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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방분권 국가’ 선언…‘행정수도’ 재추진 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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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방분권 국가’ 선언…‘행정수도’ 재추진 길 열어
  • 이신우기자
  • 승인 2018.03.21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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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는 서울’ 관습헌법 효력 상실
공무원 전관 예우 방지 조항 신설
토지공개념 관련 조항 구체적 명시
개발이익 환수·종부세 개편 탄력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가운데)이 21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조 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 연합뉴스

 수도조항 명문화…행정수도 재추진 가능
 대통령 개헌안에서 수도조항은 헌법 총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헌법 체계에서 총강은 헌법 제1조부터 제9조까지이며, 수도조항은 제3조 영토 조항 뒤에 삽입된다.
 현행 헌법에는 우리나라의 영토와 관련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은 존재하지만, 수도에 관한 명문화된 조항은 없다.
 다만,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하기 위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헌법재판 과정에서 관습헌법에 따라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로 인정된다는 법리가 확립됐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10월 헌법에 명문화되지 않은 관습헌법을 근거로 신행정수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개정절차에 따라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의 효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또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수도를 충청권의 일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헌법개정사항을 헌법보다 하위의 일반 법률에 따라 개정하는 것이 된다”고 밝혔다.
 헌재의 판단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헌법에 새로운 수도조항을 신설해야만 실효(失效)되며, 수도 이전은 법률이 아닌 헌법개정 사항이다.
 따라서 개헌을 통해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 포함되면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효력을 잃고 법률로 행정수도 또는 경제수도 등을 지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도 관련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개헌을 통해 행정수도가 지정되면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개헌안 중 총강 부분의 다른 변경 사항은 공무원은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공무원의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는 등 ‘공무원의 전관예우 방지 근거 조항’을 신설한 점이다.
 또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해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조항을 넣었다.
 
 토지공개념 명시…개발이익환수·부동산과세 강화 전망
 다만, 토지공개념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이 아니고, 이미 현행 헌법에 녹아있는 토지공개념과 관련한 조항을 더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현행 헌법 23조 2항에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고 돼 있고 122조에는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토지공개념은 노태우 정권인 1989년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토초세법과 택지소유상한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등기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부동산 등기 의무제를 도입하거나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공시지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토지공개념 정책의 일환이었다.
 참여정부 때 추진된 종합부동산세는 가구별 합산과세 방식을 취했다가 위헌 결정으로 개인별 합산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처럼 현행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녹아있음에도 이와 관련한 법률·정책을 두고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자, 헌법에 토지공개념 조항을 명시한 것이다.
 청와대는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토지공개념이 명시된 개헌안이 통과되면 토지 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세금의 근거가 되는 주택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 올라갈 수 있고,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 개편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민주화 강화…경제주체 상생과 국가의 노력 강조
 현행 헌법의 119조 2항에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개헌안에서는 이에 더해 87년 헌법 개정 후 나타난 경제 분야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민정수석은 21일 브리핑에서 경제조항 개정에는 ‘국가가 성장하면 국민도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국민 간 소득 격차, 빈곤의 대물림, 중산층 붕괴 등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인 만큼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국 수석은 이를 두고 “현행 헌법에서는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상생’을 더했다”고 밝혔다.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진흥을 위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한 것 등이 그 예다.
 골목상권 보호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이 주요 현안인 점을 고려해 소상공인을 보호·육성 대상에 별도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명시했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이 갖는 공익적 기능을 명시하고 국가는 이를 바탕으로 농어촌, 농어민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하게 하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했다.
 
 지방분권 개헌…‘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헌안은 ‘지방분권’의 시작을 ‘지방분권국가 선언’으로 규정했다.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문 개정에 더해 개정안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대한민국 국가 운영의 기본 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밝혔다.
 개헌안은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하는 한편, 스스로에게 적합한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게 지방의회와 지방행정부의 조직 구성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 내용은 지방정부가 정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을 강화했다.
 입법권의 경우 현재는 지역의 특색에 맞게 정책을 시행하려 해도 국가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입법이 가능해 지역별로 특색 있는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자치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간 사무 배분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하는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하게 했다.
 지방정부 자치입법권이 보다 폭넓게 보장되도록 현재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로 제정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주민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은 법률 위임이 있는 경우에만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해 주민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게 했다.
 자치재정권과 관련해서는 누리과정 사태와 같이 정책 시행과 재원 조달의 불일치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서로에게 재정 부담을 떠넘기는 사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는 지방정부가,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 위임사무 집행에 필요한 비용은 그 국가 또는 다른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자치재정권 보장이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거나 지역 간 재정 격차 확대를 초래하지 않게 국가와 지방정부 간, 지방정부 상호 간 재정조정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정부 운영에도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가미해 법률상 권리였던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제도를 헌법에 규정했다.
 아울러 광역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성격의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 입법 과정에서 지방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했다.
 개헌안에 따르면 지방자치와 관련한 법률안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지방정부에 그 법률안을 통보하고 지방정부가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청와대는 지방분권 관련 조항을 포함한 이번 개정안이 원칙적으로 공포한 날부터 시행되게 했다.
 이를 위해 개정헌법에 따른 지방정부가 구성되기 전이라도 개정헌법의 지방자치 규정을 적용하게 하는 경과규정을 뒀다.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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