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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01] 목포의 눈물과 손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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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01] 목포의 눈물과 손혜원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9.01.3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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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손 의원의 행위가 목포의 눈물을 닦아주는 행위였는지, 목포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했는지는 검찰수사에서 밝혀질 일이다. 다만 목포의 눈물을 닦으면서 손 의원 자신은 돌아서서 웃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목포는 지명이라기 보다는 상징에 더 가깝다. 신의주와 부산까지 이어지는 국도 1,2호선의 출발점이면서도 ‘비 내리는 호남선’의 종착점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한 곳이 목포다. 출발점의 희망보다는 종점의 절망이 켜켜이 쌓인 곳, 목포는 눈물이 앞서는 도시다.

목포는 조선시대 전라도 4진 가운데 하나인 목포진이 설치돼 첨절제사가 파견되어 방어임무를 맡을 만큼 요충지였다. 일제 시절에는 일본의 영사관이 설치되고, 식민지에 대한 착취의 수단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도 들어섰던 곳이다.

1940년대만 해도 부산, 인천, 원산 등과 함께 4대 항구중 하나로 호남을 대표하며 광주보다 더 번성했던 도시다.

또한 전남도내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와 신학문, 현대기술 등과 같은 개화 문물을 받아들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호남을 지렛대로 하여 정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독재자와 그 후예들에 의해 목포는 호남의 상징이 되어 철저히 소외됐고, 침체의 길을 걸어야 했다. 1980년대 22만 여명이었던 인구가 지금도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목포다.

목포는 일제 강점기에는 수탈의 전진기지였고, 독립된 나라에서는 정권의 재물로 바쳐져야 했던 곳이다. 목포가 국도 1호선의 기점처럼 발전과 번영으로 출발하는 역할은 잠시 뿐이었고 종점의 역할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런 점에서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으로 애창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은 퇴락한 왕조에 바친 회한이기도 하다.

지금도 목포에는 퇴락한 왕조의 유물 같은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고, ‘목포의 눈물’은 그러한 왕조를 끌어안고 위로하고 있다.

그러한 목포가 최근 전국적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손혜원 의원(현 무소속)이 목포에 투자와 투기를 했다고 해서 신문지상에 연일 대서특필된 탓이다.

야당은 호기를 만난 듯 부풀려 질타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인 정용기의원은 ‘목포는 항구다’라는 노래에 빗대 ‘목포는 호구다’라는 지역비하 발언까지 배설하듯 쏟아냈다.

그런가 하면 손 의원이 탈당하기전 속했던 여당에서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어정쩡하니 비호하고 있지만 목포는 어찌됐건 확실히 뜨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여론의 관심 탓에 관광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목포 시민들의 판단은 전국적 여론과 상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 의원의 행위에 대해 투기와 투자 사이에서 판단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목포시민들의 엇갈린 판단은 어쩌면 오늘의 목포가 안고 있는 눈물의 실체이기도 하다.

손 의원을 옹호하는 시민들은 이번 일로 침체됐던 목포의 눈물이 마를 것이라는 기대가 짙게 깔려있다.

지금껏 누구도 관심조차 갖지 않은 낙후된 지역에 손 의원이 앞장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우선 순위에 두고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목포를 지역구로 둔 민주평화당 박지원의원이 모 방송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 ‘나는 지금 떨고 있다’고 한 말은 그냥 하는 너스레가 아니다. 손 의원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그 만큼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반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투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아무리 선의의 행위라 하더라도 개발이익을 노린 투기’라는 비난이다. 백번 양보해도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쓰면 안된다’며 기대가 물거품이 될것이라는 우려가 짙게 깔려있다.

손 의원의 행위가 목포의 눈물을 닦아주는 행위였는지, 목포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했는지는 검찰수사에서 밝혀질 일이다. 투기면 응당한 처벌을 받으면 될 것이고, 투자면 그의 공을 치하하면 될 일이다. 다만 목포의 눈물을 닦으면서 손 의원 자신은 돌아서서 웃지 않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손 의원의 공은 검찰수사와 별개로 계산해야 할 성 싶다. 목포의 눈물에 대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니 그 것 만으로도 손 의원의 행위는 일단은 긍정적이다. 도시재생을 통한 목포의 발전 가능성에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이렇게라도 평가해주고 싶은 것이 ‘목포의 눈물’인 셈이다. ‘목포의 눈물’은 아직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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