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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은 국가적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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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은 국가적 재난이다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8.01.0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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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2040년이면 현재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가운데 84개, 3482개 읍·면·동 중 1383개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다는 보고서가 최근 나왔다.
 
10곳 중 4곳으로 소멸위험지역은 대부분 지방이다. 태어나는 아기는 없고, 젊은이는 도시로 떠나고, 노인은 세상을 떠나 인구가 채워질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지방 대부분은 ‘소멸’이라는 경고장을 받고 있다.2004년 20~39세 여성인구 비중은 16.9%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인 8.3%보다 두배 정도 높았다. 2015년에는 13.4% 대 13.1%로 거의 비슷했다. 이렇게 바뀌기까지 일본은 16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1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본에서 나타난 지방소멸 위험이 우리나라에선 더 빠르고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2000년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으며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당시는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온 힘을 기울일 때였다. 그 결과 고령화·저출산 대책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말았다.

지방소멸이라는 화두는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이정표다. 지난 10년간 1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저출산대책으로 소진했음에도 성과는 미진했다. 2016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1.17명에 불과하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수업료를 비싸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더 늦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이런 현상에 속도가 붙으면 머지않은 시점에 많은 농.어.산촌공동체들이 사실상 붕괴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소멸이 가져올 문제는 낙후된 농.어.산촌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하나의 거대한 인구 저수지라고 가정해보자. 인구 가뭄으로 저수지가 말라들어가면 얕은 지역부터 바닥을 드러내지만, 더 깊은 곳에서도 물은 줄어든다.지난해 4월 국토연구원에서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축소되고 있는 도시를 보자. 경북 김천이나 전남 나주 같은 혁신도시뿐 아니라 경북 안동처럼 도청이 이전한 곳도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 포함됐다.
 
결국 소멸위험은 낙후된 농촌지역에서 지방 중소도시와 대도시로, 결국은 수도권으로 파급될 것이다. 지방소멸 위험은 국가 전체의 쇠퇴와 맞닿아 있는 문제다.일본 타마(多摩) 신도시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심이 과밀화되고 주거비용이 비싸지면서 도쿄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타마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적인 경기침체 때문에 도심의 집값이 떨어져 굳이 멀리 나가 살 필요가 없어졌다. 도쿄로 인구가 회귀하면서 타마 신도시는 유령도시가 돼버렸다.도심에서조차 인구가 감소해 빈집이 크게 늘어나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다.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빈집문제가 심각할 뿐 아니라 인구유출로 지방행정구역이 통폐합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중앙정부에서 예산이 떨어지기만을 바라며 연명하는 지자체가 늘어날 것이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정부 차원의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의 인구유출을 억제하고 다시 유입되는 흐름을 만들려면 몇 가지 단편적인 대책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자리·교육·주거·복지 문제가 총체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각 정부부처를 총괄해 장기적 비전 아래에서 종합적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지방소멸의 근본 원인은 청년 일자리와 교육문제다. 지방산업과 지방대학 육성을 통해 지역의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이나 혁신도시 건설은 인프라 구축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절반의 성공이란 지적도 받아왔다. 기존의 인프라, 즉 하드웨어를 작동시킬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인구감소 시대를 대비한 국토·도시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제 인구감소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지역발전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구성장을 전제로 한 인프라 개선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정책기조를 뛰어넘어 인구감소를 전제한 주민 삶의 질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것에 공감한다.우리나라는 중앙정부에 예산과 정책 수단들이 집중돼 있으며, 농.어.산촌일수록 지방재정은 열악하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지방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수는 없다.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자체장들이 정부에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등 공동의 목소리를 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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