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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방한중단 장기화…제주 관광시장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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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방한중단 장기화…제주 관광시장 썰렁
  • 제주/현세하기자
  • 승인 2017.07.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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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안내사 등 소규모 자영업자 된서리…면세점도 고전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금지 조치가 장기화해 피서철 제주도 외국인 관광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피서객 행렬로 붐비던 관광 성수기인데도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이 철수키로 하는가 하면, 전세버스 업계와 관광안내사 등 자영업자들은 일감이 줄어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9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7일간 제주를 방문한 유커는 9천386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만7천824명)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인원이다.
이 기간 일본인과 인도네시아인 등 중국 외 다른 국적 관광객도 1만2천360명밖에 유치를 못 해 전년 동기의 중국인 제외 외국인 관광객(8만6천292명)의 7분의 1선에 그쳤다.

새 정부가 출범할 무렵 한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이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이달에도 유커가 전년보다 80∼90% 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제주∼중국 직항 항공편이 이달 들어 다소 늘 것으로 기대했으나 주당 248편이나 지난 3∼4월부터 운항 중단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부터 10월 말까지 제주를 방문하기로 했던 30개 여행사의 유커 11만7천828명은 관광 예약을 취소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10월 말까지 중국 8개 도시에 주당 102편만 제주 직항편을 운항할 것으로 계획됐다.

지난해의 경우 7월 한 달간 1천655편이 운항, 13만4천590명이 제주와 중국 하늘길을 이용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운항 계획이 줄었다.

제주에 기항하기로 했던 중국 여행사의 전세 크루즈선은 완전히 발길을 끊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를 방문하는 유커의 급감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DD) 배치가 본격화된 지난 3월 초부터 확연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3월 8만7천69명(전년 대비 감소율 56.2%), 4월 2만8천988명( 〃 88.1%), 5월 3만3천31명( 〃 89.6%), 6월 3만5천496명( 〃 89.3%) 등으로 이달까지 5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 4∼5월 제주 외국인 관광시장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관광·유통업계 수익이 전년동기 대비 2천억 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 증가로 관광업계 수익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도내 모 여행사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상태가 올해 말까지 이어지면 사업을 접어야 할 형편"이라며 "자본력과 언어 문제로 그나마 제주에 오려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도 중국 업체에 밀려 제대로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도내 정규 관광안내사들은 일감이 줄어 다른 일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커 유치조차도 어려운 소규모 여행사들은 내국인이나 다른 국적 관광객을 받으며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 관광은 중국 현지 여행사가 관광객을 유치해 한국 현지로 보내는 구조다.

도내에 있는 중국 자본의 여행사들이 이들 관광객의 체류일정 대부분을 맡고, 교통편과 안내 등의 일부만 제주 자본의 소규모 여행사가 끼어드는 셈이다.

크루즈선도 끊기면서 크루즈 관광객을 태우던 전세버스 업체는 일찌감치 국내 수학여행단 쪽으로 영업 전략을 바꿨으나 피서철 들어서는 내국인 단체 관광객도 줄어 버스를 차고지에 세워두는 일이 잦아졌다.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절반이 넘던 대형 면세점과 토산품 판매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위기를 맞았다.

제주공항 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는 유커 감소로 월 매출이 20억원 이하로 떨어져 공항에 내야 하는 임대료조차 낼 수 없어 최근 면세 허가권을 반납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신라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 면세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판매 부진 때문에 면세점 매장에 입점하고 싶다는 희망 업체 수는 전년 대비 90%가량 줄었다. 매출은 50%가량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유커를 독점하는 일부 중국 대형 여행사들이 관광객을 면세점에 보내주는 대신 받는 송객 수수료를 올리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도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송객 수수료는 기존에 판매품 가격의 8% 이하였으나 현재 15%까지 내고 있다"며 "일부가 관광객 유치 역량을 내세우며 높은 송객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제주관광공사 연구조사센터 관계자는 "베이징과 상하이, 선양 등 중국 현지 여행사들이 한국관광상품 판매 업무를 계속 중단하면서 대신에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제주를 방문하는 유커가 언제쯤 증가세로 돌아설지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민 한국자치경제연구원 기획정책연구실 팀장은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는 여행사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대형 음식점, 공연 관광지, 토산품점과 면세점 등 쇼핑센터, 숙박업소로 제주 시장조사에서 나타났다"며 "이들 업체가 다른 국적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정책적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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