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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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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군주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8.01.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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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사회

전국적으로 계속된 겨울 가뭄으로 인해 식수에 비상이 걸리는 등 자치단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가뭄 때 마다 겪어온 것이 식수원 고갈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하늘만 처다 보는 것이 물 부족에 대한 대책일 뿐이다.
 
강수량 부족으로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댐과 저수지에 가둬둔 물이 줄어들고 당장의 식수 부족과 내년 영농급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가뭄 때마다 물 부족으로 식수원이 고갈돼 먹는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강원 속초시의 경우 2017년 12월까지의 강수량(1,208.2mm)은 평년(최근 30년간) 강수량(1,402.1mm)의 86.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겨울철 11~12월 강수량(51.1mm) 또한 평년 동기(117.0mm)대비 43.6% 수준으로 겨울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서울경기지방은 평년의 80~90%가 내렸고 광주전남지방 66%, 부산경남지방 57%, 제주도 61%로 강수량 부족이 여간 심각하지가 않다.  

강수량이 여름 한철에 집중되고 겨울철과 봄가을에는 비가 적은 한반도 기상의 특성이 여전한데다가 최근에는 겨울 가뭄은 물론 여름철마저 해를 거듭할수록 강수량이 줄어 가뭄 현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 사용량은 갈수록 늘어나는 데 강수량 부족은 여름철 강수량을 댐과 저수지와 보에 저장해 두었다가 써야하는 우리나라 수리 시스템에서 강수량 부족이 곧 저수량 부족과 물 부족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 UN이 지목한 물 부족 국가다. 연간 평균 강수량 1천240억 톤 중 517억 톤이 증발하고 나머지 723억 톤이 바다로 흘러든다. 이 물을 얼마나 많이 댐과 저수지, 보에 가두어 쓰느냐가 수자원 관리의 요체가 된다. 
 
아울러 상수도시설 노후화로 연간 버려지는 물이 상당해 시설 개선이 요구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턱 없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몇 년째 빠짐없이 가뭄피해 뉴스를 접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지구온난화나 환경문제가 있다고 해도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
 
이웃나라 중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매년 수십억원을 들여 인공강우 연구에 힘을 기울여 이제는 실용화 단계에까지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8억원가량의 예산으로 흉내만 내고 있다고 하니 이처럼 단기적이고 임기웅변적인 안목으로 국민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래전에는 가뭄이나 자연재해 등 백성의 생업에 지장을 주는 일이 일어나면 그 책임이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에게 돌아갔다. 군주가 덕이 부족해서 백성이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전설적인 황제인 순임금에게는 백성을 잘 다스렸던 고요(皐陶)와 홍수 등 자연재해에 잘 대처해 해결했던 우(禹)라는 탁월한 두 신하가 있었다.

순임금은 둘 중에서 자신의 후계자로 우임금을 정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게로 오시오, 우여. 홍수가 일어나 내가 심려하였지만, 믿음을 얻고 공을 이룬 것은 오직 그대가 어질기 때문이었소. 나랏일에 부지런하고 집안일에 검소하여 자만하거나 잘난 척하지 않은 것도 오직 그대가 어질기 때문이었소. 그대가 자랑하지 않지만 천하에 그대와 더불어 재능을 다툴 자가 없으며, 그대와 더불어 공을 다툴 자도 없소. 내가 그대의 덕을 크게 여기고, 그대의 큰 공을 아름답게 여기고 있소. 하늘의 돌아가는 운수가 그대에게 있으니, 그대는 마침내 임금의 자리에 오를 것이오.” 전설 속의 인물이기는 했지만 순임금의 시대는 문을 걸어놓지 않아도 도둑이 없을 만큼 태평성대였다고 한다. 그래서 공자와 맹자 같은 철학자들도 그 시대를 가장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으로 인정하며 그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러한 시대에도 홍수와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에는 도저히 손을 쓸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순임금은 홍수를 잘 다스렸던 우임금에게 하늘의 뜻이 있다고 하며, 우임금의 간곡한 사양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로 지목했던 것이다. 물론 2400여년 전 옛날과 지금은 사정이 같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백성의 선택을 받으면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 백성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면 어떤 방식으로든 지도자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지금도 다를 바가 없다.  맹자는 왕이 물러나야 하는 대표적인 잘못으로 가뭄과 홍수를 들고 있다.
 
심지어 최선을 다해 제사를 치르는 등 다른 분야에서 아무리 나라를 잘 다스린다고 해도 물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한다. 나랏일에서 물을 다스리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지금도 마찬가지다. 물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그 어떤 재해보다 크고 치명적이다.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고, 생활터전을 한번에 삼켜버릴 수도 있다. 저수지 바닥이 갈라질 정도의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마치 옛날에 하늘만 바라보던 것처럼 미온적인 대처로 임해서는 곤란하다.물에 관해서만큼은 나라의 명운을 걸 만큼 장기적이고 근본적이며 총력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고전은 통렬하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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