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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말하려 거든 철조망부터 걷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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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을 말하려 거든 철조망부터 걷어라”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9.04.16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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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경북 포항시로부터 천대받고 포스코로 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하며 버려진 교통오지 동네가 한곳있다. 포항시 행정의 중심이라 불리는 대잠동지역이다.

 

포항시청과 불과 수km내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지금껏 그 누구로부터의 관심도 받지 못한 체 처참하게 방치돼 있다. 국회의원도, 시장도, 도의원들도, 시의원들도 이곳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들을 볼 기회는 선거 때가 유일하다. 이 동네는 큰 트럭통행도 불가능하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유일한 도로는 승용차 두 대가 교행하기 조차 버겁다. 만에 하나 화재라도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 소방차1대 들어올 길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 동네가 철저히 무시 받고, 설움 받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포항시의 행정력 부재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이웃하고 있는 포스코가 조성한 지곡주택단지 내 행복아파트 주민들의 근거 없는 특권의식 때문이다. 무엇이 이들을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로 만들었는지는 포항시민이면 다 안다. 사로잡히게 했는지도 다 안다.

 

포항시는 지금까지 이곳의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위한 계획만 세워 놓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어렵사리 예산 확보까지 했지만 의지가 없는 모양이다. 150여세대에 이르는 행복아파트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이유다.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표면상 두 가지다.

 

2필지에 달하는 행복아파트 소유의 토지 보상가가 적다는 것과 도로가 개설되면 차량 통행으로 인한 소음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그럴듯한 이유 같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듯하다. 오랫동안 지켜왔던 그들만의 '포철왕국'이 허물어지는데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마치 땅따먹기 놀이라도 하듯 금외부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그들만의 삶을 살아왔다.

 

휴전선의 철책도 허물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포스코왕국의 철책은 여전히 건재하다. 이웃한 사람들을 갈라놓은 철조망은 사유재산 이라는 이유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라도 올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그들이 포스코에 다니거나 다녔고, 이곳에 집을 사 들어왔다는 것 빼고는 도무지 논골 사람들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 3-5호선이라 불리는 이 도시계획도로(소방도로) 개설을 반대 하는 현수막의 문구가 가관 이다.

 

'명분 없는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결사반대 한다'는 것이다. 소방차를 드나들게 도로 만들겠다는 게 그들에게는 명분이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이웃한 주민들이 목숨보다 그들의 왕국 지키기가 더 큰 명분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재건축을 요구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하고 지나가자. 최근 들어 포항지역에서 이슈로 떠오른 장기미집행시설에서 풀리게 되는 양학공원 조성에 대한 이야기다.

 

포항시가 2020년 7월 도시공원 일몰제(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 적용에 따라 양학공원 94만2천여㎡ 땅을 민간에 맡겨 공원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업체는 공원 부지를 사들인 뒤 70% 이상을 공원으로 만들어 시에 기부하고 나머지 땅을 아파트나 상가 등으로 개발해 이득을 얻는 구조다. 문제는 양학공원 예정지의 39% 가량인 포스코 소유인 영일대 공원 청송대 뒤편 야산 공원부지다.

 

포스코는 이 일대는 현재 잘 가꾼 녹지와 산책로가 있어 도심 허파 역할을 하고 있고, 인근 대이동 주민은 물론 포항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어 민간이 이를 개발할 경우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개발에서 포스코 소유의 땅을 빼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행복아파트 주변에 ‘영일대 주변 아름다운 자연환경 파괴 결사반대’라고 쓴 현수막을 걸어놨다. 관련법이 이를 허용할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오형수 포항제철소장이 지난 10일 이강덕 포항시장을 방문해 양학근린공원 민간개발 사업 대상지에서 포스코 보유 대지는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도 여지없이 포스코의 특권의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과연 대이동 주민 몇 명이나 이곳을 이용하는지 궁금해진다.

 

그들 말 맞 다나 자연녹지가 잘 보존돼 지역민들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면 이를 아예 공원으로 묶어 포항시에 기부체납 하는 게 그동안 포항시민들로 하여금 갖은 고통을 감수하도록 강요한 대기업 포스코가 보여야할 마땅한 행동 아니지 묻고 싶다.

 

"지금껏 포스코와 지곡단지는 포항시가 아닌 포철왕국으로 불리워 왔고, 포항시로 부터도 많은 특혜를 누렸다. 개발논리와 포항발전 이라는 거대한 명제 아래 시민들은 많은 피해를 감당하며 지내 왔다. 환경공해로 인해 해도, 송도, 상대, 오천, 청림, 도구, 연일쪽은 악취와 먼지로 인해 창문을 닫고 살았고, 빨래도 널지 못하는 불편을 감수하며 지내 왔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금빛 백사장의 송도 해수욕장도, 물이 맑아 고기 많던 청정 형산강도 청림 일월의 아름답던 십리길 소나무숲도 포스코에 뺏겼다. 과거 포스코는 늘 포항시 상급기관처럼 큰 결정에 관여해 왔고 심지어 군림해 왔다.

 

또한 피해지역과 달리 지곡단지는 별천지처럼 관리하며 철조망으로 외부와 철저히 왕래조차 단절 시켜왔다. 그랬음에도, 지금 싯점에 이르러 포스코는 일부 언론을 앞세우고 포항시에 피해운운 하며 또다시 지곡은 특별 지역임을 주장하는 집단이기를 드러내며 시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이젠 더 이상 포항에서 시민위에 군림하고자 해서도 안되고, 특별해서 안된다. 그동안의 차이를 이제는 공유해야한다. 포스코 특권의식이나 지곡의 특별지역 주장을 내려놓고 이웃하는 시민으로 돌아 와서 상생해야 한다"고말한 한 시민의 글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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