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아파트 '철근 누락' 이유는…'비용절감・관리 소홀' 탓
'무량판 구조' 민간・SH・GH 아파트엔 '부실시공' 없어 원가 절감 도움돼 채택한 무량판 구조…연간 751억원 절감 예상 설계·시공상 오류 줄이기 위한 공법 개발 소홀…감리는 직접 선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서만 철근 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저하가 발생한 것을 놓고 관리·감독 부실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최근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동일하게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공사(GH) 아파트엔 부실시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LH가 관리를 특히 철저히 해야 하는 무량판 공법을 택해놓고선,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게 부실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LH가 공공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LH는 무량판 구조를 쓰면 기존 라멘(기둥식) 구조에 비해 층고를 3.7m에서 3.5m로 낮출 수 있고, 주차 폭은 2.3m에서 2.4m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연간 6만3천호의 공공주택을 건설한다고 가정하면 보와 철근, 거푸집량 감소로 한 해 751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가 절감이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도입한 주요 요인이 된 셈이다.
무량판 구조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무량판 구조는 설계와 시공상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현장 관리·감독을 다른 구조보다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철근 배근이 복잡하기 때문에 설계자가 전단 보강근(철근)이 필요한 곳을 설계도서에 명시해도 시공자가 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거나 잘못 해석하기도 한다.
이에 민간 건설사들은 저마다 무량판 구조 시공 때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LH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면서 오류 최소화를 위한 공법 개발에 소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태오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무량판 구조를 택한 민간 아파트는 대체로 공장에서 전단 보강근이 배근 된 구조물을 제작한 뒤 현장에 설치하는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다"며 "이렇게 실패가 나올 확률을 줄인 게 민간 공사와 LH 공사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무량판 아파트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아파트 설계·시공을 관리·감독하는 LH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부각한 꼴이 됐다.
특히 설계·시공상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까다롭게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리의 경우 민간 공사는 지자체에서 선정하지만 LH는 자체 선정하고 있다.
철근 누락은 LH 퇴직자들이 대거 설계·감리 업체에 '전관 취업'하면서 공공 공사에서 감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결과이기도 하다.
LH의 설계·시공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분절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 아파트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 업체가 익숙한 공법, 선호하는 공사 방식을 택해 공사 진행 과정에서 오류 가능성이 적어진다"면서 "반면 LH는 설계, 시공이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LH가 민간참여사업 방식을 적용한 무량판 아파트 단지도 점검했으나 부실시공이 발견되지 않았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민간이 LH와 함께 관여하다 보니 설계·시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더 유기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LH의 공공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나온 문제를 보강할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전국매일신문] 이신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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