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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史 ‘봉준호 황금종려상’으로 새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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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史 ‘봉준호 황금종려상’으로 새역사 썼다
  • 김윤미기자
  • 승인 2019.05.26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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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임권택 ‘춘향뎐’ 칸 경쟁부문 진출
봉준호, 19년만에 최고상 ‘세계 거장’ 인정
기생충, 두 가족 빈부격차 다룬 블랙코미디
홍미로운 캐릭터·디테일한 아이디어 등 호평
<전국매일신문 김윤미기자>

봉준호 감독 ‘기생중’, 한국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이 올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으면서 마침내 한국영화계 숙원이 풀렸다.
 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한 이후 19년 만에 최고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칸 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것도 2010년 이창동 감독 ‘시’(각본상) 이후 9년 만이다.
 영화계는 이번 수상으로 봉준호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 감독으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영화 100년…황금종려상 갈증 풀었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칸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작을 냈다.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의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고 2009년 ‘박쥐’(박찬욱)는 심사위원상, 2010년 ‘시’(이창동)는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


 그러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나오지 않아 수상 갈증은 계속됐다.


 올해는 봉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공개된 이후 호평이 쏟아지면서 여느 해보다 수상 기대감이 높았다. 작품성 자체도 뛰어난 데다, 칸 영화제가 좋아하는 가족영화이기 때문이다. ‘ 기생충’은 환경이 다른 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 문제 등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풍성한 아이디어가 만들어내는 디테일, 각본의 완성도, 흥미로운 캐릭터 구축 등 봉 감독의 장기가 더욱 정교하게 발휘됐다”면서 “봉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영화 경력의 정점에 있고 앞으로도 걸작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평했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9명 중 8명이 감독인 점도 수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계 관계자는 “감독들이 깊이 있는 영화 읽기를 통해 봉 감독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에 대해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한 뒤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감독이 누구이고 어느 나라 영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세계 거장 감독 대열에 오르게 됐다. 켄 로치, 마이클 무어, 라스 폰 트리에, 쿠엔틴 타란티노, 로랑 캉테 등이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자들이다.


 한국영화 위상 역시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는 2000년대를 거치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주목할 만한 활약상을 펼쳐왔지만,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나오지 않아 2% 부족한 느낌을 줬다”면서 “이번 수상으로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결정적으로 높아질 것이고, 영화학계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한국영화 연구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윤성은 평론가는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이 빈번해지고 할리우드에서도 주요 타깃으로 삼을 만큼 산업적으로 성장했지만 (황금종려상 수상작 부재로) 나름의 결핍감이 있었다”면서 “이번 수상은 그동안 가물어있던 한국영화계를 해갈하는 단비 같은 소식이며, 올해가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는 어떤 곳
 칸 영화제는 베네치아, 베를린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당초 베네치아영화제에 대항하기 위해 1946년 출범했으나, 지금은 3대 영화제 가운데 최고권위를 인정받는다. 올해 72회째로 해마다 프랑스 남부지방 칸에서 열린다. 칸이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 쪽빛 바다 등 주변 환경이 매력적인 휴양도시라는 점이 고려됐다.


 칸 영화제는 처음에는 최고상을 그랑프리(대상)라고 했으나, 1955년부터 그 이름을 2등 격인 심사위원대상에 넘겨주고 황금종려상이란 이름으로 시상한다. 베네치아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처럼, 영화제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다. 종려나무는 칸에서 흔히 보는 나무로, 칸 영화제 로고인 종려나무 잎사귀는 프랑스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장 콕토가 디자인했다.


 칸 영화제는 처음에는 프랑스 영화의 자존심을 내세워 작품성 강한 유럽 영화를 주로 상영했다. 미국에서도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감독들만 초청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할리우드 상업영화에도 문호를 개방했고, 요즘에는 할리우드 톱스타들 모습도 자주 본다.


 칸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에도 일찍부터 주목해 일본 구로사와 아키라와 이마무라 쇼헤이,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중국의 천카이거와 왕자웨이 등이 이곳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상했다. 이 가운데 이마무라 쇼헤이는 1983년 ‘나라야마 부시코’와 1997년 ‘우나기’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받았다. 지난해에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가져갔다.


 김윤미기자 ky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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