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세수부족 사태 지자체 살림살이 비상

최재혁 지방부국장

2023-10-05     최재혁 지방부국장

올해 국세 수입이 애초 예상보다 59조원 부족해 그만큼 펑크가 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추가 국채 발행이나 추경 없이 기금 조기상환 등 가용재원으로 세수를 메우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올해 국세 수입은 기존 세입예산안 전망치 400조5000억원에서 341조4000억원으로 59조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목별로는 법인세가25조4000억원, 양도소득세 12조2000억 원, 부가가치세 9조3000억원, 종합소득세 3조6000억원, 관세 3조5000억원, 상속·증여세 3조3000억원 등이다.법인세는 전체 세수결손의40%를 넘었다.

정부는 세수가 적게 걷힌 것이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자감세’영향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지만 현실적으로 드러난 세수 부족 항목을 들여다보면 부인하기 어렵다. 세수펑크 여파는 전국 지자체 살림살이에도 막대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지방교부세가 11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해 예산 관리에 세수 감소에 따른 긴축 운용을 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상저하고(上低下高)가 보이지 않는다. 연초 경기불안과 세수부진 우려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는 후렴처럼 하반기 경기는 살아날 것이라며 ‘상저하고’를 강조했다. 물론 단언은 피한 채 한 자락 깔기는 했지만 상반기를 마감하고 세법개정안이 나올 때까지도 기조는 유지했다. 기획재정부가 올 국세수입에 대한 재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올 국세수입 예산 400조5000억원 대비 59조1000억원(14.8%) 부족한 341조4000억원으로 수정했다. 2021년17.8%, 2022년13.3%에 이은 두 자릿수 오차를 기록하게 되는데 앞선 두 해가 초과세수였던 점을 고려하면 부족 14.8%는 롤러코스터로 쳐도 극강 수준이다.

올 상반기를 넘길 때만해도40조원 결손을 전망했는데 이후 돌발 상황이 없는데도 불과 2~3개월 사이 다시 59조원 부족으로 불어나니 불안을 넘어 두려운 수준이 됐다. ‘이건 믿을 수 있나?’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무리는 아니다. 경제정책에서 통계와 수치는 절대적이다. 제대로 된 수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책과 국정운영이 불가능해진다. 눈 감고 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향후 수사가 진행되겠지만 지난 정부의 역대급 부동산정책 실패에 잘못된(조작된)통계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감사결과는 충격적이다. 한국부동산원은 2017년5월 이후5년 간 서울지역 부동산 상승률을 19.45%라고 집계했고,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이 집계한 같은 기간 상승률은62.20%였다.

같은 집값을 두고 3배가 넘게 다른 수치가 발표된 것이다. 허술한 기반 속에서 정부 입맛에 맞게 통계수치가 조작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감사결과다. 정책의 모수이자 주춧돌이 되는 것이 수치(통계)인데 시장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왔겠는가. 당시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걱정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고,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서 폭등하는 아파트 가격과는 전혀 다른 수치를 들이대며 생뚱맞게 답변하던 ‘기막힌 장면’을 국민들은 잊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제대로 된 사태 파악조차 거부한 채 보고 싶은 것만 보려했던 면피성 부동산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고, 무지막지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실패한 정책이 됐고 지금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겪고 있다.

세수추계의 정확성에는 분명한 한계가 따른다. 경제의 최종 결과물인 세금이 자진신고 납세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들어올 세수를 정확히 추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재부가 재추계 결과를 설명하면서 주요 선진국들도2020년 이후 평균 오차율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물’을 탔지만 그래도 세수 오차율이 15%에 달한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4%대를 유지하던 오차율이 2021년 17.8%로 급증한데 이어 내리 두 자리 수를 기록하며 이어진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그것도 두 자리 수 초과에서 두 자리 수 부족으로 내리 꽂는 오차는 재정운용의 독(毒)으로 작용한다. 정부 예산운용의 기본이 세수 추계에서 출발하는데 이게 엉터리가 되면 짜임새 있는 나라살림은 처음부터 어려워진다.

경험했듯이 대규모 초과 세수는 방만한 재정 지출로 이어졌다. 일부 재정 측면에서 부채상환도 주문됐지만 정치권은 아예 귀를 막고 표를 의식한 선심정책을 폈다. 재정이 넘쳐 나는 것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곳간의 재정은 쌓아두면 썩는다’는 명언(?)도 이 때 나왔다. 가뭄에 대비해 국부펀드 마련 등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의도에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반대로 추계 오차로 세수가 펑크나는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줄줄이 쓰기로 편성해 놓은 예산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빚을 내든지, 돌려쓰기를 하든지 비상한 대책을 세우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정책이, 국정이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 편차 큰 세수추계의 의미가 이런 것이다.

단지 수치가 빗나갔고, 때운다고 되는 일이 결코 아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의 세수부진 원인은 경제·경기부진에서 찾아진다. 당장 외국환평형기금이나 공공자금관리기금 등 공공기금으로 세수부족을 메우는 대처 현안도 급하겠지만 경제운용과 재정운용,더 세밀하게는 세수추계 개선을 위한 기본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 국민과 경제를 안심시키고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욕먹을 각오는 기본이다. 문제는 이 과제를 앞장서 풀어 나가야 할 기획재정부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는데 있다. 담담하다 못해 너무 조용하고 자칫 체념하는 표정으로까지 읽었다면 잘 못 본 것일까?

요즘 적용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국세청이 갖는 세수부담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금은 ‘절실했던’ 과거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우리 국세행정이 서비스 행정으로 위상을 잡고 실행 면에서 시스템 행정으로 짜여 지면서 적어도 민원과 효율 면에서는 진전을 이루는 ‘선진행정’의 길을 걷고 있다. 개도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도 우리의 국세행정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우리나라 세정은 ‘관리 세정’의 단계를 높이고 있다. 국세청이 강력한 세무조사 권한을 갖고 있는데다 신고를 전후한 검증 역시 정교한 수준이어서 자진신고납세제 하에서의 성실신고 담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국세행정은 ‘납세자 편의 위주’ 서비스 행정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외양은 물론 내용, 분위기도 그렇다. 가장 강력한 과세권인 세무조사만 해도 국세청이 마음먹고 휘두르던 시절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책잡히지 않을 만큼 외부 공격에 대한 철저한 방어논리를 갖고 실행한다. 윤석열 정부2년차. 한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대형 세수 펑크로 재정에 초비상이 걸렸지만 세수 확보하는 국세청 분위기는 아주 차분하고 조용하다. 주요 세목의 핵심 신고가 대부분 마감된 시점인데다 펑크 규모가 워낙 커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한 때문인지 국세청 차원의 ‘세수비상’ 움직임은 찾기가 쉽지 않다. 국세청장을 비롯한 지방청장들은 연이어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세정지원과 세무조사 축소를 강조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민원업무 종사 직원의 신변안전을 위한 세밀한 지원방안 마련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국감 준비에도 열심이다. 세금이 안 들어와 정부가 세수를 재추계하고 재정운용에 비상을 발령한 상황에서 ‘묵묵히’ 일상 업무에 임하는 국세청을 보며 ‘의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현실을 잘 몰라서일까? 국가 예산과 재정에 관한 가장 강력한 역할과 기능을 갖고 있는 곳이 국회다. 세입 세출예산을 심의하고 무엇보다 세법을 비롯한 막강한 입법권을 갖고 있어 돈과 관련된 결론은 결국 국회에서 마무리 된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국회는 지금 단단히 고장이 났다. 정기국회가 열려 산적한 현안 심의에 밤을 밝혀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단식과 방탄과 정쟁으로 날이 새고 있다. 국가경제, 외교안보, 민생과는 전혀 별개의 행보다. ‘이 엄중한 상황에 여의도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단지 눈치가 없는 탓일까?

이번 국회 임기 내내 그래왔다지만 솔직히 이제 위기감마저 엄습해 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운용하고 있는 세금 시스템은 ‘들어오는 세금 막을 수 없고, 덜 걷히는 세금 어쩔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세금이 남고 모자라다고 세금제도로 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는 위기나 비상상황에서 세금 차원의 대응능력이 아주 취약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우리 재정이 냉탕 온탕을 오가며 겪는 일이다. 경제상황이나 경기가 요동치면 재정은 덩달아 증폭된 파도를 타는 형국인데도 정부는 재정을 양출재입(量出制入)양입제출(量入制出)을 혼용한 과거방식을 그대로 쓰며 허둥대고 있다. 비축 구조를 포함한 재정운용과 관련한 ‘디테일’을 새로 짜야 한다.

우리경제는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재정도, 세금도 빨리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개혁의 언저리에 있는 재정준칙 조차 국회 문턱에서 뭉개지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이번 기회에 지자체들도 거듭나야 한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매번 세수부족타령을 하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아 왔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은 저마다 공약사업을 앞세워 선심성 치적 만들기에 급급했고, 이를 감시해야 할 의원들도 지역구 사업과 관련한 예산확보를 위해 집행부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기 바빴다. 한번 만들어진 예산은 일의 성과와는 상관없이 재편성해 억지로 소진하는가 하면, 불용처리하기도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면서도 여전히 알게 모르게 새어나가는 불필요한 예산은 차고 넘친다. 힘든 한 해가 되겠지만 지역경제 위축과 주민들의 복지에 반하는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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