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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오는 이제 처형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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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오는 이제 처형됐는가?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8.05.0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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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요즘 정치권과 어느 대기업 총수 일가의 행태를 보면 국민들의 눈 높이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행태는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몸속 깊숙이 내 탓보다는 남 탓하기가 만연돼 있어 현재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심한 괴리감을 느끼게 하고 있어 죄수들을 감옥에 격리하기 보다는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오늘날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 논어>를 보면 ‘군자(君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교에서 군자란 학식이 높고 행실이 바른 사람을 뜻하는데 오늘날 군자란 사회 지도층에 해당될 것이다. 지위가 낮고 인간됨이 부족한 사람을 뜻하는 소인과 대비해 바람직한 인물, 되고 싶은 인물을 유교에서는 군자라 칭한다.

따라서 군자의 자격과 자세를 많은 고전에서 묘사하고 있는데, <논어> ‘팔일(八佾)’에 실려 있는 글은 요즘 각박한 세상을 사는 우리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군자는 다투는 일이 없으나, 꼭 하나 있다면 활쏘기다. 절하고 서로 양보하며 사대에 오르고, 내려와서는 벌주를 마시니 그 다투는 모습도 군자답다.”경쟁이란 상대를 이기기 위해 하는 일이니 사익을 추구하지 않는 군자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활쏘기는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하더라도 반드시 예를 따라야 하고, 서로 양보하는 미덕을 보일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다툼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다.군자와 활쏘기에 대해서는 <예기(禮記)> ‘사의(射義)’에도 나오는데 그 이유가 훨씬 구체적이다.“활을 쏘는 것은 인(仁)의 길이다. 먼저 자신을 바르게 하는 것을 구한다. 몸을 바르게 한 후에야 화살을 쏘며, 맞추지 못했으면 나를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는다. 돌이켜 나 자신에게서 잘못을 구할 따름이다(反求諸己而已矣·반구저기이이의).”활을 쏘려면 먼저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방향으로 활을 쏠 수 있고, 명중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활을 쏘는 것은 자기 자신을 바르게 수양하는 인의 철학과 같다.또 한가지, 활쏘기는 이기든 지든 승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히 졌을 때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먼저 나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진다. 이런 뜻을 가진 성어 ‘반구저기(反求諸己)’는 올바른 삶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덕목이다.

따라서 많은 고전에서 권면하고 있는데, 그만큼 지키기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논어> ‘위령공’에 실려 있는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군자구저기 소인구저인)’도 같은 의미다.  직역하면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다른 사람에게서 구한다’인데,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이나 해결책을 군자는 스스로에게서 찾지만 소인은 다른 사람의 탓을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 속담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 소인의 행태를 잘 말해주고 있다.“남을 사랑하는데 친해지지 않을 때는 자신의 인자함을 돌아보라.  남을 다스리는데 다스려지지 않을 때는 자신의 지혜를 돌이켜보라. 남을 예로써 대하는데 화답하지 않으면 자신의 공경하는 태도를 돌이켜보라. 행했는데 얻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자기에게 돌이켜 그 원인을 보라. 자신이 바르면 천하가 자기에게 돌아온다.”<맹자> ‘이루상(離婁上)’에 실려 있는 이 문장도 같은 의미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떤 상황이든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는 말이다.

그럴 때 온 천하가 따를 정도로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맹자는 이 문장에 이어서 <시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길이길이 천명에 부합하면 스스로 많은 복을 얻게 될 것이다(永言配命 自求多福·영언배명 자구다복).”천명에 부합한다는 것은 하늘의 뜻에 맞게 사는 것으로,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자구다복’은 복을 받는 비결이 모두 자기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다. 즉 올바른 삶을 사는 사람은 저절로 많은 복을 불러들이게 되는 것이다.오래 전 한 종교단체의 주도로 ‘내 탓이오’ 운동이 벌어졌던 적이 있었다.

바로 반구저기 정신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자는 시도였다. 이제는 거의 잊어졌지만 이 정신은 오늘날에도 더욱 간절히 필요한 것 같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네 탓, 조상 탓은 만연하지만 스스로에게 책임을 물어 반성하는 사람은 드문 현실이 안타깝다.

특히 이런 안타까움은 정치권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 일가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에서 비일비재 하게 발생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소인배들이 가득한 세상이 아닌 군자들이 넘치는 세상을 원하고 있다. 이 땅에서 내 탓이오는 이제 처형됐는가. 내 탓이요는 실종되고 남 탓이 난무하는 세상이 됐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Herodotos)는 “역사는 정치인들이 오만하면 망한다는 사실의 기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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