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말(言)
상태바
말(言)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8.02.06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모든 인간관계는 대화로서 이루어진다. 가족이나 교우관계는 물론 이성교제를 할 때나 사회생활을 할 때, 말은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맺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 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그것은 사람의 세 치 혀가 총칼보다 잔혹한 살인의 도구로 쓰일 수도 있음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화술의 중요성을 짚어 낸 말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의 묘한 뉘앙스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다. 말로써 상대방을 기쁘게 할 수도 있고, 자신의 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시기하고 원망하는 모든 감정이 말들을 통해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은 세상에서 가장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다뤄야 할 인격의 거울 같은 것이다. 말은 그렇게 신중하게 다뤄야 하고 말하는 사람의 인격이 거울과도 같은 것인데, 요즘 포항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SNS(소셜네트워크)상에는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이 난무해 섬뜩하기 까지 하다.

여에는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와 가장 기본적인 질서조차 무너져 버린듯해 우려스럽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하여 집단 공격의 대상이 돼야하고, 나와 정치 성향이 다르다 하여 수구골통으로 분류되는, 이미 이곳은 살벌한 공간이 돼 버렸다. 여기에는 일부 요설도 난무하고 있다.

정치인을 향한 욕설도 인격모독 수준이다. 언론에 대한 모독 수위도 위험해 보인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서로 만날지도 모를 이 작은 포항지역에서 서로간의 한치 양보 없는 살벌한 대화를 보고 있으면 차라리 보지말자 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더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지난2015년 3월 12월에 개봉했던 스릴러 영화 소셜포비아는 SNS 마녀사냥의 문제를 잘 지적해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류준열은 이름이 꽤 알려져 있는 BJ다.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댓글로 악플을 달던 레나는 전 국민의 분노를 사게 된다. 현피(인터넷 게임에서 만난 사람과 실제로 만나 싸우는 행위)를 뜨러 가겠다며 꼭 사과를 받겠노라 인터넷을 방송을 켜며 현피원정대들과 함께 레나의 SNS 마녀사냥 급으로 신상을 털어 레나의 집까지 직접 찾아간다.

문이 열려있던 그녀의 집에서 발견된 건 그녀의 시체, SNS 마녀사냥에 겁이 질려버린 걸까. 현피원정대들은 누구도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고 자기들 계정에 있던 레나에 관한 글을 지워버린다. 경찰 지망생이었던 변요한과 이주승은 경찰 시험에 불리한 기록이 남아 경찰이 될 수 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비난의 화살은 순식간에 현피원정대에게로 돌아서는데 결국 직접 범인 찾기로 마음 먹게 된다. 스릴러 영화 소셜포비아 SNS 마녀사냥 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SNS가 ‘온라인 마녀사냥’의 도구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오래전 들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에 전쟁이 있었다. 큰 전투가 끝난 다음, 사상자들이 즐비한 전투현장에서 덴마크 병사가 수통을 꺼내 물을 마시려고 하였다. 그때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시오! 물 한 모금만 주시오! 목이 말라 죽을 것만 같소!” 덴마크 병사가 쳐다보니 곧 죽을 것 같은 적의 병사가 목말라 애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스웨덴 병사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수통을 그의 입에 대주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스웨덴 병사가 벌떡 일어서더니 권총을 뽑아 덴마크 병사를 향해 총을 쏘았다. 그러나 다행히 총알은 덴마크 병사의 어깨를 살짝 스쳤을 뿐 큰 부상은 아니었다. 덴마크 병사는 몹시 화가 나서 스웨덴 병사의 총을 빼앗았다.

“나쁜 놈!” 그러나 그는 곧 마음을 돌려 말을 하였다. “처음부터 나는 너에게 물을 주려고 했었지만 네가 한 짓이 괘씸해서 반만 주겠다. 내가 일단 주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까…….” 덴마크 병사는 수통의 물을 반만 마신다음 나머지를 스웨덴 병사에게 주었다. 생사를 가늠하는 전쟁터에서 적과 나누어 마신 물의 의미는 곧 덴마크 왕에게도 전해졌다.

왕이 병사를 불러 물어보았다. “어찌하여 너는 스웨덴 병사에게 물을 주었느냐?” “예 저는 비록 적이기는 하지만 큰 부상을 당해 괴로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죽게 버려둘 수가 없었습니다.” 왕이 감탄하여 말했다. “그대야 말로 충분히 귀족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덴마크 왕은 그 병사에게 귀족의 작위를 내려 그를 격려했다.

죽이고 죽는 전투 현장에서 곧 죽을 병사에게 물 한 모금 마시게 하는 덴마크 병사의 인간적인 사랑을 볼 수 있어 흐뭇한 이야기였다. 혈통으로서의 귀족이 있고, 내적인 귀족이 있다. 양반, 상놈의 혈통으로서의 구별이 없어진 시대, 그러나 덴마크 병사 같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스웨덴 병사 같은 사람도 있다.

이처럼 적(敵)과의 소통으로도 크나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 하물며 우리 포항 지역은 한발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일 만큼 좁은 곳이다. 토론은 치열하게 하되 인정할 줄 아는, 그래서 토론에서 이기지 못한 사람에 대한 배려도 빼놓지 않는 성숙한 포항지역을 위한 그야말로 소통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