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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74] 전라도 정도 1000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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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74] 전라도 정도 1000년에 부쳐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01.10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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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전라도’가 정도(定道) 천년을 맞아 지난 천년동안 그랬듯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줄 천년의 빛이 되길 바란다.

 

전라도가 정도(定道) 천년을 맞았다. 호남인들에게는 각별하고 뜻 깊다. ‘전라도’라는 명칭은 강남도(전북)과 해양도(전남)의 주도(主都)인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합친 이름이다. 고려 현종 9년의 일이다. ‘고려사’에 기록된 설명이다. 서기 1018년의 일이니 올 해로서 1,000년이 되는 것이다.

‘전라도’는 전국 팔도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이후 경상도(1314년), 충청도(1356년), 강원도(1395년), 평안도(1413년), 경기도(1414년), 황해도(1417년) 함경도(1509년) 등이 탄생했다. 이후 1896년 전국이 ‘13도제’로 바뀌면서 노령산맥을 기준으로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로 분리된데 이어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참고로 전라도의 별칭이자 이순신 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에도 등장하는 ‘호남’이라는 이름은 호수의 남쪽에 위치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호수는 여러 설이 있으나 김제의 벽골제호, 또는 금강을 가리킨다고도 한다.
 
국토의 서남부에 자리한 전라도는 기후가 온난하면서도 비옥하고, 넓은 농토와 바다를 끼고 있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풍부한 농산물과 수산자원이 생산돼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이자 식량기지 역할을 담당해왔다.
 
물산이 풍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남다른 맛의 음식문화가 발달했고, 융성한 전통문화를 꽃 피웠다. 그런가 하면 역사적 고비마다 대의를 위해 분연히 일어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고장이 전라도다. 임진왜란과 한말 의병, 동학농민운동, 5.18 민중항쟁으로 이어지는 의로움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의향(義鄕)’, ‘예향(藝鄕)’, ‘미향(味鄕)’의 ‘3향’으로 불리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전라도는 산업화시대를 맞으면서 오랫동안 정치권력의 정략적 지역차별이 더해져 경제는 낙후되고 인재는 소외되는 억압을 이겨내야 했다.

이러한 전라도가 천년의 역사를 딛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전라도의 앞길은 간단치 않다. 인구는 빠져나가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산업구도는 여전히 낙후되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은 여전하다. 그러다 보니 전라도가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한 식구였던 전라도가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광주로 분화되면서 서로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갈등양상마저 겪고 있다. ‘전라도’라는 공동체의 자긍심이 사라지고 있다. 미래로 가는 길은 험하고 버겁기만 하다.

다행히도 광주시와 전라남도, 전라북도 등 전라권 3개 시.도가 정도 천년에 맞춰 ‘전라도 천년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공조에 나섰다. 전라도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살려 미래 발전의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천년 역사의 재정립과 미래 천년의 창조기반 구축을 목표로 7개 분야, 30개 사업을 추진하는 등 지역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다는 계획이다.
 
지난 1일 새해 첫날에는 광주시장과 전북도지사, 전남도지사(권한대행) 등 3개 시.도 단체장이 아시아문화전당 앞 5.18 민주광장에서 천년맞이 타종식을 가졌다. 3개 시.도는 ‘전라도, 천년을 품다. 새 천년을 날다’라는 슬로건을 공동으로 채택하고 전라도가 상생 화합의 공동체로 다시 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 가기로 했다.
 
오는 10월 18일을 ‘전라도 천년 기념일’로 제정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도 치를 계획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도 없잖다. 첫 번째는 ‘전라도 정도 천년’이 천년이 아니라 4년의 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단체장들이 자신의 치적 쌓기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재직중인 단체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이 개인의 영광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는 전라도만의 자랑이나 긍지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격동기 때 마다 국가를 지탱해왔던 전라도의 정신과 문화적 자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새로운 인식과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화합과 균형발전차원에서도 ‘전라도’가 전라도를 뛰어 넘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지원과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지방의 긍지가 모여야 국가의 긍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올해는 ‘전라도 정도 천년’에 맞춰 선정된 ‘전라도 방문의 해’이기도 하다. 전라도의 정신적 자산은 물론 멋과 맛이 ‘엄지 척’으로 세워지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지난 천년동안 그랬듯이 전라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줄 천년의 빛이 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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