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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외교관처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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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외교관처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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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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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영 YCY스피치 원장

 흔히 정상 혹은 외교관간 화담이 있은 후 양측이 화담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은 답답한 심경에 빠질 때가 있다. 그들이 말하는 ‘성과’라는 것이 정말 있기는 한 건지, 모호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추는 것이 없다면 외교가 아니다. 언론을 상대할 때뿐만 아니라 두 나라 사이에서도 무언가 숨기는 것이 없다면 외교는 시작도 못하고 끝나 벌릴 것이다.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는 태도는 반드시 필요한 미덕이다.

 A와 친한 친구 B의 단점에 대해서 C가 뒷말을 했다고 하자. 이에 대해 A가 B에게 “C는 참 이상한 사람이야. 너에 대해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는지 몰라. 그렇지”라며 마치 자신은 B의 편인 듯 말했어도 이미 B의 마음은 상할 대로 상했을 것이다.

 만약 B가 “그런 일이 있었어? 말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면 B야말로 숨김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실이 있는 줄 몰랐다면 신경 쓰지 않고 지냈을 것을 그는 자신을 나쁘게 말한 C보다도 그 말을 전달한 A에게 더욱 화가 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게다.

 그 뿐만이 아니라 어설프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마치 다 알고 있는 듯 확실치 않은 사실을 유포한다거나 넘겨짚어 앞질러 말하는 행위야 말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가 되고 만다.

 보통 사람들이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나쁜 관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과는 어떤 태도로 임했는지 되돌아보면 얽힌 관계가 의외로 쉽게 풀린다.

 친분이 두텁게 유지되고 있는 사람과는 매우 긴 시간을 보냈으며, 서로 말을 조심하며 단정적인 말을 삼갔으며, 항상 다시 볼 사람이라는 의식을 잃지 않았다. 상대와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는데는 외교관만한 직업도 없다. 그런 점에서 외교관의 태도와 언어 사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정적으로 표현하지 마라_ 외교에서 잊어버려야 할 단어는 최종이다. 또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단어는 여지다. 한 번 선택한 방안도 언제나 변경될 수 있음을 숙지하고 상대에게도 이를 암시해두어야 한다.

 일반적인 관계에서 가장 자주 최종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바로 남녀관계다. 물론 남녀관계에서 유지가 능사는 아니다. 서로에게 피해를 준다면 헤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서로 사랑하고 인간적인 면에도 흠이 없을 때 줄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수시로 끝을 언급하는 태도다.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경솔한 행동을 부르기 때문이다. 마음에 없었더라도 작은 다툼 끝에 “그렇게 내가 싫으면 헤어지면 되잖아!“라고 내뱉는 순간, 이미 둘 사이의 애정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말을 골라 써야 한다_ 인도의 외교관은 ‘외교 언어에는 항상 코드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타국의 사태에 논평을 하는 표현들은 우려 < 유감 < 개탄 < 항의의 순서대로 높은 강도를 품고 있다. 어떤 단어를 썼느냐에 따라 상대의 반응은 전혀 달라진다.

 일상적인 관계에서 이처럼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해석하고 유의해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바로 비즈니스다. 비즈니스는 외교와 가장 닮은 인간관계다. 협상 테이블에서 오가는 단어에서부터 계약서 등 문서상으로 옮겨지는 수많은 표현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에서 사용되는 단어는 단 몇 글자만으로 나와 상대의 손익을 대변한다.

 그야말로 모르는 만큼 당하는 것이다. 외교와 비즈니스 이 두 관계의 언어 사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신중한 검토다. 문장 하나, 하나를 완벽히 이해하는 과정은 마치 외국어를 번역하는 일과도 같으므로 신중함은 두 관계의 흥망을 죄우하는 열쇠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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