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 '아비규환' 비행기 사고...'대참사' 막아낸 승무원들
2013년 아시아나 美 착륙사고 발생...승무원 16명・승객 291명 총 307명 탑승 승무원들, 착륙 중 지상과 충돌로 추가 폭발 위험에 빠른 속도로 현장탈출 진두지휘 꼬리뼈 부상도 잊은 채 조속한 사고 수습에 총력...2명 사망・182명 부상 2023년 비상문 개방 난동 사건 잇따라 발생..승무원들, 투철한 직업정신・침착한 대처 빛나 착륙 후 일촉즉발 상황속 승무원, 열린 출입문 몸으로 막아 더 큰 사고 방지 '살신성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7월 8일 아시아나 美 비행기 착륙사고
지난 2013년 7월 8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비행기 사고'와 '승무원'이다.
● 아시아나 美 착륙사고, 승무원은 '영웅' 조종사는 '과실'
2013년 7월 8일 아시아나항공 OZ214편에 탑승한 승객들과 인근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사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속속 전해졌다. 승무원과 승객들은 침착한 대처로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급한 상황을 잘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2013년 7월 7일 아시아나항공 OZ 214편 여객기가 착륙 중 지상과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중국인 탑승객 2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사고기에는 한국인 77명을 포함해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 등 모두 307명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들은 여객기가 멈춰 선 직후 비상구마다 탈출용 슬라이드를 설치했으며 승객들은 차례차례 슬라이드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왔다. 여객기를 빠져나온 승객들은 혹시 모를 추가 폭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현장을 벗어났다.
힙합 공연 프로듀서로 일하는 승객 유진 앤서니 나씨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 여자 승무원의 ‘영웅적인’ 노력을 전했다. 그는 이 승무원이 “비행기 통로를 통해 부상당한 승객들을 옮기느라 동분서주하는 것을 봤다”면서 “그녀는 영웅이었다”고 극찬했다. 그는 “몸집도 작은 여승무원이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채로 승객들을 등에 업고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며 “그녀는 울고 있었지만, 여전히 너무나 침착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7월 8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에는 객실 승무원이 태국인 2명을 포함한 12명 있었다. 승무원들 가운데 7명은 사고로 실신했으며 나머지 5명은 정신을 차리고 승객들의 탈출을 이끌었다.
최선임인 캐빈매니저 이윤혜 씨를 비롯해 유태식, 김지연, 이진희, 한우리 씨 등으로 주로 기체 왼쪽에서 근무하던 승무원들이다.
그 중 가장 주목받은 이는 이윤혜 캐빈 매니저는 사고가 발생일에 4명의 다른 승무원과 함께 탑승객 300여명과 정신을 잃은 승무원 7명 등을 모두 탈출시킨 후 불길에 휩싸이기 직전 마지막으로 기내에서 빠져 나왔다.
항공기가 불에 타 완전히 파손된 대형 사고였지만 이들의 노력 덕분에 사망자를 2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이 매니저는 당시 꼬리뼈가 부서지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끝까지 사고현장을 지켰다. 현지 의료진의 권유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매니저는 부상에 대해 "탈출하는 과정에서는 전혀 몰랐다"면서 "나중에 병원에서 꼬리뼈가 부러졌다고 했다"고 전했다.
1995년 3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이 매니저는 2003년 회사창립 기념일 우수 승무원 등 그동안 사내 수상경력이 14회에 이른다.
한편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2013년 7월 8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타운 사고대책본부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한 사고 수습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2014년 6월 25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의 사고조사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해 "NTSB가 사고 원인에 다양한 요인들이 있었다는 점을 적절히 인지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NTSB가 항공기의 오토스로틀과 자동조종시스템 및 저속경보시스템 문제, 항공기 제조사 운영매뉴얼 미흡 등을 복합적으로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상황을 통제해야할 최종적인 책임은 조종사에게 있다'는 NTSB의 원론적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는 지난 2014년 3월 NTSB에 제출한 최종진술서에서 "충분한 훈련과 자격을 갖춘 조종사들임에도 최종 단계에서 비행속도 모니터링 및 최저안전속도 유지 실패 등에 부분적으로 과실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승객 비상문 개방 난동에 온몸으로 막아선 승무원
2023년 최근 비행기 비상문 개방 난동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었던 일촉즉발의 상황을 승객을 제압하거나 열린 출입문을 막아서는 등 승무원들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빛을 발하고 있다.
・ '실직 스트레스' 30대, 비행기 착륙 중 비상문 개방···아시아나 승무원 출입문 막아
2023년 5월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에 착륙 중이던 여객기에서 한 남성이 비상 출입문을 열어 탑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아시아나항공 소속 승무원의 대처가 주목받고 있다. 착륙 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이 승무원은 열린 출입문을 막아 더 큰 사고를 방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한 후 아시아나항공의 한 승무원이 비상구 출입문을 막고 있는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 승무원은 항공기가 큰 사고 없이 활주로에 착륙한 이후에 정지할 때까지 출입문에 긴급 안전바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착륙 직후 승객들의 돌발 행동에도 적극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사고를 일으킨 남성 승객 A(33)씨는 항공기 착륙 이후 안전벨트를 풀고 비상구로 뛰쳐나가려고 시도했으나 여성 승무원들이 다른 남성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해 이를 제지했다.
문이 열린 뒤 남성 승객 3명을 포함해 총 10명가량이 이모씨를 제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사고 당시 A씨를 제압해 화제가 된 이윤준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안전재난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2023년 5월 27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실직 후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착륙 전 답답하던 차에 빨리 내리고 싶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2023년 6월 8일 해당 항공기의 수리비를 약 6억 4000만 원으로 산정했다. 사고를 일으킨 A씨는 2023년 5월 2일 항공보안법 위반 및 재문손괴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 '마약 투약' 10대, 제주항공 여객기 비상문 개방 난동···승객·승무원이 제압
현지시간 기준 2023년 6월 19일 새벽 1시 49분 필리핀 세부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제주항공 7C2406편에서 승객 B씨가 출입문을 열려고 했다.
항공기 기종은 보잉737로 당시 안에는 180여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다.
해당 기종은 이륙 후 내부에서 임의로 출입문을 열 수 없는 설계이며 당시 항공기 고도 상 외부와 내부의 압력 차이로 인해 실제로 출입문이 열리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비상구 앞자리에 착석해 있던 B(19)씨는 이륙 후 한 시간이 지난 뒤부터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
승무원들이 B씨를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승무원석과 가까운 좌석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이후에도 그는 비정상적인 언행과 함께 출입문 쪽으로 달려들며 문을 개방하려 시도했다.
착륙 3시간 전 B씨는 결국 다른 승객들과 승무원에 의해 제압돼 결박된 채로 좌석에 구금됐다. 제주항공은 착륙 후 B씨를 공항경찰대에 즉시 인계했다.
제주항공 측은 “승무원의 신속한 조치로 인적·물적 피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항공기에는 승객 194명과 승무원·조종사 6명 등 모두 200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승객 12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해 이 가운데 9명이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한편 2023년 6월 30일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항공 보안법 위반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를 받는 B씨는 마약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천행 여객기를 타기 이틀 전인 6월 17일 필리핀 세부에 있는 호텔에서 현지인 6명과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B씨는 "여객기 구명조끼 개수는 왜 물어봤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격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 "문을 열면 위험하다는 것을 몰랐나"는 질문에는 "대한민국 권력층에게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B씨는 혼자 세부에서 한 달가량 머물다가 귀국하던 중 범행을 저질렀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joojoo@jeonm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