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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성 해외연수에 시민혈세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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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성 해외연수에 시민혈세 ‘펑펑’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8.12.03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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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경북 포항시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지적은 한두 번, 한 두 해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역시나 였다. 기자는 그동안 포항시의회 의원들의 해외 연수가 있을 때 마다 연수 본래 목적은 뒷전인체 관광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행태를 지적했었다.

심지어는 의원들의 특권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며 많은 지역사회와 시민단체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일깨워 줄 것을 누누이 당부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시의회 의원들은 뉘 집 개 짖는 소리로 치부하며 올해도 관광성해외연수를 강행했다.

이번 건설도시위원회와 경제산업위원회의 해외연수는 1년 전 발생한 ‘포항지진’을 핑계로 포항지열발전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겠다’며 독일과 스위스 지열발전소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해외 연수를 떠났지만 정작 사전 일정표와 달리 관광만 즐기고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도 갈 곳 없는 수 백명의 이재민들이 체육관에서 텐트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현실에서 이번 거짓 해외연수는 이들 이재민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해당 시의원들이 앞으로 어떻게 이들을 대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편 걱정스럽기 까지 하다.

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 소속 의원 8명과 경제산업위원회 소속 의원 7명 등 15명은 지난 10월29일부터 11월 5일까지 6박8일간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정부조사단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 시청 공무원 6명을 대동한 채 스위스와 독일를 다녀왔다.

“현재 운용되는 독일 란다우 지열발전소와 폐쇄된 스위스 바젤지열발전소를 방문해 지진발생 유발여부 등을 직접 챙겨보겠다”는 것이었다. 당초 시의회는 지열발전과 지진에 대한 상관관계 규명을 위해 해외연수시 지열발전소 방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번에 이들 지역을 해외연수지역으로 최종 선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해외연수를 떠난 시의원 15명은 당초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열발전소 방문 일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 10월30일 지열발전소가 있는 독일 란다우 지역을 찾았으나 지열발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사무실을 찾아 40분가량 설명을 들은 후 정작 지열발전소 현장은 5분도 머무르지 않고 대충 둘러보고 온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란다우 지열발전소는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이들 시의원들은 지열발전소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한 뒤 곧바로 떠났으며 이튿날 예정됐던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소(유발지진으로 폐쇄)는 ‘섭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예 일정에서 제외했다. 이번 해외연수의 가장 큰 목적지이자 방문지인 바젤 지열발전소는 애초부터 가지도 않고 대신 김상원 지진피해특별대책위원장 등 3명만 바젤시청에 들러 관계자들과 형식적인 면담을 실시했을 뿐 나머지 의원들은 관광지로 발길을 돌렸다. 여기서 기자는 포항시의회의 이번 해외연수에 대한 준비 없는, 일단 떠나고 보자는 식의 연수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위스 대사관이나, 외교부등을 통해 바젤지열발전소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파악해 사전 섭외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이들은 대신 온천수가 나오는 바젤시 인근 리헨시의 온천공을 찾아 기념촬영을 한 뒤 스위스 에멘에 있는 치즈만들기 체험장을 방문했다.

시의원들은 관광을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 취리히 치유의 숲 견학은 스위스 융프라우 관광으로, 독일 뮌헨의 생태 신도시 견학은 독일 유명 자동차회사인 BMW 전시장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을 모두 변경했다.

하지만 이 같이 거짓 일정을 소화한 시의원들은 귀국 뒤 시의회 홈페이지에 “바젤시청을 방문했다”, “바젤지열발전소 대신 리헨에 있는 지열발전소를 보고 왔다”는 등의 내용으로 총 16장의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유명 관광지나 형식적인 기관방문은 지양하고 공식적인 현장방문을 통해 실제로 보고 느끼는 데에 중점을 두고 하나의 일정도 헛되이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이에 이들은 주요 일정을 조정해 관광을 다녀왔으면서도 정상대로 일정을 소화하고 방문목적을 모두 달성한 것처럼 거짓 국외공무여행 결과보고서를 시의회 홈페이지에 버젓이 게재했다. 이번 해외 연수에 함께한 의원들에게 비난이 따르는 이유다.

무엇보다 시의회에서 근무했던 전·현직 공무원에 따르면 그 동안 대부분의 해외연수가 속칭 일정표와 실제 방문지가 다른 형태로 진행되면서 선진지 견학보다 관광성 외유로 진행됐다며 시의회 해외연수전반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공공연한 비밀로 국외공무여행 결과보고서 작성은 시의원이 아닌 동행했던 담당 공무원들의 몫으로 남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연수를 다녀온 15명의 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4명과 3선의원 1명 등 5명도 포함돼 있어 자유한국당의 독주를 견제 감시해야 할 여당 의원들마저 거짓 해외연수를 눈감아줘 여·야가 모두 한통속이라는 비판을 면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의원 15명의 해외연수에는 4800만 원이라는 비용이 소요됐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피해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한 데도 혈세로 해외 지열발전소를 살펴보겠다던 시의원들이 연수는 커녕 관광을 즐겼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얼렁뚱땅 구렁이 담넘어가 듯 해서는 안될 일이다. 시민들은 지금 ‘주민소환’을 들먹이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당초 계획했던 일정 중 일부가 현지 사정으로 제대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일부 일정이 변경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현지 시민단체 등과 의견을 교환하고 방문목적을 달성하기 노력한 결과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하는 해외연수단장인 백강훈 시의회 건설도시위원장의 말이 얼마나 사실과 부합한지, 그리고 시민들은 또 얼마나 믿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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