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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습지’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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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습지’의 가치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05.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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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습지(濕地, marshy land)는 하천과 연못이나 늪으로 둘러싸인 습기가 많은 축축한 땅으로, 자연적인 환경에 의해 항상 수분이 유지되고 있거나 유지되는 자연자원의 보고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계 중 하나다.
 
습지는 식물군락의 종류 조성, 토탄 퇴적물의 양과 구성 식물, 지하수와의 관계, 수소이온농도(ph)나 토양의 부양도(富養度)에 의해 고층습지(高層濕地), 중간습지(中間濕地), 저층습지(低層濕地) 등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주요 습지는 연안습지의 경우 남·서해안에 분포한 줄포, 함평, 순천, 보성벌교와 동해안에 분포한 송지호, 화진포, 경포호, 강과 하천에 분포한 한강과 섬진강, 달성늪지, 전국에 분포한 오대산습지, 장도습지 등 다양한 곳에 산재해 있다.
 
요즘 기후 온난화로 지구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습지가 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를 안정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습지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에게 독특한 생육환경을 공급하고, 습지식물은 일차생산성이 매우 높아 상위 먹이사슬에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고, 육상이나 수중생물과는 다른 환경에서 진화한 독특한 생물이 생육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생태계다.
 
이 때문에 미취(W.J. Mitsch)와 고셀링크(J.G. Gosselink)는 ‘습지 Wetlands’라는 책에서 습지를 생물의 슈퍼마켓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의 무분별한 토지이용에 의해 습지 면적이 축소되고, 인간 활동에 의해 습지에 교란이 가해지면서 다양한 습지 생물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습지에 사는 많은 생물들이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로 지정돼 있다. 수달(Lutra lutra)과 넓적부리도요(Eurynorhynchus pygmeus), 금개구리(Rana plancyi choseni), 꼬마잠자리(Nannophya pygmaea), 귀이빨대칭이(Cristaria plicata), 가시연꽃(Euryale ferox), 단양쑥부쟁이(Aster altaicus var. uchiyamae), 매화마름(Ranunculus kadzusensis) 등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생물다양성이 높은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무엇보다 국내 습지의 현황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학술연구를 통해 습지생태계의 구조와 기능 규명 및 복원기술 개발 등 더욱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경기 화성시 주최, 화성환경운동연합 주관, 환경부·해양수산부·문화재청·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후원으로, 화성습지의 가치와 잠재력을 모색하기 위한 ‘화성습지 생태·환경 국제심포지엄’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하늘과 바다와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는 화성습지, 희망을 그리다’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피트 프로바스코 EAAFP 의장과 레이코 이츠카 람사르협약사무국 선임자문관,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 이준원 화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등 국내·외 석학, 대학교수 및 연구자, 시민활동가가 참석, 성황을 이뤘다.
 
피트 프로바스코 의장은 “화성시는 이동성 물새들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EAAFP 철새이동경로 서식지 지정 이후 습지 개선을 위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며 화성습지는 대단히 중요한 장소인 만큼 이 지역을 광범위하게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중국 북경임업대학교 레이 광춘 교수는 ‘생태문명과 습지보호’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생태문명의 핵심은 자연을 보호·존중하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자연보호를 위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라며 자연보전을 위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 통합적이고 적절한 관리 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와 생명의 터’ 나일 무어스 박사는 “습지는 사람을 교육시키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곳이다. 사회가 좀 더 지속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며 “화성습지의 미래는 화성시민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왕립조류보호협회 리지 브루스는 “자연보호구역은 사람과 자연이 교감하는 장소”라며 “사람이 자연을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자연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캐서린 렁 칼리드리스 생태엔지니어링 대표는 “홍콩과 상하이 모두 대도시로 일부 지역이 람사르 보호지역으로 지정, 물새 등 생태계가 보호되고 있다”며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위해서는 오랫동안 거주한 지역민과 소통하고 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샤 맥널리 UC 버클리 교수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화성습지가 삶과 평화를 위한 장소가 될 수 있다”며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습지의 미래에 대해 화성시와 농민, 어민, 시민단체, 기업 등이 다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성습지의 미래를 위한 시민토론에서 참가자들은 화성습지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앞서, 심포지엄에 참가한 국내·외 전문가와 활동가들은 심포지엄 하루 전인 12일 매향리 및 화성호 일대 7301ha에 달하는 화성습지의 생태환경과 생물다양성 관찰 등 탐사활동을 통해 도요·물떼새류와 오리, 기러기류 등 조류, 곤충, 저서 생물종 등 총 153종을 발견했다.
 
서철모 시장은 화성습지는 세계인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한 뒤 “우리의 후손에게 소중하고 풍요로운 화성습지를 건강하게 물려줄 수 있도록 화성습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생태계 보전관 관련한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습지는 생물다양성의 가치와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EAAFP 철새이동경로 서식지로 등재된 가운데 화성시는 시민단체와 각계 전문가, 유관기관과 함께 2020년 습지보호지역 지정, 2021년 람사르 습지사이트 지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생명들이 서식하는 ‘화성습지의 소중한 가치’가 하늘과 바다와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는 희망의 습지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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