회'는 5월 29일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6월 14일 7차 회의 끝에 사측과 협상 타결했다. 2016년 12월 23일 이른바 '남양유업방지법'인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사과하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뉴스]

'땅콩 리턴' 파문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직접 사과'
이른바 ‘땅콩 리턴’ 파문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12월 12일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으러 나온 자리에서 처음으로 직접 사과했다.

대한항공 사내 등기이사직과 그룹 계열사 대표직도 모두 내놓기로 했다. 지난 5일 뉴욕발 대한항공 여객기의 램프리턴(이륙을 준비하던 비행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과 객실 사무장 하기(下機) 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 만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2시 55분께 검은색 코트를 입고 김포공항 인근의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에 나와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작은 목소리로 “죄송하고 잘못했다”고 말했다.

고성과 욕설을 했는지 여부,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을 때 기장과 합의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또 해당 사무장에게 직접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오후 1시30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딸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조현아의 아비로서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이어 “국토부와 검찰 조사 결과에 상관없이 조현아를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등기이사와 계열사 대표 등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향후 경영복귀에 대해선 “그런 생각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여객서비스지점에 수사관들을 보내 항공기 운항 기록 등을 압수수색하고, 조 전 부사장을 출국금지시켰다.

박창진 당시 사무장은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이 심한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지침서 케이스로 손등을 수차례 찔렀고 사건 이후 회사 측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후 2015년 2월 12일 법원은 1심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항로 변경죄'가 적용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017년 12월 21일 2심에서는 항공기가 다니는 하늘 길이고 지상인 계류장 내에서의 이동은 항로로 볼 수 없다며 1심을 뒤집고 항로 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의 항공기 내 업무방해와 강요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인정했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의 사과 [연합뉴스]

●'갑질논란'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직 내놓으며 '대국민 사과'···결국 징역 3년·집유 5년 선고
제품 유통 단계에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수십억원대 이익을 챙기게 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이지영 김슬기 부장판사)는 2023년 4월 21일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4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MP그룹 법인(법인명 DSEN)에는 벌금 2억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은 국내 대표적인 피자 프랜차이즈의 치즈 거래 과정에 별다른 역할이 없는 회사를 추가했다"며 "이는 경영상 판단이 아니라 오직 특수관계인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그 피해는 가맹점에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즈 통행세'에 공개적으로 항의한 가맹점주를 상대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식자재 유통을 막고 보복 목적으로 직영 매장을 출점하는 등 범행 경위가 매우 불량하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정 전 회장은 가맹점주들의 피, 땀, 노력으로 성장한 회사의 재산을 자신의 주머닛돈처럼 사용했고 자신의 부당 행위 때문에 탈퇴한 가맹점주들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며 "이로 인한 피해가 반환이나 합의로 원상회복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1심이 '치즈 통행세' 부분을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판단한 데 비해 2심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닌 회사에 손실을 끼친 배임으로 봤고 대법원은 작년 10월 공정거래법 위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정 전 회장은 2005년∼2017년 치즈 유통 단계에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 두 곳을 끼워 넣어 57억 원의 '치즈 통행세'를 챙기도록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2017년 6월 26일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은 갑질 논란을 직접 사과하며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정우현 회장은 “국민여러분이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드림과 동시에 제 잘못으로 인해 실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식자재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 있는 일체의 친인척을 철저히 배제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구매하겠다”며 “즉각 각계 전문가와 소비자 대표, 가족점 대표가 참여하는 포괄적인 상생 방안을 강구하고 구체적인 경영 쇄신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부연했다.

또 정 회장은 “최근의 여러 논란과 검찰 수사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여 금일 MP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공정거래 위반에 대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점 대표와 매장에서 일하는 4000여 직원들 그리고 수많은 협력업체들을 잊지 마시고 애정 어린 사랑을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거듭거듭 제 잘못으로 인하여 상처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천점과 동인천역점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즉시 폐점키로 했다.

앞서 검찰은 피자 재료인 치즈를 가맹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회장 친인척이 관계된 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는 방식의 불공정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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