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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성폭력 교육현장부터 바로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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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성폭력 교육현장부터 바로잡자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8.03.12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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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에 배움의 터전인 학교가 성희롱과 폭력이 만연돼 있다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개설된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미투'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교사가 교탁 앞으로 부르더니 가슴을 만졌다거나 성희롱이 끊이질 않고 발생하고 있다.

피해 학생들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상담교사에게 추행을 털어놨지만 '그 선생님 곧 전근 가시니 좀만 참아라'는 말을 듣고 허탈해 할 수 밖에 없는 가운데 추행은 전근 전날까지 이어졌다는 것.
 
배움의 터전인 학교도 성희롱·성폭력 문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은 피해자들의 폭로뿐 아니라 통계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서울지역 각 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부쳐진 성폭력 사건은 2013년 221건에서 2016년 385건으로 74.2%(164건)나 증가했다. 작년은 8월까지 293건의 성폭력 사건이 학폭위에서 심의됐다.
 
서울지역 학폭위에 넘겨진 전체 학교폭력 사건이 2013년과 2016년 사이 31.2%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교 성폭력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가파르다.성폭력 피해 학생은 2013년 228명에서 2016년 610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피해 학생은 8월까지 472명이었다.
 
피해 학생이 신고하거나 교사 등 주변 사람이 인지해 학폭위가 공식적으로 심의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 학생만 이 정도다.전국적으로 학폭위에 넘겨진 성폭력 사건은 2013년 878건, 2014년 1천429건, 2015년 1천842건, 2016년 2천387건 등으로 4년 동안 171.9% 늘었고 연평균 1천634건이었다.

피해 학생은 연평균 2천241명이나 됐다. 학폭위는 학생 간 폭력뿐 아니라 교사가 가해자일 때 등 피해자가 학생인 모든 폭력사건을 다룬다. 성폭력은 학생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긴다. 한국사회복지학회지에 작년 11월 실린 김재엽 연세대 교수의 '여자 청소년의 성폭력 피해 경험과 자살 생각의 관계' 논문을 보면 중·고교 여학생 1천19명 가운데 16.2%(165명)가 어떤 유형의 성폭력이든 겪은 적이 있고, 이들 중 63.6%(105명)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생각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을 당해본 적 없는 학생의 경우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36.4%로 훨씬 낮았다.교사가 학교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교육부 교권침해 현황자료를 보면 '학생의 교사 성희롱'은 2014년 80건, 2015년 107건, 2016년 112건으로 전체 교권침해사례의 3%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교사의 권위를 강조하는 문화 탓에 성희롱 피해를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지 못하기도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상담을 신청한 사례는 2014년 7건, 2015년 3건, 2016년 6건 등이었다.

매년 교총에 접수되는 교권침해사례가 500건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많다고 하기 어렵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다른 교권침해와 비교하면 성희롱이나 성추행 상담요청은 거의 없는 편"이라면서 "성희롱 정도가 심해지고 인식이 바뀌면서 최근에야 상담요청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끼리 이뤄지는 성폭력도 심각한 문제다. 교육부 '교원 성비위 징계 현황'을 보면 인천의 한 특수학교 교사는 기간제교사에게 정교사 전환을 약속하며 노래방에서 강제추행해 2017년 2개월 정직처분을 받았고, 서울 한 고등학교 교장은 회식 후 노래방에서 싫다는 여교사와 블루스를 춰 같은 해 3월 해임됐다.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성폭력은 '일상'에 가깝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설문조사를 해보니 학교 비정규직 504명 가운데 21.2%가 학교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설문조사에서는 한 교장이 조리실무사들에게 "비키니를 입히면 밥맛이 더 좋아지겠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교 성폭력이 반복되는 이유로 우선 가해자 징계가 약하다는 점이 꼽힌다.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1년 반 동안에만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113명인데 이 가운데 14명은 견책·감봉 등 경징계, 16명은 중징계 중 정직처분을 받아 교단에 복귀가 가능했다. 실효성 없는 성교육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작년 중학교 3학년 6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학교 성교육이 도움된다는 응답은 56.7%에 그쳤고 43.3%가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최 일선의 교육현장에서 벌어지는 성희롱과 성폭력은 이처럼 만연돼 있다. 교육이 바로서야 지금처럼 시끄러운 성희롱과 성폭력은 우리사회에서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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