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 외환위기 신용불량자 11만명 구제···도덕적 해이 우려

2013년 신불자 원금 최대 70% 탕감 등 구제 지원책 마련 2015년 악성채무자・장기연체자로 내몰린 서민 구제 '주빌리은행' 출범 '사람 살리는 착한은행' 구호로 114만 명 '빚더미'서 구제 2023년 캠코, 새출발기금 2만3067명 3조4805억 신청...원금 60~90% 감면

2023-05-22     김주현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5월 22일 도덕적 해이 우려에도 외환위기 신용불량자 11만명 구제 

지난 2013년 5월 22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도덕적 해이' '금융구제'이다.

2013년 5월 22일 발언하는 신제윤 금융위원회위원장 [연합뉴스]

●신제윤 금융위원회위원장 "모럴해저드보다 연대보증 구제가 중요"
정부가 외환 위기 당시 중소기업 연대보증으로 채무를 진 신용불량자(금융채무 불이행자) 11만여 명을 대상으로 원금을 최대 70% 탕감해주는 등 구제했다.

11만여 명 중 금융회사에 연체 정보가 남아 있는 1104명의 기록도 삭제했다.

정부가 외환 위기 여파로 빚더미에 오른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들을 위해 빚을 면제해 주고 연체 등 불이익 정보를 없애 주는 맞춤형 구제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었다.

15년이 지난 시점에 일시적으로 신용불량자를 회생시킨다는 점이나 국민행복기금의 통상 채무 감면율이 30~5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 논란이 잇따랐다.

2013년 5월 22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외환 위기 당시 연대보증 채무자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7월부터 연말까지 세번에 걸쳐 채무 조정 신청을 받았다.

부도율이 급등했던 1997년부터 2001년에 도산한 중소기업에 대해 연대보증을 한 채무자가 구제 대상이었으며, 연체 정보 등의 불이익 정보 등록자는 1104명이고 같은 기간 밀린 보증 채무를 갚지 못한 사람은 11만 3830명이었다. 이들의 채무 금액은 13조 2000억 원에 달했다.

총연대보증 채무 금액이 10억 원 이하인 경우에 해당하며 채무 금액을 연대보증인 수로 나눈 뒤 원금의 40~70%를 감면해줬다. 원금은 최장 10년까지 분할 납부하는 조건이며,  불이익 정보 등록자의 경우 은행연합회를 통해 남아 있는 어음 부도 기업 관련인 정보가 일괄 삭제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위원장은 이날 외환위기 당시 연대보증 채무자에 대한 빚 탕감 등 채무조정에 따른 '모럴해저드(도적적 해이)' 논란에 대해 "가치의 문제"라며 "구제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20% 이상 고금리대출은 저금리대출로 전환하도록 지원하고, 서민금융 상담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서민금융 종합지원센터'를 대폭 확대했다.

 

2015년 '주블리은행' 출범식'에서 공동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왼쪽 세번째)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 두번째)가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빚더미 내몰린 서민 살리는 구제은행, '주빌리은행' 출범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악성채무자·장기연체자로 전락한 서민들을 구제해주는 은행이 탄생했다.

사단법인 희망살림은 2015년 8월 27일 오전 서울시 시민청에서 '사람을 살리는 착한은행'을 구호로 내건 '주빌리은행' 출범식을 열었다.

주빌리은행은 암암리에 사고 팔리는 장기 연체자들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들의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공동 은행장을 맡았다.

주빌리은행은 앞으로 부실채권을 시장에서 원금의 5%로 사들인 뒤 채무자에게 원금의 7%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채무 취약계층은 350만명, 장기연체자는 114만 명, 대부업체로부터 추심받는 채무자는 111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주빌리은행 혜택인원은 총 114만 명으로 예상했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상담을 통해 형편이 전혀 안 되는 채무자들의 채무는 과감히 탕감해주고, 최대 93%까지 부채 원금을 감면해줄 것"이라며 "빚으로 고통받는 채무자들이 자유로워지도록 상담하고 교육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희망살림은 성남시와 공동으로 2014년 9월부터 성남형 빚탕감 프로젝트 ‘롤링주빌리’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을 통해 희망살림과 성남시는 1억 3279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 170조 가까운 국가예산을 공적자금으로 썼지만 서민을 살리기 위해선 얼마나 투입했나”며 “주빌리 은행이 민간모금으로 빚탕감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정책과 예산으로 서민 빚을 탕감해주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22년 10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리은행 종로4가 금융센터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전담창구를 방문해 은행의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지원 노력을 격려하고 자영업자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출발기금 3조 4805억 원 신청···"서류제출 고의지연시 신청 취소 검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023년 4월 30일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가 2만3067명, 채무금액은 3조 4805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5월 3일 밝혔다.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자 중 매입형 채무조정을 통해 1521명(채무원금 1041억 원)이 약정을 체결했으며 평균 원금 감면율은 약 72%다. 중개형 채무조정으로는 5214명(채무액 3397억 원)의 채무조정이 확정됐다. 평균 이자율 감면폭은 약 4.4%포인트로 집계됐다.

캠코에 따르면 정부가 자영업자의 채무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하는 ‘새출발기금’은 기존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최대 20년간 장기·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90일 이상 빚을 못 갚은 연체자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해준다.

새출발기금은 지난 2월부터 고의연체 등 도덕적 해이 발생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이를 심사하기 위한 '새출발기금 지원 심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신청자에게 채무조정 약정체결을 위한 서류제출 안내에도 서류 제출·보완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의 약정지연 등의 행위는 새출발기금 신청 즉시 추심중단 등 채무자 보호조치가 시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어, 제도개선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캠코는 서류 제출기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 등 제반심사 완료 후 채권 매입절차를 진행하는 등 약정체결 프로세스 효율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제출기한(신청일 기준 3개월 이내) 도과 후 추가 3개월 이상 서류 미제출시 신청을 취소하는 등 패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정부가 ‘빚투(빚내서 투자)’로 손실을 입은 청년층의 대출을 탕감해주는 거 아니냐는 ‘불공정’ 논란이 일자 윤석열 대통령실은 2022년 7월 19일 “원금 탕감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공식 페이스북에서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 채권의 일체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는 제도”라며 “원금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대해 100만 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이 3월 27일 출시 이후 4월 26일까지 대출 신청은 2만3532명, 대출금액은 총 143억 3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61만 원이었다. 

소액생계비 대출이 출시 초반 흥행을 이어가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상향하고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소액생계비 대출이 새로운 제도이다 보니까 이 제도가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가져가야 하는지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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