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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사생활 보호’ 업무용전화 도입…실효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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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사생활 보호’ 업무용전화 도입…실효성은 ‘글쎄’
  • 김윤미기자/ 이재후기자
  • 승인 2019.05.22 0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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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청탁 가능성에 번호 비공개…현장교사들 환영 분위기
맞벌이 학부모 소통 어려움 우려도…교육당국, 대안 마련 준비

<전국매일신문 김윤미기자,이재후기자 > 일부 교육청이 최근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거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비공개하기로 하는 등 ‘근무 시간 외’ 교사 부담 덜기와 사생활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체로 현장 교사들은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동시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맞벌이 학부모는 교사와 연락이 어려워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3000여 학급을 선정해 담임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벌인다. 경남도교육청과 충남도교육청은 교사에게 ‘업무용 전화번호’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도내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교사들의 개인 전화번호 공개를 제한할 필요성과 법적 근거를 안내해 개인 번호 공개를 원치 않으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교육청들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교사들의 ‘호소’ 때문이다. 교사들은 업무시간 이후에도 민원·상담 전화가 오는 통에 휴식을 방해받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 등이 학부모에게 보여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개인 전화번호가 공개되면 ‘기프티콘’ 등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 눈을 피해 선물이나 청탁이 가능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사들의 고충에 학부모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교권보호 연수에서 ‘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대해 학부모들의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인 황모 씨(37)는 “학부모 입장에서 편하고 불편하고를 떠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교사에게는 학부모가 ‘갑’이고 상사인데 밤에 연락이 온다면 어떤 연락이든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혹시나 연락이 올까 봐 늘 휴대전화를 곁에 둬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아니겠느냐”면서 “밤에는 교사에게 연락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교사들은 업무용 휴대전화·전화번호가 지급돼도 학부모가 개인 전화번호 공개를 압박하면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학부모가 ‘긴급한 상황’에만 연락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번호공개를 요구하면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감 김모 씨는 “학교폭력 등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가 특히 문제”라면서 “나도 학교폭력 연루 학생의 부모가 번갈아 새벽까지 수십 통의 전화를 거는 통에 잠을 못 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업무용 휴대전화·전화번호 지급과 함께 실제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나 맞벌이 학부모 등 업무시간 내 교사와 연락이 어려운 경우 등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 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안을 마련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조만간 교사로 구성된 ‘교육활동 보장 정책기획단’에서 의견을 수렴해 방과 후나 현장학습 등 사례별로 효율적인 비상연락망 구축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경기교육청 교원역량개발과 교권보호팀 관계자는 “내년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부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부모 의견도 들어 정책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미기자 kym@jeonmae.co.kr, 이재후기자 goodnews@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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