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임시주택 이주자도 걱정…“2년 안에 집 지어 나가야”
"추석은 무슨 추석인교. 집에 들어갈 형편이 안 되는데. 지난 설이나 마찬가지로 차례 지내기는 포기"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지진 이재민 A씨(72)에게 추석 연휴를 어떻게 쇠느냐고 묻자 심드렁한 답이 돌아왔다.
흥해실내체육관은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난 뒤 10개월째 이재민 임시구호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날 오후에 찾은 이곳은 개인별로 생활할 수 있는 텐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재민 대다수가 직장이나 학교에 가거나 외출한 상태여서 사람은 별로 없었다.
TV를 보던 A씨는 "여름에는 더웠고 지금은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와 견디기 어렵다는 노인들이 있다"며 "집에는 불안해서 살지를 못해 여기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온 B씨(73) 역시 추석 차례는 지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집에 가면 천장에서 물이 줄줄 새고 갈수록 금이 간 곳의 틈이 더 벌어진다"며 "이런 마당에 차례를 어떻게 지내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지진 직후에는 800여명이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해 머물며 숙식을 해결했다.
그동안 이곳에서 지내던 이재민은 하나둘 정부와 포항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련한 보금자리로 이사해 떠났다. 이들은 2년간 살면서 자신의 집을 지어 나가야 한다. 현재 흥해실내체육관에 등록된 이재민은 91가구 208명이다. 이 가운데 82가구가 한미장관맨션 주민이다.
경림뉴소망아파트 바로 옆에는 컨테이너로 지은 임시주택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다. 이곳엔 올해 2월부터 지진 피해를 본 32가구 주민이 산다. 집은 방, 화장실, 부엌 겸 거실이 있는 원룸 형태 주거지와 가재도구를 둘 수 있는 창고로 구성됐다. 이곳도 낮에는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 한적했다.
이주단지에 사는 C씨(83)는 "혼자 살다가 보니 추석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며 "2년 안에 집을 지어 나가야 하는 것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주민 D씨(82)는 추석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묻자 "이제 곧 명절이 되니 먼저 보낸 자식이나 영감이 생각난다"며 "영감 밥이라도 한 그릇 떠놔야 할 텐데 걱정이다"고 눈물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