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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들은 오래 어리석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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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들은 오래 어리석진 않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5.24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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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도어는 상대방을 중상 모략하는 흑색선전을 말한다. 특히 마타도어는 선거 때마다 등장하곤 하는데 이번 6·13 지방선거 역시 마타도어에 대한 우려가 높다.
 
‘마타도어(Matador)’는 에스파니아어 ‘마타르(Matar·죽이다)’란 단어에서 파생된 말로 원래는 투우에서 마지막에 소의 급소인 심장을 찔러 죽이는 주연 투우사를 지칭하던 말이었다. 소를 붉은 천으로 흥분시키거나 유인해 칼로 찌르는 ‘마타도어’는 현 시대에서도 다른 모습으로 재현된다. 우선 소를 툭툭 건드리는 것처럼 마타도어는 대체로 던져보는 형태를 취한다. 투우에서 군중 심리가 중요한 것처럼 마타도어는 군중 심리를 가장 잘 이용한다. 군중 현혹이 최대 목적이다.

사실 천이 붉은 것은 소를 흥분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군중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소는 색맹이다.‘네거티브’ 또한 상대를 위축시키고 자신을 부각할 수 있기에 선거전에서 많이 활용된다. 네거티브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도 큰 힘을 발휘한다.

인간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거티브는 팩트에 기반하는 것이다. 유권자가 알지 못했던 후보의 부정적인 부분을 드러내 자질과 정책 등을 검증할 수도 있다. 때문에 네거티브는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또 상대 후보의 장점을 팩트로 먹칠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잘쓰면 약이고 못쓰면 독이다.
 
‘상대에게 유리한 이슈는 공격하지 마라. 상대가 원하는 논쟁 속에 말려들지 마라’라는 선거 격언이 있다. 상대의 유리한 정책을 흠집 내려 하다 보면 오히려 되밀릴 수 있다. 상대 후보를 홍보해주고, 유권자에게 각인시켜 주는 멍청한 짓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유리한 이슈를 인정할 수는 없겠지만, 대응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아무리 정책선거를 당부해도 전쟁에 비유되는 선거인 만큼 효과는 전혀 없는 것 같다. 음해, 비방, 마타도어 등 ‘내가 잘하는 것을 알리는 것보다 남이 잘 못하는 것을 폭로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선거꾼들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문제는 투표일이 임박할수록 네거티브 전략은 더욱 극에 달할 거라는 것이다. 상대 후보에게 해명의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막바지에 집중 포화를 퍼붓기 때문이다.
 
선거 열기가 서서히 가열되면서 각종 흑색선전이 난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지도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그 조직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은 큰 흠결이 없는 한 지도자를 믿고 따라간다. ‘지도자를 잘못 뽑았노라!’고 나중에 후회할지라도 일단은 신뢰하게 마련이다. 여하튼 지도자는 그 단체, 조직의 상징이면서 파급력이 크기에 중요하다.

맹자가 일찍이 “1만 명의 병졸을 얻기 쉬워도 한 명의 장수를 얻기는 어렵다.(萬卒得易 一將得難)”고 한 말이 지도자의 위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해도 외로이 비추는 달 하나만 못하고, 높은 탑에 층층마다 불을 밝힌다 해도 어두운 곳에 등불 하나 건 만큼 밝지 못한 바와 같다고 하겠다.
 
근래 민선7기 지방자치를 책임질 시·도 지사와 교육감, 시·군·구청장, 각급 지방의원 등에 출마할 후보들 간 대진표가 짜여졌다. 앞으로 4년 간 지역 살림을 돌보는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다.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발전·퇴보가 갈린다. 지방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세계화·분권화 시대에 지방자치제도는 점점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지자제가 확대될수록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도 정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지방정부 선출직들의 역할도 갈수록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과제는 지방정치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물 선정이다. 지역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식견, 성실성, 도덕성이 담보되는 인물을 내세워야 하고 유권자는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후보들의 책무도 크고 무겁다. 실현 가능하고 미래지향적인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상대방 공격이나 상대 후보의 실책만을 문제 삼는 저급한 선거 운동은 안 된다. 정치 혐오만 키울 뿐이다.

유권자는 앞으로 남은 기간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골라야 한다. 내 손에 우리 지역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자세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후보들 역시 깨끗한 정책대결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 상대를 헐뜯고 비방하는 흑색선전으로 지방자치를 진흙탕으로 빠뜨려선 안 된다. 중앙정치 의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지방선거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냉정한 눈과 참여가 요청된다. 그래야 미래가 열린다.

촛불정국을 경험한 유권자들은 이미 현명해졌다. 누가 영혼 없이 악수만 하고 다니는지, 누가 흑색선전과 비난에 치중하는지 더 잘 안다. 비록 법망은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후보 진영이 구태를 버리지 않는 한 유권자의 철저한 외면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더는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말이 좋아 풀뿌리 민주주의지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는 법이다. 우리 동네, 나아가 우리 정치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결국 우리 동네 유권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지역사회에 절실하고도 지속적인 문제들을 제대로 연구하여 공약다운 공약을 펼치고 실천하는 정치적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선거철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흑색선전과 네거티브 행위는 반드시 이 땅에서 청산될 때만이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시켜 나갈 수 있다.선거일이 점점 다가오는 만큼 각 후보자들의 마음도 초초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만큼 유권자들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전략보다는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비전과 참신한 이미지의 일꾼임을 앞세우는 전략이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한다.

오늘도 많은 출마자들이 소리높여 자신이 ‘적임자’라고 외친다. 하지만 적임자 평가는 출마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하는 것이다. 민심이야 알 수 없지만 얻는 방법은 한가지다. 장밋빛 헛공약보다 진실한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표심에 다가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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