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보는 대한민국 정치 변화
2013년 박근혜, 5.18 기념식 참석...현직 대통령으로 5년만에 문재인 "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안해도 참석은 높이 평가해야" 2007년 문재인, 9년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단순한 노래 아냐...5월 피・혼 응축의 상징이자 5.18정신 그 자체" 2023년, 윤석열 정부 들어 보수도 노래 제창하며 '호남 민심' 구애 '전두환 손자' 전우원 첫 참배...문재인, 전임 대통령 최초 참석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18일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보는 대한민국 정치행보 10년
지난 2013년 5월 18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5·18 기념식'이다.
●'반쪽'으로 끝나버린 5·18 33주년 기념식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이 열린 2013년 5월 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한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펴졌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박근혜 대통령의 기념사 직후 인천오페라합창단의 합창으로 공연됐다.
국가보훈처의 거부로 '공식 제창'은 되지 못했으나 대부분의 기념식 참석자들은 보훈처의 결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거부 결정 이유로 "주먹을 쥐고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시작되자 처음에는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강운태 광주시장이 건넨 태극기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직접 부르지 않았지만 곡이 끝나기까지 선 채로 노래를 청취했고 때때로 태극기를 흔들었다.
박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현직 대통령으론 5년 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08년을 빼고 내리 4년간 불참했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지 않았다고 해도 박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빛이 바랬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반발한 5월 관련 단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광주시의회 등이 기념식에 불참해 반쪽 행사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민주묘지 입구에선 5월 단체의 회원들이 입장을 거부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지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통합진보당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광주 망월동 구 묘역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33년의 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의 슬픔을 지우지 못하고 계신 유가족과 광주시민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오월 영령들께서 남기신 뜻을 받들어 보다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 희생과 아픔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5·18 정신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9년 만에 다시 제창한 '임을 위한 행진곡'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7년 5월 18일 오전 10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제창했다.
올해로 37주년을 맞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정부 공식 기념행사)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개최된 이번 기념식에는 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피우진 신임 보훈처장을 포함한 정부 인사, 여·야 정치권 인사, 5·18 유공자·유족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기념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시작으로 애국가 제창(4절까지), 묵념(순국선열 및 호국영령과 5·18 민주화운동 희생영령에 대한 묵념), 헌화 및 분향, 경과보고, 문 대통령의 기념사 낭독, 기념 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5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라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와 5·18 기념행사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2호 업무지시’로 유관 정부부처에 내린 적이 있다.
한편 1997년 이후 매년 5·18 추모행사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 기념식부터 제창 식순이 빠졌으며 이후 논란이 지속돼 2011년부터는 합창단이 부르는 합창 방식으로 바꿨다.
●보수 첫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전우원, '전두환 일가' 최초 5·18 참배
국가보훈처는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오는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코로나19 위기 경보 수준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참석자 규모가 3천명으로 확대된다. 작년은 2천명이 참석했다.
'오월 정신, 국민과 함께'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기념식은 국민의례, 애국가, 여는 영상, 경과보고, 헌정공연, 기념사,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45분간 진행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행사 참석자들이 다 함께 부르는 '제창' 여부는 보수 정부 때마다 논란과 갈등을 일으켰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 때부터 노래를 제창하며 호남 민심에 적극 다가서고 있다.
이번 기념식은 '오월의 어머니'들을 특별 조명하며 애국가는 공수부대의 버스 총격 현장이었던 5·18 사적지 주남마을 소재 초등학생들이 제창한다. 헌정공연에선 소리꾼 이봉근이 나훈아의 곡 '엄니'를 헌정곡으로 바친다. '엄니'는 나훈아가 1987년 5·18 희생자의 어머니들에게 바치기 위해 만들었다가 2020년 발표한 노래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기념식이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