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후보 구인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의 사실상 ‘전략공천’ 방침에 대한 여타 후보들의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시장 공천을 신청한 김정기 전 중국 상하이 총영사가 “정치 사기”라며 반발한 데 이어 한때 홍준표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이종혁 전 최고위원도 부산시장 후보로 서병수 현 시장이 확정되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고 나섰다.
김 전 총영사는 1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1995년 서울시장 직선제 도입 후 한국당은 그 전신이 되는 당에서부터 자유경선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며 “이토록 자랑스러운 원칙과 관행을 홍 대표가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영사는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서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고 침체되고 기가 꺾인 보수세력이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상식”이라며 “원래부터 전략공천 예정이었다면 서울시장 후보는 왜 공모했나. 정치 사기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이 전 최고위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무소속 시민후보로 부산시장에 도전하겠다”며 탈당을 공식화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마시던 물에 침 뱉지는 않겠다. 누구도, 당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반시대적, 반개혁적 길을 걷다 망한 새누리당의 전철을 답습하는 한국당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의 무소속 출마 결정에 대해 “부산의 조원진”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던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은 일찌감치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으로 적을 옮겼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한국당 소속으로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 안팎에서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차관의 전략공천설이 불거지자 당적을 옮겼다.
실제 한국당은 지난 16일 충북지사 후보로 박 전 차관을 단수 추천했다.
아직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경기도도 내부적으로는 불만의 씨앗이 움트고 있다.
당 안팎에서 남경필 현 지사의 공천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도지사 후보에 공천 신청을 한 박종희 전 의원이 공개적으로 홍 대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지난 14일 공천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홍 대표가 당의 얼굴이기 때문에 위기다’고 말했다”며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한 바 있다.
그는 또 전날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경기도에서의 경선 흥행몰이를 통해 전국적인 바람을 일으킬 것이 뻔한데 우리당이 경선 없이 전략공천 한다면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백기를 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선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