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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행정에 불과한 산불피해 지원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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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행정에 불과한 산불피해 지원대책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9.04.1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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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정부는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강원 산불 이재민 562가구, 1205명에 대한 지원과 산불 수습·복구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산불로 집을 잃은 주민에게 24㎡(7.3평) 크기의 임시 거주용 조립주택과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한가구당 최대 6000만원(연 1.5% 이자, 17년 분할상환)을 빌려준다.

또 보급종 벼 공급, 3100여개 농기구 대여, 보험료·의료비·세금·공과금 감면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13개 정부부처가 나서 강원 산불피해 종합대책을 발표한 것은 피해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산불피해 지역에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 등이 신속히 현장을 찾아 피해 주민들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산불로 집과 영농기반을 한순간에 잃은 이재민 입장에서는 정부 대책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집이 완전히 불탄 경우 주거비로 1300만원이 지원되는데, 이 돈으로는 집을 짓다 중단해야 할 정도로 부족하다.

주택이 절반 불타면 완파의 50%(650만원)만 지원되는데, 이 경우도 어떻게 반만 보수할 수 있겠는가. ‘탁상행정’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융자금을 최대 한도로 받아 6000만원을 더해도 새집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이 돈도 결국 빚으로 남는다.동해안 산불 발생이 열흘을 넘어가면서 이재민들이 반복되는 대피생활에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전국에서 성금과 구호물품이 쏟아지며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원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임시거처와 시내를 잇는 교통편이 부족한데다 지원되는 생활비도 전혀 없어 이재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임시주거지인 컨테이너를 조성 중에 있지만 행정 절차가 남아 있어 입주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이다.일부 이재민들은 생활권에서 멀어지는 것을 꺼려 임시대피소에 설치된 임시텐트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에서 제공한 연수원,수련원등에서는 부족한 교통편 탓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피소에서 거처를 옮긴 일부 이재민들은 연수원,수련원 등에서의 고립된 생활에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에서 제공한 시설에 머물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산불로 인해 일자리도 잃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지원되는 생활비도 없어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임시거처에서 삼시세끼 밥이나 먹는 것이 일과의 전부라고 하소연 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구호물품도 현장의 수요와는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생수,라면 등 일부 생필품은 지나치게 많아 건물 한켠에 쌓여있다. 물론 구호품이 잇따르는 것은 감사해야할 상황이지만 이재민들이 소화할 수 있는 물품량은 한정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넘처나는 구호물품 보다 이재민들이 임시거처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공기청정기,청소기,주방 생필품 등이 필요한 실정이라는 것이 지자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불에 탄 농기계 지원대책도 전무해 문제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본 농기계는 1865대나 된다. 일부 농기계종합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강원도는 보험가입률이 0.6%(추정치)로 사실상 해당사항이 없다. 이번 기회에 산불 등 재난에 따른 농기계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농민들도 고가의 농기계는 보험에 가입하는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산불피해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이것도 이재민들에겐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도로복구 등의 비용부담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로 바뀔 뿐, 피해주민들 입장에선 세제혜택 등이 조금 늘어나는 간접지원에 그치기 때문이다.이재민들은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을 재난을 당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 정부입장에서야 한정된 예산 등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재난 관련 지원은 좀 과해도 된다고 본다. 누구나 당할 수 있고, 피해복구를 혼자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번 강원 산불을 계기로 현실에 맞지 않는 지원 기준을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  재난은 대부분 예고가 없고, 기상이변 등으로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다. 재난 피해복구비 기준을 지금 당장 손봐야 하는 이유다. 국가는 삶의 터전을 잃고 실의에 빠진 이재민들이 하루 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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