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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달력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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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달력 1장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12.07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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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해 보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2017년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가장 깊숙이 숨어 있던 달력 한 장이 드디어 얼굴을 내밀었다. 오랫동안 참고 기다린 보람이 그만큼 커야 할 텐데,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이 달력은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수많은 시선에서 무엇을 읽어낼까.

 

벌써 2017년 마지막 달 12월이다. 한해가 어느듯 저물어 가는 것이다. 2017년 달력도 달랑 1장만 남겨 놓고 있다. 1년이 후다닥 지나갔다. 이룬 것이 하나도 없는데 거의 다 가버린 한해가 아쉽기만 하다. 아직까지 오는 새해를 맞이 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2018년이 이미 눈 앞에 성큼성큼 다가와 있다. 추워지는 날씨 만큼 마음도 추워진다.
 
2017년 되돌아 보면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만한 굵직굵직한 대형 사건들이 유난히 많았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촛불혁명, 그리고 현직 대통령의 탄핵·구속에 이어 조기대선도 치러졌다. 재벌과 중견기업주들의 갑질 횡포도 여전했다. 북핵 및 미사일 도발, 적폐청산 등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일년을 어떻게 보내었는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나누어 보며 사람들을 심판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벌과 같은 사람, 개미와 같은 사람, 거미와 같은 사람으로.

 

초등학교 생활지도의 기초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되지 않을까?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나 행위에서 남을 우선 배려하는 마음이 우러나오면 우리 사회도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

 

서로 양보하는 교통질서, 이웃을 도와주는 봉사활동,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 성숙한 관람문화, 공공시설의 절약애용, 양심이 살아 있는 준법정신 등등, 반대로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몰염치, 동식물을 마구잡이로 남획하는 자연파괴 행위, 쓰레기 투기, 언어폭력, 따돌림, 이간질, 사기꾼, 탈세, 도둑질, 마약범, 유괴범 등 각종 범죄 행위도 배려하는 마음이 자라게 되면 자연히 치유될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 사람에게 배울 점을 한 가지 들추라면 이 배려의 정신이다. 아이러니하게 일본은 국민 서로는 이 배려하는 마음이 투철한 것 같지만, 우리나라와의 제반 문제에 있어서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나쁜 나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이 배려정신만은 배워야 된다고 본다.

 

각박한 세상이 되었다는 말은 결국 배려하는 마음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말이다. 세상살이가 어려워져 어깨가 처지고, 한숨 쉬는 사람에게 희망적인 말을 전하고 싶다. 아무리 지금 형편이 어렵다 한들 50년 전보다 못하겠는가? 전기도 없는 세상에서 보릿고개를 넘기며 살던 세월보다야 낫지 않을까?

 

인도네시아 바탐섬의 원주민 마을을 돌아보고 나서 새삼스럽게 깨달은 점은 우리나라는 복 받은 나라, 천국이라는 것이다. 아무개는 어려운 시대일수록 오히려 더욱 남을 돕는 마음이 커진다는 통계치를 내어놓고 있다. 위기 속에서 동류의식이 더욱 강해진다는 이론인가.

 

아무튼 올해 연말은 도움의 손길이 봉사단체들의 염려를 딛고, 더욱 많아져서 나누는 인정이 풍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렵다고 생각할 때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고, 불행하다고 여길 때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생각하고, 괴롭다 느껴질 때 나보다 더 괴로운 사람을 생각하고, 내가 낮아질 때 더 낮은 사람을 생각하라는 말은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 주는 동시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겨나리라.

 

올 한 해를 꿀벌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았는지, 아니면 개미처럼 나 자신만을 위하여 살았는지, 그것도 아니면 거미처럼 남에게 해를 끼치며 살았는지, 인디언이 말을 몰 때 빠르게 달리다가 자기 영혼이 따라오도록 잠깐 쉬어가는 습관을 이 세모에 우리도 가져 보는 것이 좋겠다. 앞만 보고 온 생활에서 멈추어 서서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12월의 달력 한장에 한해동안의 자랑스러웠고, 부끄러웠던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20여일 후면 2018년이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12월을 잘 마무리했으면 한다.

 

이해인 수녀는 ‘12월의 시’에서 ‘이제 또 살아야지요’라며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중략)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새 달력을 준비하며/조용히 말 하렵니다/가라, 옛날이여/오라, 새날이여/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고마운 시간들이여….’

 

지금 마지막 남은 한 장 달력을 바라보며 뿌듯한 마음이 서지 않는다면, 지금도 늦지 않다. 아름답고 훈훈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바로 나 자신부터다. 그것도 조그만 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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