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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해체, 대책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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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해체, 대책 마련 필요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8.12.1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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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요즘 대가족의 해체와 1, 2인 가구의 증가로, 가장 한국적이자 세계적인 사상인 ‘효(孝)’의 가치관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효’ 사상은 자기 생명의 창조자인 조상을 신으로 받드는 우리의 원시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또, 효는 이타주의를 본질로 한다. 엄밀하게는 나와 다른 별개의 개체인 부모를 위해 희생하기 때문이다.
 
효는 인내주의가 필수라고 한다. 부모를 섬기고 받드는 과정에서 나(자식)의 충동과 감정을 억누르고 자제해 가는 과정이다. 때문에 효를 실천한다는 것은 인내심이 발휘되는 과정인 동시에 인내심을 함양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문명이 인간에게서 참을성을 빼앗아가 버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편리와 속도와 감각의 추구에 영합해 쏟아져 나온 현대의 모든 정신적·물질적 산물은 인간을 극히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존재로 변화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혼자 살아도 생활에 큰 불편 없이 편리하고, 물질생활의 수준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효는 절충주의가 필수라고 한다. 부모를 모시는 자는 자신의 극단적인 입장만을 고집할 수 없으며, 세대 간 조화를 이루려면 반드시 절충의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효를 가르친다는 것은 이 모두를 한꺼번에 함양시키는 것이며, 효를 실천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실천하는 것이라고 한다.
 
중국 고대의 사상가 공자(孔子)는 효의 본유 관념으로서 ‘공경심’을 강조하고 있다. 봉양하는 일뿐만 아니라 공경하는 마음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또,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효경(孝經)’에서 ‘우리의 신체는 머리털에서 살갗에 이르기까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감히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비롯이니라’고 표현하고 있다.
 
‘효경’에서 부모에 대한 윤리 도덕인 ‘효’를 “하늘의 불변한 기준이요 땅의 떳떳함이다(天之經 地之義)”라고 해 우주적 원리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효는 사후(死後)에까지 확대된 개념으로, ‘살아계실 때도 예로써 섬기고, 장례도 예로써 치르고, 제사도 예로써 모시라’고 했다.
 
유가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교육가인 맹자(孟子)는 ‘효’를 백행(百行)의 근본으로 보고 있다.

그는 “효자의 지극함은 어버이를 높이는 일보다 더함은 없을 것이다. 어버이를 높이는 일의 지극함은 천하를 가지고 봉양해 드림보다 더 함은 없을 것이다. 천자의 아비가 되니 높음의 지극함이요 천하로써 봉양하니 봉양의 지극함이니라”고 했다.
 
1501년(연산군 7)~1570년(선조 3),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인 이황(李滉)은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자(慈)이고, 자녀가 부모를 잘 받드는 것이 효이다. 효자의 도리는 천성에서 나오는 것으로, 모든 선의 으뜸이 된다”고 했다.
 
이는 육신의 부모를 섬기는 것이 만물의 부모인 하늘을 섬기는 것과 구조적으로 연관돼 있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처럼 전통사회에서 ‘효’ 윤리는 가족을 결속시키고, 사회풍속을 순화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서 효 사상을 바탕으로 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해결하던 전통적인 부모 부양의 개념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고령에다 아픈 노인은 늘고 있지만 부모 봉양을 책임지려는 자녀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우리나라 가구주 4명 중 1명 정도만 ‘나이 든 부모는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5세 이상 고령층 10명 중 6명꼴은 거동이 불편해져도 집에서 지내고 싶어 하지만 자녀들은 요양시설에서 부모를 모시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이 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올 26.7%로, 10년 전인 지난 2008년(40.7%)과 비교해 무려 14%포인트 떨어졌다.

또, ‘가족뿐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은 48.3%로, 전체 응답 중 가장 많았으며,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도 19.4%에 달했다.

가구주의 절반은 ‘행동이 불편한 노부모를 돌봐야 할 때 요양시설을 이용하겠다’고 답했고, ‘집에서 노부모를 돌보겠다’는 답변 비율은 22.4%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중 57.6%는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재가서비스를 받고 집에 머물고 싶다’고 밝혔다.
 
‘배우자나 자녀, 형제자매와 함께 살고 싶다’는 노인도 10.3%나 됐으며, ‘노인요양시설 입소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31.9%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노인의 비율은 51.0%로 절반을 넘었다. 10년 전인 지난 2008년(30.7%)보다 무려 20.3% 포인트나 급증했다. 수명은 늘었지만 병으로 고생하는 ‘유병 장수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하지만 부모를 가족이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구주 비율이 급감하면서 자식이 노부모를 부양한다는 전통적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소수가 됐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등에 따르면 최근 65세 이상 가구주들 중 72.4%가 현재 자녀와 함께 살고 있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85세 이상 고령자와 저소득층 노인의 경우는 빈곤과 질병, 소외 등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질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는 요즘 사회의 변화에 따라 효의 덕목도 예외 없이 새로운 면모를 갖춰나가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무엇보다 해체되고 있는 가족관계 회복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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