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 용산 미군기지 '시민품으로' 돌아오기까지
국토부, 2011년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수립불구 용산기지 주변 주민들조차 기지 내부 실태 몰라 시민 다수 "용산 기지안 근대건축물 보존해야" "고층건물은 안돼" 문재인 정부,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생태자연환경 '용산공원' 밑그림 윤석열 정부, 용산시대 열며 '용산어린이정원'으로 국민에 개방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17일 '용산 공원화' 방안을 시민에게 묻다
지난 2013년 5월 17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용산 미군기지'와 '용산 공원화'다.
●시민 다수 "용산 기지안 근대건축물 보존을", "고층건물은 안돼"
2016년 용산에 있는 주한미군이 경기 평택으로 이전을 마치면 마침내 124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주한미군이 발행한 출입증이 있어야 미군기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은 미군기지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2011년 주민 공청회 등을 거쳐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을 만들었지만, 용산기지 주변 주민들조차 기지 내부의 실태를 모르고 있다.
지난 5일 어린이날에 용산가족공원을 찾은 B(30)씨는 “미군기지 안에 근대건축물이 있다면 보존해서 활용하는 게 좋겠다. 철거하고 새로 뭔가를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자”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미군기지 안에 있는 시설물은 대부분 군사시설이다. 일본군 관사 등이 근대건축 유산으로서 의미가 있어 남겨야 한다면 제한적으로 남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용산공원과 관련한 최대 쟁점은 고층 개발 문제다.
국토부의 기본계획에는 미군기지 이전비용 충당을 위해 캠프 킴, 유엔사, 수송단 터 18만㎡를 상업지구로 용도변경해 고밀도로 개발한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시민들은 고층 개발에 부정적이었다. 이미 근처에서 벌어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탄난 상황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용산가족공원에서 만난 C(71)씨는 “서울은 허파가 필요하다. 용산공원은 미래 서울의 허파다. 고층건물을 짓고 싶은 욕심으로 망가뜨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설혜영 용산구의원(무소속·용산 마)은 “용산공원의 상업개발은 주변지역에 대한 개발 압력을 높여 난개발을 부를 수 있다. 공원 내부만큼이나 주변부 관리도 중요한데, 국토부 기본계획엔 그런 고민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개발을 원했다.
용산구 남영시장에서 40여년 식료품가게를 운영해온 E(76)씨는 “이곳 주민들은 개발을 기다린다. 동네가 깨끗하게 정비되길 바란다. 물론 개발을 하더라도 남산을 가리는 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명래 교수는 미군기지 이전의 재원도 마련하고 생태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도심에 가까운 캠프 킴은 복합시설로 짓고, 유엔사와 수송단 터는 고층 개발을 허용하지 말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국토부가 유엔사·수송단 부지까지 고층 개발을 허용하면 남산 조망권이 훼손되고 주변지역과 부조화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2년 4월 23일 국토해양부는 우리 나라 최초의 국가공원이 될 용산공원에 대한 설계 국제공모 결과, '미래를 지향하는 치유의 공원(Healing -The Future Park)'이 1등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생태자연환경 꿈꿨던 '용산공원'
정부가 기존에 세웠던 서울 용산공원 조성 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특히 ‘부처별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공원 내 보전 건축물 활용방안을 백지화하고 생태공원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새 건물은 짓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용산공원은 2011년 11월 종합기본계획 확정 이후 5년 만인 2016년 11월 전면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됐다. 당초 계획에 꾸준히 반대했던 서울시는 정부의 결정을 즉각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용산공원 조성 기본방향’을 발표해 현재 미군기지 등에 남아 있는 1200여 개의 건축물 중 역사적 가치가 있는 80여 개에 대한 활용방안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올해 4월 부처별 공모를 통해 용산공원 내 기존 건물을 활용하거나 신축해 경찰박물관(경찰청), 어린이아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여성사박물관(여성가족부) 등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조성 이념과 다른 활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서울시는 “용산공원을 중앙부처가 나눠 먹는다”며 공식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신축 없이 기존 건물들을 활용해 문화·체육시설, 편의시설, 공원관리시설 등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철거하는 1100여 동(棟)의 건물 터는 잔디밭 등 빈 공간으로 남긴다. 또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접한 공원의 남쪽 부분에 인공호수를 조성하고 공원 곳곳에 야생화 정원을 꾸미는 등 녹지 비중을 최대한 높일 계획이다.
보전 건축물 활용방안 결정 시기도 특정하지 않았다. 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이 끝나는 내년부터 건축물 정밀조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활용 방안에 대한 여론 수렴도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보안 문제로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미군 유류저장고나 벙커 등 지하시설물을 활용하면 용산공원의 자연지형을 회복하고 역사유적을 보전하면서도 공원에 필요한 시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완성이라는 의미보다는 공원의 기본적인 틀과 토대를 마련한다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내용물은 수 세대에 걸쳐 계속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2018년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용산서 열린 광복절 행사의 경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용산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생태자연공원으로 조성될 것입니다"라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 허파 역할을 할 거대한 생태자연공원을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윤석열 정부, 용산시대 열며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변경
용산 미군기지 일부가 120년 만에 '용산어린이정원'으로 국민에게 개방된다.
2023년 4월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4일 오후 2시부터 용산공원 부지 중 30만㎡가 용산어린이정원으로 조성돼 출입이 허용된다.
이번 개방으로 1904년 한일의정서 체결 후 120년 만에 국민의 용산기지 출입이 가능해진다. 용산기지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주둔을 거쳐 해방 이후에는 미군기지로 활용돼왔으며 기지 반환 및 용산공원 조성이 예정된 가운데 지난해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계기로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크게 3구역으로 나뉜다. 장군숙소 지역은 미군 장군들이 거주한 붉은색 지붕의 단층 단독주택과 나무로 된 전신주가 이국적인 풍경을 뽐낸다. 홍보·전시관 및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휴게공간도 준비됐다. 또한 미 8군 클럽에서 태동한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도 볼 수 있다.
잔디마당·전망언덕은 과거 미군 야구장 7만㎡ 부지를 도심 속 녹지로 조성했다.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비롯해 들꽃 산책길도 만들어졌다. 특히 전망언덕에서는 반환부지 전체 풍경과 함께 대통령실, 남산 등 주변 명소를 조망할 수 있다. 아울러 스포츠필드에는 만 12세 이하 어린이 전용 야구장, 축구장이 생긴다.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이용이 가능하다.
5월 4일 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일하면서 생각을 해보니까 우리나라에 어린이들이 뛰놀 데가 너무 없는 것 같더라”라며 “그래서 어린이정원으로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후 5월 14일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 내 야구장에서 열린 '2023 대통령실 초청 전국유소년 야구대회' 현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관람하기도 했다. 이날 격려사에서 윤 대통령은 “여러분이 뛰는 걸 보니 청와대에서 나와서 용산에 온 게 얼마나 잘된 일인지 가슴이 뿌듯하다.”며 “여러분 나이에 제일 중요한 것은 밖에서 해를 보며 뛰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된 것은 잘한 선택이고, 앞으로도 야구를 사랑하고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등 환경·시민단체들이 오염정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공원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을 흙과 잔디로 덮은 채 정원으로 개방하고 있다며 반환 용산미군기지 중 장군 숙소단지, 야구장부지, 스포츠 필드였던 부지 등을 ‘용산 어린이정원’으로 임시개방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기도 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